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3명의 의사 그리고 각기 다른 진단
“괜찮을 거 같고요. “
”위암입니다. “
”애매하네요.”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한양대학교병원이었다. 세 번째 내시경을 하고 나서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동안 검사했던 내시경 자료, CT 영상 자료 등을 심각한 얼굴로 보던 이 젊은 교수는 이내 입을 떼었다.
“괜찮을 거 같고요. 이전 검사하신 병원에서도 암일 수도 있다고 한 거지 암이라고 한 건 아니고요. 이렇게까지 단기간에 많은 검사를 하신 것도 굉장히 이례적인 건데, 여기서도 암을 특정할 수 없다는 건 아닐 확률이 훨씬 높다는 거예요. 물론 보만 타입 4가 굉장히 진단하기 어려워서 의사들도 많이 놓치는 경우도 많고 한데… 괜찮을 거 같습니다. 3달 후 외래 잡고 내시경 다시 해드릴 테니까 그때 한 번 더 보시죠.”
집으로 돌아와 해인이에게 이 내용을 들려줬고, 우린 안심했다. 며칠 사이로 건국대와 강남세브란스 병원의 외래도 잡혀 있었지만, 굳이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명확한 소견이었다.
건국대와 세브란스 외래 당일 아침까지 고민을 했다. 회사에서는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미국 제철소 프로젝트 업무 협의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그래, 미팅이나 가자” 하며 집을 나서려다 딸아이 방에 들렀다. 세상모르게 잠든 설현이를 보는데,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아마 그 순간이 불안할 만큼 행복한 순간이었나 싶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보석처럼.
나는 발걸음을 회사가 아닌 건대병원으로 돌렸다.
건대병원의 이ㅇㅇ 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와 내시경 분야에서 꽤 활발한 연구를 해오고 계신 분으로 알고 있었기에, 다른 병원과 다르게 교수님을 지정해서 외래 예약을 했다. 외래를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초조하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마 빨리 한양대에서 들었던 말을 한 번 더 듣고 편안한 마음으로 회사에 복귀해 오후 미팅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외래 시간은 8분 남짓이었다.
8분을 질문 없이 듣기만 했는데, 난 시종일관
“음… 어…?? 어??? 응???”
이런 반응이었던 것 같다.
“영상의학과에 보내 CT 판독을 받아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보았을 때는 위암이 너무나 확실해 보입니다. 이게 맞다면 보만 4형인데… 내시경상 이 정도까지 진행된 경우, 진단받으시고 6개월 더 사시는 분도 있고 2년 넘게 사시는 분도 계셔서 기대 수명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건 위암 중에서는 가장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일단 영상의학과 판독이 일주일 정도 걸리니 일주일 후에 외래를 잡아 드리겠습니다. “
교수님 말씀이 끝나고 병원을 나서는데,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리고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강남세브란스로 향했다.
”이렇게 확실히 위암이라고 말한다고? 그럼 한양대 소견은 뭐야? 뭐 6개월?? 잘해야 2년?? “
”지랄하네. 일단 강남세브란스를 가봐야겠어. “
강남세브란스로 가는 내내 심장의 쿵쾅거림과 떨리는 손은 진정되지 않았다. 택시 안에서의 40분이 4시간같이 길게 느껴졌다. 이내 도착한 병원에서 빠르게 가져온 영상을 등록하고 외래로 이동했다.
“왜 한양대와 건국대에서 다르게 소견을 보였는지 정확하게 알 것 같아요. 애매하네요. 일단 저는 내시경을 한 번 더 해보면서 좀 더 공격적으로 조직검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5월 말에 하신 내시경 결과가 비교적 정상에 가까우셔서, 보만 타입 4라면 한 달 만에 이렇게까지 악화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암보다는 심한 비후성 위염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3주 정도 후에 내시경 빈자리가 있으니 내시경을 해보고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려보시죠.”
혼란스러웠다. 내과 전문의 4명에게 진찰을 받았고 그중 3명은 암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했고, 한 명은 위암이라고 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맞다면, 그것이 위암이라면 상황은 심각했다.
전이가 빠르고 진단이 어려우며, 그래서 보통 4기에 발견되는 5년 생존율이 0%에 가까운 이 암은 젊은 사람에게 발견될 경우 더더욱 예후가 좋지 않았다.
그 정신에 회사로 돌아온 나는 그날의 혼란감을 잊고 싶었는지 일에 집중했고, 예정된 미팅을 모두 마치고 밀렸던 자료들을 늦은 시각까지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어둑해진 북촌길을 걸어 나오며 뜨거운 낮의 열기가 식어감을 느꼈고, 내가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의 한복판에서 생전 처음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암일 수도 있다는 거잖아,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