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을 만들다

뉴욕즈 결성!

by 여행가 박진호

약속시간 1시간 전에 6시쯤 눈을 뜨고 강현이 형을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했다. 잠시 잠을 깰 겸 숙소 발코니로 가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뉴요커들의 퇴근길을 보며 저들도 우리와 똑같이 오늘 하루가 힘들었겠지? 저들도 내일 출근하기 싫겠지? 저 들도 우리와 똑같이 퇴근 후 저녁때 친구들과 마시는 맥주 한잔이 그렇게 맛있겠지? 뭐 이런 잡생각을 하고 있으니 발코니의 문이 열리고 같이 숙소를 쓰는 게스트 한 분이 들어오셨다. 어? 일찍 오셨네요~? 혼자 여기서, 뭐 하고 계셨어요? 어~ 안녕하세요~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오늘은 좀 피곤해서 일찍 들어왔어요~ 서로 오늘 일과에 대해서 짧게 담소를 나눈 후 강현이 형과 식사를 위해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메뉴는 한식이다! 줄곧 기름진 음식들만 먹다 보니 한식이 그리워졌고, 강현이 형도 마침 한식이 먹고 싶다고 하여 뉴욕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간단한 외출이기에 옷도 간편한 옷을 입고 크록스 신발을 신으며 한결 가벼운 복장으로 숙소에서 나와 식당에 가는데 강현이 형한테 카톡이 왔다. 진호야 내 동행들도 한식 같이 먹고 싶다고 하는데 혹시 같이 가도 될까? 망설임 없이 좋다고 대답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괜스레 기대됐다. 답장을, 하고 다시 식당을 찾아가던 중 강현이 형한테 또 카톡이 왔다.


진호야 ㅋㅋㅋㅋ 우리 셋 중에, 한 명만 제대로 지하철 타고 나랑 나머지 한 명이 지하철을 못 타서 한 명 먼저 도착하고 우리 둘은 몇 분 늦을 것 같아 ㅠ 어이가 없네 ㅋㅋㅋ”


?? 에?ㅋㅋㅋㅋㅋㅋㅋ


이 무슨 코미디인가!?

ㅋㅋㅋ

식당에 거의 도착해서 형의 위치확인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보이스톡을 걸었다. 상황을 들어보니 웃음이 났다. 일행분 중 한 분이 먼저 지하철에 탔는데 형이 타려 할 때 지하철 문이 닫히고 그대로 출발해버렸다고 한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조심히 오라는 얘기와 함께 통화를 마치고 식당 앞으로 갔다. 오 마이 갓 여기 사람이 너무 많다. 9시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다시 강현이 형한테 톡을 하려는데 형한테 먼저 톡이 왔다.

“진호야 내 일행 한 명 먼저 만나고 있어, 반바지 입은 여자애야”?

??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ㅋㅋㅌㅌㅋㅋ

오늘 참 재미있는 일이 많다. 강현이 형도 어이가 없는 상황에 연신 웃었다. 나는 선천적인 샤이보이여서 남한테 먼저 말을 잘 못 거는데,,, 일단 만나보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주변을 살폈다.


한 여성분과 눈이 마주쳤다. 저분인가? 반바지를 입고 계셨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분도 긴가민가 하시는지 머뭇거리셨다. 서로 눈이 마주쳐 서로가 서로를 확신했다. 고맙게도 그분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해주었다. 서로 통성명을 했다. 그분의 성함은 최정윤 님이고 나보다 한 살 많으셨다. 서로 통성명을 하자마자 어색한 기류보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이제 강현이 형과 다른 일행분만 오면 된다. 연락을 해보니 거의 다 와간다고 했다. 빨리 와서 아직 친해지지 못해 약간은 어색한 이 기류를 풀어줬으면 한다. 강현이 형에게 톡을 보내고 난 후 정윤 님과 대화를 이어갔다.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지금까지 어디 다녀오셨어요? 정윤 님은 직장 퇴사를 하고 모아둔 돈으로 캐나다와 미국을 한 달 동안 여행한다고 했다.

나의 절친 뉴욕즈~~~

부럽다! 나도 다음에는 더 많은 돈을 준비해서 꼭 한 달 살기로 와야겠다. 정윤 님과 대화하며 어색한 기류를 조금이나마 풀고 있을 때 저 멀리에서 강현이 형의 모습이 보였다. 같이 오신 일행 분과도 인사를 나눴고 그분도 나보다 한 살이 더 많은 이나람이라는 여성 분이었다. 두 분 다 남성분들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두 분 다 여성분들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식당 앞으로 향했다. 처음 만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금세 친해지고 있었다. 주변에 늘어져 있는 한식당과 한국의 프랜차이즈 식당들을 보며 오~ 뉴욕에 저 식당도 있네~ 이런 얘기도 하고 각자 다녀온 곳에 대한 리뷰도 했다.

9시가 조금 넘어선 시점에서 늦은 저녁을 먹게 됐다. 앉아서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서로의 MBTI를 물어보는 건 우리 세대의 기본적인 룰이었다. 신기하게도 나와 나람 님의 MBTI가 같았다. 우리는 서로 신기해하며 급 친근감을 느꼈다. 형은 ISFJ, 정윤 님은 INFP였다. 서로 조합이 잘 맞는 MBTI여서 왠지 이 사람들이랑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오늘 다녀온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우리 모두 자유의 여신상에 다녀왔고 나는 섬에서, 그분들은 패리 투어로 다녀왔다. 패리 안에서 섬에 혹시나 내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고 했다.

뉴욕 부대찌개의 맛이란~~

원래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사정상 못 가게 된 거니 정윤 님과 나람 님도 나의 존재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고 했고 대화 내내 서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이렇게 늦게 저녁밥을 먹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한식의 자태에 자지러질 것만 같았다. 서로 잘 먹겠습니다. 를 외친 후 먹기 시작했다. 부대찌개는 내 소울푸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뉴욕에서 먹으니 색달랐다. 맛은 평범한 부대찌개 맛이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며 먹었던 한식집의 분위기와 맛은 그 어떤 식당의 음식들 보다도 맛있었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대화는 계속됐다.


나람 님은 축구를 즐겨 보고 정윤 님은 이번 메이저리그를 통해 입문했다고 했다. 나와 강현이 형 역시 스포츠를 좋아하니 축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곧 다가올 월드컵 우승팀도 조심스레 예측해 보았다. 이야기의 꽃을 피우며 서로 하하 호호 웃다 보니 어느덧 한 그릇 뚝딱 비웠고 그제야 배가 조금 찬 느낌이었다.


“진호님 설마 이렇게 들어가는 건 아니죠?”


약간의 고민은 됐다. 나는 오늘 잠을 많이 못 잤고 슬슬 피곤해지려 했다. 또 내일은 워싱턴 투어에 참여할 예정이라 아침 일찍 출발해 저녁 늦게 도착한다. 그래서 일찍 잘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났는데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웠다. 이곳은 뉴욕이고 우리는 20대 청춘 여행객이다. 젊음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는데 뭐가, 두려우랴? 단번에 같이 놀기로 했다. 하지만 어딜 가나 변수가 있기는 마련이다. 밥을 먹고 나오니 오늘 하루, 종일 따뜻했던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춥고 쌀쌀한 날씨가 우리를 맞이했다. 참 신기하다. 오늘은 덥다고 느낄 정도의 날씨였는데 저녁이 되니 또 많이 추웠다. 외투 하나도 걸치지 않은 우리는 단체로 패닉에 빠졌다. 가장 춥게 입고 온 정윤 님 빼고 말이다.


정윤 님 안 추우세요? (덜덜 떨며)

네! 시원한데요?


존경심이 들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추위를 타지 않다니 나는 어차피 외투 하나 정도 더 살 생각이어서 H&M으로 향했다. 급하게 외투를 사서 입고 나오니 한결 편안해졌다. 이 정도면 그다지 춥지도 않았다. 외투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우리는 타임스 스퀘어로 향했다.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가까웠다. 나는 아직 밤에 타임스 스퀘어에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다. 서로 가서 뭐 할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타임스 스퀘어의 밤은 그 어느 곳 보다도 화려했다. 수시로 바뀌는 대형 전광판들은 미래 도시를 연상케 했고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인파들은 뉴욕의 밤을 마음껏 즐기는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뭘 할지 얘기를 나누던 중 시티투어 버스인 탑뷰 버스를 타기로 했다. 한 번쯤은 타고 싶어서 조심스레 얘기하니 나람 님이 나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다른 분들도, 동의를 해서 타임스 스퀘어 앞에서 열심히 모객을 하는 직원? 분에게 갔다.

화려했던 뉴욕의 밤~

가던 도중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뉴욕에 오기 전에 그렇게 많이 들었던 Empire state of mine이었다. 다른 분들은 이야~ 뉴욕 느낌 나네~ 하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도 그분들의 분위기에 맞춰 넘기는 척. 했지만 사실은 뉴욕에서,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이었던 순간 중 한순간이었다. 노래는 1절을 넘어 메인이다. IN New york~~~ 다시 한번 소름이 돋았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이 노래를 듣는 것이 꿈이었고 나는 그 꿈을 이룬 것이다. 노래의 메인 부분이 나오자 주변 사람들도 모두 따라 불렀다. New york~~~ concreate jungle where dreams are made of~ There’s nothing you can’t do~ 마음만 같아서는 같이 신나게 따라 부르고 싶었다. 흥겨운 멜로디에 몸이 반응하는 건 드러머의 직업병인가 보다. ‘흥이 많으시네요?’ ㅋㅋ 나람 님이 말을 해주고 나서야 내 몸이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뉴욕 느낌 제대로 나네요”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뉴욕 하면 Empire state of mine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그 노래를 뉴욕의 상징인 타임스 스퀘어 그것도 늦은 저녁에 들었다. 가장 완벽했다. 완벽한 순간을 나 혼자 만끽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홀로 느꼈던 감동도 정말 좋았다.


감동을 뒤로하고 탑뷰 버스를 타기 위해 직원에게 다가가 탑승 안내를 받고 결제를 했다.

한껏 상기된 표정을 한 직원은 우리를 탑승 장소로 안내했다. 11시 50분에 정확히 출발하는 이 버스는 1시간 30분 동안 뉴욕의 주요 시내들을 돌며 야경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거리를 돌고 돌았다. 타임스 스퀘어를 지나 브라이언트 파크를 지나 맨해튼 교와 브루클린 브리지도 돌았다. 맨해튼교를 지나면서 봤던 야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모든 건물의 불이 켜져 있었다.

정말 이뻤는데,...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네요.. (주륵)

책이나 동영상에서나 봤던 뉴욕의 야경을 직접 적으로 본 순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버스에 탄 사람들 그리고 오늘 만난 분들도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우리의 감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워지고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탑승 전 나눠준 우비를 썼다. 뉴욕의 밤에 탑뷰 버스를 타고 맨해튼을 돌던 중 비가 와서 덜덜 떨며 우비를 입은 추억 하나를 만들게 되었다.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뉴욕의 풍경들을 보며 하하 호호 웃고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었다. 정윤 님과 강현이 형에게 어땠는지 물어보니 좋다고? 했다. 진짜 좋았던 거 맞죠? 그랬으리라 믿는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점에서 우리는 버스에서 내렸다. 처음 만난 분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놀았다. 다시 터덜터덜 타임스 스퀘어로 걸어갔다. 아직까지 뉴욕의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물론 서로의 번호를 교환한 후 말이다.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내일도, 모레도 있다. 우리 모두 귀국 시기가 비슷하니 여기서 몇 번 더 만나기로 하고 긴 하루를 끝맺었다.

강현이 형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면서 오늘 정말 재미있었고 동행 분들 만난 덕분에 앞으로의 여행도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강현이 형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강현이 형은 여러모로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같이 숙소로 돌아오니 모든 사람이 자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어제 오셨던 게스트 분이 깨어 계셨다.


“불태우셨나 봐요?”

네 맞아요.. 재미있게 놀았어요~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빨리 씻고 자야 했다. 시간이 어느덧 2시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서둘러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를 한 후 코를 슬쩍 긁으니 바로 코피가 났다. 코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며 오늘 하루 정말 코피 터지도록 놀았구나! 코피를 닦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웠다.

만남의 복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인사를 끝으로 내일 펼쳐질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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