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부동산 투자에 눈을 뜨다

by 전병근

부동산 투자에 눈을 뜨다


예산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회사의 결재 한 장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 회사는 토목, 건축, 플랜트 공사가 주업종이라, 대부분의 임원들은 배나 해양장비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나는 선박 관련 전공자였기에 준설선이나 예인선의 수리, 부품 구매를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막상 결재를 올리면 돌아오는 건 늘 질문뿐이었다.

결재는 쉽지 않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은 늘 버거웠다.

어느 날, 준설선 관련 물품 구매 건으로 단가 조사와 필요 사유를 정리해 결재를 올렸다.

그런데 담당 임원이 부연 설명을 듣던 중, 갑자기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송도 매립지의 대토(代土) 현황을 조사해보게.”

그 시절 인천 송도는 지금처럼 빌딩 숲이 아닌,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었다.

우리 회사는 현대건설과 함께 준설·매립 공사를 진행했는데, 공사 대금의 일부를 현금이 아닌 ‘땅’으로 받았다.

하지만 그 땅은 시장성이 거의 없어, 회사 입장에선 짐이 된 셈이었다.

그 땅의 미래 가치를 조사하라는 명령이었으니, 나로선 너무도 막막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바람만이 세차게 부는 허허벌판,

갯벌 위로 지프차가 푹푹 빠지며 달릴 때마다 ‘이게 정말 땅인가’ 싶었다.

십 년 후 이곳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그 누구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임원의 지시였기에 나는 인근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나름대로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보고서를 본 임원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십 년 후에 자네 말대로 되면 우리 회사는 돈방석에 앉겠군.”

그 말은 당시엔 비아냥처럼 들렸지만, 십 년이 지나고 나서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송도 매립지는 포스코건설로 매각된 후 급격히 개발되었고, 내가 그때 예측한 가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날의 ‘무모한 조사’가 부동산의 힘을 처음으로 깨닫게 한 순간이었다.

그 후 나는 송도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었을 때, 용기를 내어 한 채를 분양받았다.

그리고 몇 년 뒤, 그 아파트는 분양가의 세 배로 매매되었다.

그때의 짜릿한 성취감은 단순한 금전적 이익을 넘어, **‘공부하고 판단한 사람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그 한 번의 성공이 나의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었다.

아파트 분양 9건, 경매 2건, 공매 4건, 대지 매매 4건을 거쳐 마침내 직접 땅을 사서 집을 짓는 사람이 되었다.

모두가 우연처럼 시작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우연이 아닌 끊임없는 관찰과 배움의 결과였다.

이제 나는 말하고 싶다.

부동산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공부의 과정이라고.

모든 투자는 두려움 속에서 시작되지만, 그 두려움을 견디며 배우는 순간—

그때 비로소 ‘나만의 눈’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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