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끈기 속에서 새로운 세상 배우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 위에서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누구에게나 ‘처음 해보는 일’이 찾아온다.
그때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두려움 속에 물러서느냐, 아니면 모르는 세상으로 발을 내딛느냐. 나는 후자를 택했다.
1. 자연녹지 위에 세운 공장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법과 제도의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절감하게 된다.
준설 매립지 위의 ‘자연녹지’라 불리는 잡종지에 공장을 세운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안 된다”는 말 속에서도 나는 가능성을 찾았다.
수많은 관공서를 오가며 법 조항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규제의 틈새를 찾아내려 애썼다.
결국 ‘신항만 촉진법’을 적용해 해상 구조물 제작이라는 명목으로 공장 등록을 받아냈다.
그날 손에 쥔 공장등록증 한 장은 서류 그 이상이었다.
“노력하면 길이 열린다”는 믿음을 증명하는 증서였다.
그 후 나는 강교와 해상구조물, 각종 제작품을 맡으며 한 발 한 발 더 나아갔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도전은 나를 단련시켰다.
2. 필리핀으로 향한 거대한 도전
공장이 안정될 무렵, 회사에서는 필리핀 수빅에 대규모 조선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드라이독(Dry Dock)을 세운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100미터 길이의 Dock Gate 제작이라는 인생 최대의 과제가 주어졌다.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일. 도면은 일본에서 들여온 기본 도면 한 장뿐,
함께할 직원은 단 두 명.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못 할 이유보다는 할 이유”를 먼저 찾았다.
Dock gate가 어떤 구조인지조차 모르던 나는 새벽 네 시에 거제로 향했다.
삼성중공업에서 실제 Dock gate가 열리는 장면을 단 몇 분간 눈에 담았다.
그 짧은 순간이 내게는 교과서였다.
사진을 찍고,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게 내가 가진 전부였다.
그 후에는 오직 ‘감’과 ‘끈기’뿐이었다.
설계, 제작, 조립, 수밀(防水) 시험까지 하나하나 발로 뛰며 익혀나갔다.
100미터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다 위에 떠야 했고,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계산과 수압, 부력의 균형은 조금만 틀려도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었다.
3. 생사의 순간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보이던 어느 날, 그날은 찾아왔다.
Dock gate를 바다로 인양하던 중 아직 부력이 완전히 맞지 않았는데
현장의 독촉으로 크레인이 서둘러 줄을 풀어버렸다.
순간, 100미터의 철제 구조물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 위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다에서 육지로 뛰어들었다.
내 눈앞에서 세상이 기울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계산한 부력은 맞았다.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그 믿음 하나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Dock gate는 천천히 균형을 되찾았다.
그 순간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듯 주저앉았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 돌아온 기분이었다.
4. 실패처럼 보였던 성공
그러나 진짜 고비는 그다음이었다.
수빅 조선소에 도착해 수문을 설치하던 날, 수밀 시험을 하자 엄청난 양의 물이 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실패”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사흘 밤낮을 한숨도 못 자고 원인을 찾았다.
몸은 탈진했고, 정신은 공황에 가까웠다.
그런데 사흘째 아침, 기적이 일어났다.
밤새 새던 물이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12미터 높이의 수문이 수압에 밀려 고무 패킹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단순한 ‘경험의 차이’를 몰라 모두가 좌절했던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실패와 성공의 경계는, 때로는 단 하루의 인내로 갈린다는 사실을.
5. 웃음으로 남은 교훈
얼마 후, 중국 대련의 조선소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Dock gate에서 물이 새는데 어쩌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바로 제일 좋은 술집으로 가서 한 잔 하세요.”
상대는 어이없다는 듯 화를 냈다.
하지만 다음날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 방울도 안 샙니다.”
그 소식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깨달았다.
경험이란, 책에도, 도면에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스승이라는 것을.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이 내 인생의 또 다른 항해였다.
두려움 속에서도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며,
도전과 끈기로 세상의 언어를 배워나간 시간.
그 시절 나는 바다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도 믿는다.
용기란, 모르는 세상 앞에서 한 걸음 내딛는 힘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