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갈매기는 날개를 접지 않는다

우리 사회를 향한 세상사 이야기

by 전병근

머 릿 말


작은 기쁨과 착한 용기 만들기


작은 기쁨과 착한 용기 만들기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뜰 때나 밤에 눈을 감을 때도 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면 내면을 밝히는 작은 기쁨들이

커다란 강물이 되어 혼을 적신다.”

나는 이 구절을 오래 붙들고 살았다.


그리고 어느 날,

나도 나만의 ‘작은 기쁨’을 만들기 위해 조심스레

착한 용기를 꺼내 들었다.

어린 시절의 출발선은 늘 거칠고 헐벗어 있었다.

인내로 버텨온 세월도 성공이라 부르기에는

어딘가 모자랐고, 만족이라 이름 붙이기엔 늘 마음이

허전했다.

그래서 더욱, 앞으로의 삶과 영혼만큼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흐르기를 바랐다.

이 소망이 내게는 용기였고, 그 용기가 작은

기쁨의 자리를 열어주었다.


내가 살아온 발자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인생의 굽이마다 서늘한 장애를 마주할

때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걸어

왔다.

앞으로 남은 인생, 그리고 훗날 이 세상을 떠난 뒤

또 다른 길을 걸어갈지도 모르는 나를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비록 글재주는 없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남긴다.

졸필일지라도, 내가 이 세상에 남길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아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내 삶을 스치듯 지나간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마음이 닿을 수 있다면,

그 연결의 순간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할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저마다의 삶이 다르기에

이해받지 못해도 서운하지는 않다.

다만 이 글이 누군가에게

아주 작게라도 흥미나 여운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 삶의 길에서 가장 큰 장애는

아버지의 좋지 않은 과거였다.

그 이야기를 글로 적어 내려가는 일은

부끄럽기도 하고,

혹은 몹쓸 행동을 하는 건 아닐까

여러 번 마음을 뒤흔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결국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허물을 감추는 데 있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솔직함과 진실에

있다는 것을 나는 조금씩 깨달아 갔다.

용기를 내어 나의 그림자를 써 내려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그 가벼움 속에서 작은 행복이 피어났다.


인간의 인격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만이 아니라

환경과 시간, 만남과 이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기나긴 과정의 산물이다.

이 글이 조금이라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며 이 조용한 표지글을 남긴다.


2024년 이른 봄

인천 송도에서 전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