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 마지막 이야기
누군가 나에게 뉴욕은 어떤 도시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꿈의 도시라고 말하겠다. 다녀오기 전에도, 다녀온 이후에도 뉴욕은 계속 나를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뮤지컬 '라이온 킹'을 보는 것이었다. 마지막 일정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늘 시끄럽던 뉴욕의 거리와 타임스퀘어의 소음이 그날만큼은 이별 발라드처럼 잔잔하게 들렸다. 뮤지컬이 시작되고 암전이 되자마자 Circle of life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때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만났던 라이온 킹, 스무 살이 되어 실사 리메이크로 다시 보았던 그 이야기를 뉴욕 한복판에서 뮤지컬로 마주하니, 어린 시절의 나부터 군대를 지나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까지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치 선포를 하듯 외치는 배우들의 단단한 목소리, 실제 동물처럼 느껴질 만큼 정교한 분장,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던 오케스트라의 연주까지. 그날의 무대는 완벽했다. 그렇게 뉴욕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끝났고, 나의 뉴욕 여행도 막을 내렸다.
숙소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 뉴욕에서 가장 마음이 움직였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봤을 때도 아니었고, 자유의 여신상을 직접 마주했을 때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건 샤갈의 나와 마을, 그리고 앙리 루소의 꿈이었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공간에서 나는 입을 다문 채 한 그림 앞에 5분이나 서 있었다. 그림을 본다기보다는 그 앞에 '나'라는 작은 사람이 서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그 순간 다시 한번 깨닫게 됐고, 이상하게도 그 깨달음은 나를 작게 만들지 않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참과 뿌듯한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며 나를 다시 한번 깨워줬다.
9일 동안 뉴욕을 걸으며 보고, 듣고, 느끼고, 즐겼던 시간은 정말 꿈을 꾸는 것처럼 흘러갔다. 이 여행을 혼자 계획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고, 결국 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나의 자존감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더 넓혀 주었다.
내가 걸어본 뉴욕, 수많은 콘크리트 정글의 한복판에는 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작은 힌트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이 도시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도시라는 것을 꿈의 도시 뉴욕시티는 그렇게 나를 깨워놓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