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용기 내 말을 걸었던 순간
사실 뉴욕에 관련된 이야기는 "내가 걸어본 뉴욕"에서 아주 자세히 풀어놨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 번씩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그동안은 공개하지 않았던 뉴욕에서 내가 느낀 것들과 깨달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실 여행 한 번으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거나, 책을 한 권 쓰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한 번의 여행으로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뉴욕 여행 둘째 날 아침이었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 주방으로 향했는데, 한 외국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본인은 리투아니아에서 왔다며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그 친구와 눈이 마주치던 순간, 부족한 영어 실력이 떠올라 잠시 망설였지만 용기 내서 대화를 이어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약 5분 남짓 스몰토크를 나눴고, 그 친구는 그날 체크아웃을 한다며 마지막으로 악수를 청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라도 물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렇게 짧고 선명한 만남 역시 여행의 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카페를 가든, 식당을 가든 가능하면 종업원들과 짧은 대화를 시도했다. 숙소 앞 단골처럼 들르던 카페에는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중후한 인상이었지만, 드립커피를 한 땀 한 땀 내려주는 모습에서는 묘한 멋과 품격이 느껴져 용기를 내 말을 걸어 보았다. 안부를 묻는 짧은 인사로 시작해, 내가 뉴욕에 오게 된 이야기와 커피를 배우며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게 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전했는데 내 영어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섰지만, 그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렇게 하루, 이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흘째 되던 날에는 나를 Korean guy라 부르며 반갑게 맞아주셨고 나와의 대화 덕분에 한국 음식에 관심이 생겼다며 어떤 음식이 맛있냐고 물어보셔서 제육볶음과 김치, 된장찌개는 꼭 먹어보시고 가능하다면 비빔밥도 꼭 드셔보라고 덧붙였다. 사장님께서는 정말 따뜻한 미소와 함께 정성스럽게 알려줘서 고맙다며 작은 도넛 하나를 서비스로 건네주셨다. 짧은 스몰토크였지만,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미국의 문화에 스며들고 있었고 동시에 내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옅어지고 있었다. 말이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이 있다면 대화는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뉴욕에서 배웠다.
어쩌면 내가 뉴욕에서 배운 건 영어가 아니라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서툴더라도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 대화의 장이 열렸고, 그 작은 용기가 하루의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인자했던 뉴욕 카페 할아버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던 그 순간을 종종 떠올린다.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니라, 말을 거는 사람 곁에 머문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