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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해졌던 순간들

by 여행가 박진호

#특별했던 생일 그리고 필리핀 교회

태어나서 두 번째로 생일을 밖에서 맞이하는데 첫 번째는 군대 일병 때였고 두 번째가 이번 필리핀이다. 이번 한 번 정도는 언급 없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넘길 생각이다.

첫날 공항에서 슬 누나, 태은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생일 얘기가 나와서 내 생일을 알려줬었고 태관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알려줬던 걸로 기억한다. 이들 외에는 아마 누구도 내 생일을 알지 못할 것이다. 때마침 생일도 주일이고 필리핀 교회에 방문해 예배를 드릴 예정이어서 나름 특별한 생일을 보낼 예정이다. 전날이 토요일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쉬면서 하루를 보내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아, 다를 게 있다면 내 방 에어컨에서 물이 새서 내 방에서 개미들이 잔치를 벌였고 한동안 개미 소탕을 했다는 것, 콘도 매니저인 Christina에게 말했는데 오늘은 수리를 못해준다는 대답을 받은 거 정도?? 일찍 잠을 청했는데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태관이가 갑자기 나를 깨웠다.



나:....??? 왜? 무슨 일이야


태관: 형.. Christina 매니저가 형 찾아요


나: 뭐? 그분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인데?


태관: 어.. 몰라요.. 그냥 형 잠시 나와보라는데요? 뭐 해달라 한 거 있어요?


나: 아니? 무슨 일 있나?



이 늦은 시간에 나를 찾는 숙소 매니저 분의 목적이 무엇인지.. 약간은 피곤함과 짜증이 난 상태로 문을 열자슬 누나, 도희 누나, 태은이, 서연이가 초코파이 케이크를 들고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어머... 세상에나.... 졸음과 짜증이 확 사라지고 감동이 몰려왔다.

나를 위해 잠을 안 자고 기다리다니... 어떻게 알고....

초코파이 케이크 너무 잘 만들었잖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여러분~~~!!!!!!


생일날 자정부터 감동을 듬뿍 받고 다시 잠에 들었고 아침이 밝았다. 주말이지만 내 눈은 여전히 6시가 되기 전에 떠졌다. 우기여서 한동안 비만 왔는데 주님의 선물인가? 정말 오랜만에 해가 뜬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은 필리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아침으로 어제 받은 케이크를 태관이와 나눠 먹은 후 교회에 갈 준비를 했다. 처음으로 외국 교회를 간다는 생각에 설렌다. 실은 지난주에도 갔었는데 내가 예배 시간을 착각하고 한참 먼저 가서.. 결국 그날은 숙소로 돌아와 우리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오늘은 시간을 정확히 체크하고 예배당으로 향했다. 처음이라 약간의 긴장감이 있는 상태로 들어갔지만, 나의 긴장이 무색하게도 들어가자마자 많은 분들이

Welcome~이라고 해주며 나를 환영해 주었다.

주변에 보이는 자리에 앉았고 잠시 후 담임 목사님이 오셔서 다시 한번 환영한다고 해주었고 주변 분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주었다. 예배가 시작되고 찬양이 시작되었는데 내가 그동안 외국 찬양을 많이 들은 보람이 있다. 내가 아는 찬양이 두 개 정도 나왔고 찬양을 부르며 예배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설교를 마친 후에는 모든 성도님들이 "당신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는 축복의 통로"를 부르며 서로 악수하고 안아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모든 성도님이 나에게 다가오셔서 악수를 해주고 한 번씩 안아주었다.

이 교회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 신자로 나를 소개해 주는 시간도 있었고 다시 한번 모든 성도님들의 박수와 환영을 받았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성도님 30분 정도 되는 작은 교회였는데 혹여 다시 일로일로에 가게 된다면 꼭 이 교회에서 다시 예배를 드려야겠다. 목사님과 성도님들에게 소중한 추억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따뜻한 마음 간직한 채 교회를 나왔다.



오늘 저녁은 Angelia 선생님과 선생님의 Classmate 들과 함께 회식을 하기로 한 날이다. 다 같이 모여서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에서 Angelia 선생님이 나를 위해 케이크를 선물해 주셨다.. 말도 안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고!!!

선생님 덕분에 다른 학생들의 축하까지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생일을 보냈다. 이제 다음 주면 이곳을 떠난다. 정이 많이 들었는데.... 슬슬 짐을 싸야 하다니..


이제 필리핀 이야기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음 주에는 무슨 일들이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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