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마지막 날,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

불안해진다는 건, 이제 내가 선택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는 뜻

by 주말이

2025년의 마지막 날이다.
달력이 한 장 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묘하게 분주해진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 말하지 못한 말들, 그리고 애써 미뤄두었던 질문들이
오늘만큼은 조용히 고개를 든다.


나는 지금 생각이 많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이 방향이 맞았는지, 다른 길은 없었는지.
다가오는 새해를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막연한 불안이 함께 따라온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태를 불안한 나약함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결정을 못 내리는 나, 확신 없는 나를 탓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끝에 서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많은 생각들이 꼭 나쁜 신호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니체의 철학에서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늘 되어가는 중에 있고, 삶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자기만의 형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흔들림 없는 확신보다,
흔들리며 질문하는 인간의 상태를 더 진실하게 보았다.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은
이전처럼 하나의 답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해를 통과하며 경험이 쌓였고,
그래서 선택지가 늘어났다.
그 결과 마음은 잠시 복잡해진다.


불안은 종종 실패를 앞둔 신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불안은 오히려 책임이 내 손으로 돌아왔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남들이 정해준 길이 아니라
이제 내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 앞에 서 있을 때 말이다.


2025년의 끝에서 느끼는 이 복잡함은
어쩌면 내가 이전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단순했던 시절에는 고민도 적었다.
하지만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삶은 조금 더 입체가 되었다.


니체는 안락함 속에서 인간이 성장한다고 믿지 않았다.
익숙한 가치와 판단을 벗어날 때,
사람은 불안해지지만 동시에 확장된다.
그래서 이 마지막 날의 흔들림은
퇴보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기 전의 긴장에 가깝다.


지금 나는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연말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정리할 필요는 없다는 걸,
올해에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생각이 많아진 지금 이 상태를
불안으로 단정 짓기보다
‘선택지가 늘어난 상태’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지도는 아직 접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넓게 펼쳐 들었을 뿐이다.


2025년의 마지막 날,
이 많은 생각들은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면,
올해는 충분히 잘 지나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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