사랑의 반댓말을 정의해볼까요

나는 크고 작은 이별에 숱하게 부서지고도, 아직도 아파합니다.

by 도리

'생'과 '사', '시작'과 '끝', '위'와 '아래.' 반의어들을 끝없이 나열하다가 그렇다면 사랑의 반댓말이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미움일까 싶었지만, 사랑하면 기대하는 게 많아져서 그래서 미워지기도 하기 때문에 사랑에 미움이라는 감정도 포함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배신일까 싶었지만, 배신의 반의어로는 신뢰가 떡하니 제 구실을 하고 있기에 배신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별일까 싶었지만, 사랑하지만 이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별로써는 사랑의 반의어를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혐오일까 싶었지만, 혐오에는 주체적으로 대상을 싫어하는 능동성이 포함되는데, 사랑이라는 행위는 그 어떤 행위보다 능동적일 수 없기에 [+ 능동]인 두 단어가 완전히 양극단에 있는 반댓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능동]이면서 사랑하지 않는 단어는 아무래도 '무관심'인 것 같다. 무관심만큼 철저하고도 처절한 게 없는 것 같다.

이번주는 이 낯선 땅에서 친절과 환대를 베풀어주고 좋은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슬펐다. 나에게는 별 거 아닌 일이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그랬고, 처음 과외를 했던 학생과 마지막 수업을 하게 됐을 때도 그랬고, 아직 떠나기 한 달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도 슬프고 힘들다. 왜 이리 슬픈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까를 생각하다 보니까 내가 이곳에서 너무 많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임을 알아차렸다. 다른 말로 하면, 나는 이곳의 사람과 장소와 풍경과 분위기 모든 것을 너무 많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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