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고등학교 진학과 방황기

나는 어떻게 살아가기 시작했나

by 전병근

고등학교 진학과 방황기


경기도 덕소에서의 10개월은 내 인생의 짧지만 강렬한 여정이었다.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대구로 다시 보내달라는 나의 간절한 부탁은 부모님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매일같이 고민이 이어졌다.

다시 타향으로 나가 일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이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나.

직장을 다니며 야간학교를 다니는 이들도 많다는 말을 들었지만,

시골의 좁은 울타리 안에서는 그런 정보가 닿을 리 없었다.

앞날은 아득했고,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도, 방향을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한때는 중학교 선생님을 찾아가볼까 생각했지만, 어린 마음엔 그마저도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고, 결국 고등학교 입시에 필요한 체력장 원서마감일을 놓쳐버렸다.

유학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고, 선택의 여지도 사라졌다.

남은 길은 시골의 울진고에 지원하는 것뿐이었다.

체력장 점수를 제외한 시험 결과는 좋은 편이었고, 어렵지 않게 합격한 듯했다.


면접 날, 산발한 머리로 들어간 나를 본 면접관이 물었다.

“점수가 상위권인데, 왜 재수를 했나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직장을 가려 했지만,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 말이 진심의 전부는 아니었다.

가슴속엔 설명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있었다.

면접관이 아버지의 술주정을 알 리 없겠지만, 그 순간 왠지 들킨 듯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렇게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늘 방황과 고뇌 속에 머물러 있었다.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았고,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버거웠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발걸음마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일기장에는 밝은 단어들이 사라지고,

답답한 마음과 불안한 내면만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일기장은 세월이 흐른 뒤, 내가 스스로 불태워버렸다.

과거에 갇혀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이제 환갑이 지난 지금,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그 시절의 방황과 고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안다.

과거의 나는 미숙했지만, 그 또한 내 인생의 한 페이지였다.

그래서 오늘, 나는 그 페이지를 떨리는 손끝으로 다시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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