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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여사 Oct 15. 2021

만경봉호 타고 북한도 가봤어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재일교포 C님

일본인에게 한국어도 가르치는 C님


C님은 한국어를 아주 능숙하게 하신다. 한국에서 산 적이 없고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일본인 특유의 발음이 있기는 하지만 왠만한 말은 다 표현할 수 있다.

일본에서 한국어 능력시험 6급 자격증을 따셨다. 6급이 가장 최고 단계이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일본인들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도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좀더 정확한 한국어 구사를 위해서 한국어 수업을 받으신다.


재일교포는 한일 역사의 산 증인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일간의 역사의 산증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재일교포 중에서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사람도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이 있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남편도 같은 재일교포 출신이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한국 국적으로 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막내아들도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있다 보니 일본  국적으로 귀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바꿀 생각은 없다고 한다.


C님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일본에 사셨지만, 작은 아버지는 북한에 큰 아버지는 남한에 살고 계셨다. 그녀 아버지의 고국은 남도 북도 다 가난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힘들게 번 돈을 형제들을 위해 부쳤다. 남한의 형에게도 북한의 동생에게도.


오버랩되는 '야키니쿠 드래곤' 작품 내용과 C님의 가족  

재일교포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정의신 작가의 "야키니쿠 드래곤"이라는 작품이 있다. 용길이라는 주인공이 일제시대 때 가난에 떠밀려서 일본으로 가서 전쟁통에 팔도 잃고 곱창 장사를 하며 생계를 잇는 내용이다. 세 딸과 중학생인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은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다 자살을 하고, 큰딸 결혼해서 북한으로 가고, 작은 딸은 남한으로 하고, 셋째딸은 일본 남자랑 결혼을 한다. 당시 재일교포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C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작품이 오버랩된다. 그녀의 아버지도 처음에는 곱창장사로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어로 곱창은 '호루몬'으로 '버리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곱창을 먹지 않고 버렸는데, 일본에 정착한 재일교포 1세들은 일본인들이 버리는 곱창을 주워다가 장사를 하며 삶을 꾸려갔던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적 자부심이 강했던 부모님 덕분에 그녀도 민족 의식이 강했다. 꼭 한국 학교를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민족 학교에 통학했다고 한다. 민족 학교는 조총련계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기존 반공 교육 세대인 나로서는 조총련에 대한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일본에 사는 교포 2세의 입장에서는 남한과 북한은 다 같은 조국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아버지의 형제가 한 분은 남한에 한 분은 북한에 다 계시니 더더욱 그럴 거 같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에는 만경봉호를 타고 작은아버지를 보러 북한에도 방문했었고, 비행기를 타고 남한에도 방문했었다고 한다. 


그녀의 소원은 남북 통일이다. 아마도 그녀의 살아 생전에 이뤄지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이라도 어서 오길...


1959년 12월부터 1984년까지 일본에 있는 재일 조선인들을 북송하는 임무를 맡았던 만경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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