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에는 어디를!?
왜인지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에서 깼다. 당연히 다시 자려고 시도를 해봤으나 잠에 들 수 없었다. 어제 너무 신나서 몸도 빨리 놀고 싶나?
오늘은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으니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며 시작하고 싶어. 아침 일찍 문을 연 카페에 들어갔다. 연세가 꽤 나 있어 보이시는 눈매가 무섭게 생긴 사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Hello, How are you?라고 인사해주시며 반갑게 맞이해 줬고 나도 밝게 웃으며 fine and How are you?로 대답을 하니 good, thank you라고 해주었다. 현지에서 기본적이지만 영어를 쓰며 외국인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거에 기분이 좋았다. 라떼와 도넛을 주문하고 결제를 마치자 사장님께서 다시 한번 말을 걸어주었다.
사장님: Are you here to study?
나: yes! I’m studying about my life in here, I came here last Tuesday!
사장님: lool you’re on a trip, right?
나: yes, but I’m studying about my life, while traveling.
사장님: cool~ you’re a good student~ good luck to you~
나: Thanks a lot.
짧은 대화가 끝나갈 때쯤 주문한 커피와 도넛이 나왔다. 시원한 라떼와 초코 도넛을 받아 들고 see you next time~을 외치며 한결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카페를 나왔다. 숙소로 들어와 자는 분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커피와 도넛을 먹었다. 라떼는 여느 라떼 맛과 비슷했고 도넛도 던킨도너츠에서 파는 도넛 맛과 비슷했다.
다른 게스트 분들은 여전히 꿈나라에 있었다. 시간은 오전 7시를 넘겼고 커피를 마시고 나니 피곤함은 줄어들고 개운해졌다. 확실히 나는 카페인을 잘 받나 보다.
잠시 침대에 누워 오늘 갈 곳들에 대한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오늘은 현대 미술관에 다녀온 후 자유의 여신상에 가는데 강현이 형과 강현이 형이 한국에서 구해서 같이 온 동행 분들도 나와 같은 자유의 여신상에 간다고 하니 같이 만날 수 있으면 만나기로 했다. 새로운 분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누워서 이것저것 하고 있으니 게스트 분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제 새벽에 새로 오신 분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분도 선한 인상이셨다. 일어난 게스트 분들과 아침 인사를 나눈 후 가벼운 마음으로 씻고 옷을 입었다. 미술관에 갈 때 입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사 온 옷을 꺼내 입었다. 오늘 옷 좀 잘 입었다. ㅎㅎ 옷을 입고 강현이 형과 점심에 만날 곳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는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자유의 여신상은 여러 가지 루트로 방문할 수 있는데 나와 강현이 형이 배를 타는 곳이 정반대였다. 우린 그냥 같은 날이니 같은 선착장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곳이었던 것이다. 우리 이런 것도 생각 못 했네~ 그러게요. ㅋㅋㅋ 서로 웃었다. 아쉽지만 자유의 여신상에서는 보기 힘들고 저녁에 시간 맞춰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오늘도 각자 가는 길이 같아서 같이 숙소에서 나와 일정을 시작했다.
맑은 하늘이 포근한 맨해튼의 날씨였다. 어제 메트로폴리탄에서 느꼈던 감동을 오늘 현대 미술관에서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교과서에서만 많이 보던 그림을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있을까? 한껏 부푼 기대감을 안고 메트로를 탔다. 레드 1라인을 타고 두 정거장을 이동해서 50 st station에서 내리면 된다. 길치인 나도 현대 미술관은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역에서 내려 보이는 출구로 올라가니 미술관 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0시 30분부터 입장 시작인데 내가 조금 빨리 왔다. 아직 30분 정도가 남아서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일반적인 뉴욕의 거리들도 나에게는 멋있게만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 타임스 스퀘어도 보였다. 이러고 보면 숙소에서도 걸어올 수 있는 거리 같았다. 다시 한번 내 숙소의 위치에 감탄했다. 주변 거리를 둘러보고 가족들에게 전화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입장 대기 줄을 섰고, 30분이 되니 문이 열렸고 내부로 들어가 입장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또 감사한 일이 하나 생겼는데 나에게 티켓을 발권해 준 동양인 직원분이 혹시 학생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하니 학생증이 있으면 할인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학생증이 없었고 다른 방법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딱 봐도 학생 같다고 그냥 학생 요금으로 티켓을 발권해 주셨다. 덕분에 24$에서 14$로 10$나 할인을 받았다. 그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그 직원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10$나 더 낼 뻔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절약에 한껏 기분이 좋아졌고 드디어 갤러리로 향했다.
먼저 미술관에 다녀온 강현이 형이 보는 팁을 알려줬는데 5층에서부터 내려오면서 보라고 했다. 과거에서 현재 순으로 보는 루트인데 이렇게 시간순으로 보면 좋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 방법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천천히 5층으로 올라갔다.
(이번 편에서는 3 개의 작품만 소개해 드릴 예정이며, 미술관에서의 자세한 이야기는 이모저모 편에서 이어집니다)
5층 첫 갤러리에 입성했다. 한가운데에 그 유명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걸려있었다. 사실 가장 나중에 보고 싶었던 그림인데 이렇게 갑자기 볼 줄은 몰랐다. 그곳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예상보다 일찍 봤지만 봤을 때의 감동은 정말 컸다. 그림에서 웅장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고흐가 자신의 절친과도 같았던 고갱과 크게 다툰 후 분을 이기지 못해 귀를 스스로 자른 후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아 생 레미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그려진 그림이다. 당시 고흐가 느꼈던 정신적 고통을 소용돌이로 묘사했다고 한다. 고흐의 관점에서 보이는 풍경들을 그림에 담았다고 했는데 이 그림이 웅장하고 멋있기는 하지만 당대 고흐의 심리 상태 또한 그대로 들어있는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다. 역시 고흐 그림이다. 넋 놓고 몇 분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어제 세잔의 사과에 이어 뉴욕에서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 중 한순간이었다. 다른 그림들도 보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보다 더 큰 감동을 준 그림이 하나 눈에 들어왔으니 그 그림은 바로 샤갈의 '나와 마을'이다.
첫인상은 정말 따뜻해 보였고 이게 진짜 그린 그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선명했다. 이 그림에 대한 배경 정도만 알고 그다지 관심이 있었던 그림은 아니었지만, 이 그림을 마주한 순간 소름이 돋았고 넋 놓고 몇 분 동안 바라보았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살았음에도 자신의 마을에 대한 애정이 있어 그림으로 표현해 낸 샤갈, 화면 오른쪽에는 자신, 왼쪽에는 마을의 염소를 그렸다.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교환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 함으로써 서로에게 얽힌 여러 가지 감정들을 눈빛으로 말해주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 또한 샤갈의 걸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와 그림에서 나오는 교회, 불타는 떨기나무를 보며 그도 기독교인임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인상 깊었던 그림이고 이 그림은 실물로 봐야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푹 빠져서 읽고 있을 수도 있는 미술관 작품 설명 시간이다. 이제 한 가지 작품만 더 소개하고 미술관에서 나와 다음 일정을 소화해보려 한다. 이 작품은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여 마지막에 넣었다. 바로 앙리 루소의 '꿈'이라는 작품이다.
루소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나이 40이 되어 미술을 시작한 루소는 미술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고 순수 독학만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화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야에서 독학만으로 세계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본인이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려 나갔다고 한다. 나는 이 그림을 보자마자 정글에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그림 속에 갖가지 요소들이 생동감을 더했다. 숲으로 이루어진 정글의 야생 동물들, 빽빽한 정글 속 긴 의자에 누워있는 여인, 정말 꿈속의 풍경인 것인가? 이 작품을 공부하던 중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루소는 평생을 프랑스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이 그림은 오직 상상만으로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꿈’이라는 제목과도 정말 잘 어울린다. 어쩌면 루소의 세계관에서 가장 꿈같은 공간을 이 그림에 담아 보았으리라,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인상 깊었던 미술관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오늘의 메뉴는 파이브가이즈이다. 마침 미술관 근처에 매장이 있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고, 이곳은 특이하게 고객이 직접 패티를 고를 수 있었다. 기본 버거 베이스에 들어가는 야채들을 고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혹여 ‘버거’만 주문한다면 빵과 패티 하나만 덩그러니 나온다고 하니 주의해서 주문하도록 하자! 당당히 들어가 마치 몇 번 와본 것처럼 주문했다.
직원: Hello~
나: Hello~ can I get a Cheese Burger with mushroom, onion and rettuce and small size coke Plz?
직원: OK That’s all?
나: Yep
직원: (내가 주문한 메뉴를 불러주며) This is right?
나: yeah~ perfect!
뉴욕의 기름진 음식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첫 시작은 세트가 아닌 버거만 먹어보기로 했다. 3분 정도 기다리니 버거가 나왔다.
첫인상은 솔직히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싸구려 햄버거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한 입 배어, 문 순간 나의, 생각은 어리석었음을 알 수 있었다. 와..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괜히 3대 버거가 아니다. 고기 패티는 입에 들어가는 순간 샤르르 녹았고 치즈의 느끼함을 숯불향 나는 버섯과 아삭아삭한 상추가 잡아주었다. 여태 먹었던 햄버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기대 이상 아니 그 이상으로 너무나 맛있었다. 한국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맛이 생생히 기억날 정도이니 그 맛의 임팩트는 정말 대단했다. 콜라와 함께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엄청나게 기름지기는 하다. 하지만 엄청나게 맛있기에 귀국하기 전 한 번 더 먹어봐야겠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식당에서 나와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려한다. 들뜬 마음을 가득 싣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나는 배터리 파크에서 엘리스 아일랜드 페리를 탈 예정이다. 탑승 시간은 3시이고 시간이 충분해서 여유롭게 갈 수 있었다. 이젠 길을 잃지 않고 한 번에 찾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번에 찾아간 배터리 파크에 도착하니 온통 사람으로 붐볐다. 큰 건물 하나가 있어서 거기에서 패리를 타는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거기는 출퇴근용 패리를 탑승하는 곳이라고 한다. 엘리스 아일랜드 패리 탑승장은 건물 우측에서 조금 걸어가니 나왔다. 위치를 확인한 후 시간이 조금 남아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았다.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의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 줌을 확대해서 사진을 찍고 주변 산책을 했다. 산책하다가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보는 여유와 낭만적인 상상을 하며 콜드브루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커피를 마신 순간 나의 상상은 와르르 무너졌다.
살면서 마셔본 가장 맛없는 커피였다. 추출이 잘 못 됐는지 쓴맛이 너무 강했다. 세 모금 정도 마시니 입이 거부, 하는지 헛구역질이 나왔다. 점심에 먹은 햄버거는 여태 먹어본 햄버거 중 가장 맛있었고 후식으로 마신 커피는 여태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없었다. 천당에서 지옥까지 경험했다고 하자, 여행 와서 신기한 상황, 신기한 경험들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커피를 정말 좋아해서 반드시 하루에 한잔 마시는 사람이다. 웬만한 커피는 다 맛있게 마시지만, 이곳의 커피는 편의점 커피만도 못한 커피였다. 카페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고 찾아봐도 정보가 나오지 않아서 자유의 여신상에 가게 되면 어떤 카페는 절대 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렇게는, 못하게 됐다. 뭐 내 입맛이 너무 까다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내 기준에서는 최악이었다. 너무 열불을 낸 것 같다. 결국, 네 모금 정도밖에 먹지 못한 커피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산책을 했다. 속에서도 더부룩한지 헛구역질이 여러 번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을 하니 어느덧 2시 30분이 되었다. 슬슬 패리를 타러 선착장 아무래도 한 국가의 랜드마크 와도 같은 곳이니 그만큼 관리가 힘든 가보다. 검사를 마치고 드디어 선착장으로! 거대한 패리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고 5분 정도 기다리니 게이트의 문이 열리고 탑승이 시작되었다. 패리에 몸을 싣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패리의 가운데 좌석에 앉아 출발을 대기! 드디어 보고 싶었던 자유의 여신상을 본다.!
출발을 알리는 패리의 경적과 함께 배가 서서히 출발했다. 앉아 있는 사람은 보기 드물고 전부 서서 자유의 여신상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신상은 자태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고 연신 사진을 찍기 바빴다. 내가 마주한 첫인상은 생각보다 크고 멋있는 걸크러쉬 같은 느낌이었다. 배에서 보면서 이 각도, 저 각도로 사진을 찍고 섬에 도착! 예상한 대로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여기에서는 사진을 찍고 간단히 섬만 둘러본 후 돌아가기로 했다. 패리에서 내려 여신상으로 다가갔다. 내가 머리를 한참 올려야 얼굴이 보일 만큼 컸다. 날씨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 뉴욕 자외선의 기습을 받아 선글라스를 끼고 섬을 돌아다녔다.
여신상이 가장 잘 나오는 스팟 에서 사진을 찍은 후 섬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여신상 뒤쪽으로 가니 강 너머 맨해튼과 뉴저지가 한꺼번에 보이는 스팟이 있었다. 여기도 사진 맛집이다. 멀리서 맨해튼과 뉴저지를 보니 정말 멋있었고 사진 또한 잘 나왔다. 섬을 둘러보았으니 아쉽지만, 여신상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 되었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생각보다 안에서 볼 것들은 많이 없었다.
더구나 나가는 대기 줄에 사람도 많아 하마터면 나가는 패리를 두 번 기다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뻔했다. 배터리 파크로 가는 패리를 타고 여신상을 마지막으로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에 올 때는 시간이 된다면 여신상 내부도 들어가 보고 싶고, 박물관에도 들어가 보고 싶다.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선착장으로 들어가 배를 타고 배터리 파크로 향했다. 오늘 잠을 많이 못 자서 그런지 많이 피로가 몰려왔고 저녁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 그렇게 숙소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잠시 뒤 저녁부터 펼쳐질 내 삶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준비를 하며 스르륵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