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선영의 동시 <토끼 꺼내기>가 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며칠 후 '중복투고'라는 이유로 한국일보 온라인 지면에서 삭제되었다. 개인적으로 올해 신춘문예 동시 중 제일 재미있게 읽은 시라 안타까운 마음이다.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 전문을 옮겨 본다. 이 시를 읽고 동시는 어른의 탈을 쓰고 사느라 애쓰는 나 같은 어른들도 읽어야겠구나 싶었다. 작가의 발랄한 시선으로 나는 잠시 말랑말랑한 아이가 되었다. 귤 하나를 까먹으면서 잠시 '귤 속에 들어간 토끼를 어떻게 꺼내볼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오늘이 바빠 마음 속 어린 아이를 달랠 틈 없는 당신에게 귤 향기 가득한 동시 한 편을 슬쩍 내밀어본다.
토끼 꺼내기
달나라는 이제 들켜버려서 사람들이 마구 발자국을 찍어대고 사진도 찍어대고, 이제 어디로 가야되나, 떡은 어디서 만들어야 하나, 토끼도 엄청 고민을 했을 거야. 눈이 더 빨개지도록 말이야
그러다 귤을 본거지, 밤하늘에 달려있는 보름달 같잖아. 반달들은 벌써 들어가 돌돌 껴안고 있고
여기가 좋겠어. 반달이랑 뭉쳐있는 게 훨씬 낫겠어. 이 귤 저 귤 옮겨다니면 아무도 모를 거야
그렇게 귤 속으로 들어 간 것 같아. 하얀 털 묻어있는 거 너도 봤지?
그래 맞아, 토끼는 사람들한테 들키는 거 무지 싫어해. 그러니까 혹시 떡 만드는 토끼를 보더라도 놀라거나, 놀라게 하면 안 돼. 알겠니? 그나저나, 토끼를 어떻게 꺼내나 토끼는 안 먹고 싶을 텐데
그래, 그래. 크고 동그란 귤은 형이 다 먹어줄게
(온선영 작가님 응원합니다. 이렇게 예쁜 시 많이 써주세요^^)
위 시에서 '이제 어디로 가야되나' 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로 쓰면 더 좋겠습니다.
요새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고 있어요. '하다'로 쓰면 되는데 불필요하게 '되다'로 쓰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일본말을 번역하는 데서 온 습관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