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목표를 정하면 최선을 다하라

by 전병근

목표를 정하면 최선을 다하라

인생의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낯선 도전에 마주하게 된다.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수문을 설치한 이후, 조선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던 시기였다. 회사는 수빅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추진력 있는 직원들을 현지로 발령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 명단에 오르기를 거부했다.

그 옛날, 배를 타며 겪었던 고된 선상 생활의 기억이 내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땅에서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결국 본사로 발령을 받아 영업팀에 합류했다. 그것은 내 인생의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다. 현장과 기술에 익숙했던 내가, 말로 계약을 이끌어내야 하는 ‘영업’을 맡게 된 것이다.

영업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성과로만 평가되는 자리에서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목표를 정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자.”

처음엔 무엇이든 낯설었다. 하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강교, 플랜트 구조물, 도크 제작 등 기술 기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점점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라 전체를 뒤흔든 대형 프로젝트—‘4대강 사업’이 시작되었다. 짧은 기간 안에 막대한 공사를 끝내야 하는 국책사업이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위험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수주뿐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첫 번째 수문 공사를 수주했을 때, 회장님은 말했다.

“공기는 짧고 위험요소가 많네.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좋겠어.”

두 번째 공사를 따냈을 때는 “수주는 좋지만 이제 그만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세 번째 결재를 올렸을 때, 회장님은 완강히 반대했다. 그때 사장님이 대신 각서를 썼다.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은 우리가 진다.”

그 각서 위에는 나의 결심이 함께 적혀 있었다. ‘반드시 성공시킨다.’

공사를 이어가며 불안도 컸지만, 기술과 경험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결국 4대강 16개 현장 중 4건, 경인아래뱃길 갑문까지 총 다섯 개의 현장을 수주했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싸움이었다.

그 무렵 경쟁사 영업 담당자가 나에게 한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영업은, 때로는 지는 게 이기는 거야.”

그 말의 뜻을 그땐 몰랐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선’이 있다. 욕심이 지나치면 결국 스스로를 잃게 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절, 나는 목표를 세우면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섰다. “안 된다”는 말을 들을수록 더 강해졌다.

영업이라는 낯선 세상에서 배운 건 단순한 실적이 아니었다.

목표를 향한 믿음,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힘.

지금도 가끔 그때의 나를 떠올린다. 서류 뭉치를 들고 비지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던 그 청년은 세상의 냉정함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그때처럼 지금도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목표를 정했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끝까지 해내라.

그 길의 끝에는 반드시 배움이, 그리고 새로운 자신이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53화) 도전과 끈기 속에서 새로운 세상 배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