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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여사 Jan 10. 2022

싫어하겠습니다

예의를 중시하는 T상

T상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T상은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이다.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시지만, 발음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

너무 발음만 신경 쓰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되고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에 

가끔만 지적한다. 인텔리 할아버지라서 아시는 게 많으시다.


"일본에 요즘 코로나 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にちべいちいきょうてい(日米地位協定) 한국어로는 무엇입니까?"

"미일지위협정이요? (일미 지위협정인가?)"

"네, 그것 고쳐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이런 문제 없습니까?"

"한국도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일본과 비교해서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일본은 외국인 입국도 꼭 걸어 잠그고 있었는데 주일 미군에 대해서는 그다지 방역이 철저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미군 기지 철저히 방역하고 있으려나?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확진자로 인해 일본 내부에서는 미일지위협정 개정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다.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


우리도 사건 사고가 날 때 SOFA 불공정 이야기 나오지만 그 때뿐 나도 잊고 있으니...


T상은 예의 있게 말하고 싶어한다

"한국도 일본 상황 보면서 조심하고 있어요. 외국 입국자의 확진자 중에서 미군이 많다고 해요. 방역에 신경 쓰고 있어요."

"네? 죄송합니다. 잘 못들었어요. 다시 들어 주세요."

"들어 주세요는 聞いてください."에요. "다시 말해 주세요."라고 하셔야 해요."

"네? 하하 그렇습니까? 그럼 聞かせてください는 뭐라고 합니까?

"들려주세요이지만, 다시 말해 주세요가 더 많이 쓰는 말이에요."

"선생님에게 그렇게 말해도 됩니까?"

"말씀해 주세요로 하면 더 좋아요."

"네, 그럼 다시 말씀해 주세요."


일본에서는 상대방에게 "말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명령이라 좀더 예의 있게 "제가 들을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래서 T상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되어서 "들어 주세요."가 되어 버렸다.

내 설명을 듣고 본인도 우스워서 하하 웃으신다.



그럼 싫어하겠습니다

예의 있는 T상은 수업을 마치고  

"그럼 싫어하겠습니다, 그럼 싫어하겠습니다."라고 두 번이나 인사하시고 나가셨다.

아이고.

예의를 중시하는 분이 "실례하겠습니다." 발음이 좋아서 

"싫어하겠습니다"가 되고 있다는 아시면 머쓱해 하시면서 어쩔 줄 몰라 하실 텐데....


다음 번에 뭐라고 말씀드려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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