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산부의 하루 루틴

출근부터 퇴근까지

by 동그란감자

나에겐 오지 않을 것 같던 나이 서른하나

나는 여전히 회사원이고 동시에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다.


아침 알람이 울리면 예전처럼 단번에 일어나지 못하고 몇 번의 망설임을 거친다.

피로감을 임신전과 비교하라면 비교할 수도 없다.

임신전처럼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걸까 처음엔 지쳐만 가는 내몸에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러지 않았는데 임신했다고 의식해서 그러는거야? 혼잣말로 나를 꾸짖기도 했지만 아기에게 가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다고 한다.

눈을뜨면 벌떡일어나 화장실로 곧장 향했는데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손으로 매트리스를 집고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있다.

바로 일어나면 배에 압력이 가해져 좋지 않다고 한다. 참 신경쓸것도 많지


씻고 머리를 감을때 머리를 앞으로 숙여 감는데 이거도 아기에게 안좋을까? 하는 생각이들어 요즘엔 서서감는다.

머리를 말리며 생각한다. 오늘도 출근을 해야 하고 오늘도 잘 버텨야 한다고.

그러니 뱃속에 있는 짱이야 엄마가 조금 힘들어해도 이해해줘 라고.


옷을 입는 거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편한 옷을 고르게 되고 배를 조이지 않는 고무줄바지를 입는다.

거울 앞에 서서 자연스럽게 배를 한 번 쓸어내린다. 아직은 크게 티 나지 않지만 나에게는 분명한 변화다.

그렇게 남편과 집을 나서면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출근길 지하철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하고 임산부 배려석은 엄청난 눈치싸움이다.

말이 배려석이지 비어있는 경우가 거의없다.

임산부가 앉아있으면 몰라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임산부 뱃지를 들고 앞에서면 눈을 감고 주무신다. 그래서 요즘엔 지하철을 타기전에 배만 눌리지 않게하자 다짐하며 몸을 싣는다.

회사 건물에 도착해 의자에 앉는 순간 비로소 긴장이 조금 풀린다.



업무를 시작하면 나는 다시 직장인의 나가 된다.

메일을 확인하고 회의를 준비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겠지만 내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다.

집중력은 예전만 못하고 피로는 훨씬 빠르게 쌓인다.

작은 일에도 에너지가 크게 소모되는 느낌이다.


가끔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게 된다.

지금처럼 쉽게 지치지 않았던 나.

피곤할땐 콜드브루 커피를 사오던 나.

스트레스가 많을땐 말차라떼에 샷추가를 하던 나.

그럴 때면 마음 한쪽이 조금 아려지기도 한다.

내가 좋아했던 음료, 씁쓸하면서도 진한 말차라떼, 너는 누가봐도 파워 E야 라는 나는 어디갔을까 하고.


그래도 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와 함께라는 생각을 하며 힘을 낸다.



점심시간은 단순한 식사 시간이 아니라 하루를 이어가기 위한 회복의 시간이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나를 쉬게 할지가 더 중요해졌다.

식사를 하고 나면 리클라이너가 있는 곳을 찾아 잠깐 눈을 감는다.

깊게 잠들지 않아도 괜찮다. 그 몇 분이 오후를 버티게 해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오후가 되면 몸은 더 솔직해진다.

피곤하면 피곤하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정확하게 신호를 보낸다.

특히 쏟아지는 졸음은 참기 어렵다.

커피 대신 물을 자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움직인다.



야근이 필요한 날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해야 할 일은 분명 남아 있고 책임도 여전히 나에게 있다.

임산부 라는 핑계로 도망가고 싶지는 않아 괜찮은척 야근도 하고

의미없는 디카페인을 마시며 짱이야 곧있으면 집에 갈게 조금만 버텨줘 라는 말도한다.






나는 지금 완벽하지 않은 하루들을 보내고 있다.

구매해둔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도 많고 예전 같지 않은 나를 마주하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배우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 법.

나를 돌보는 법.

그리고 아기를 지키는 법.



휴직 전까지만 힘내자.

힘들때마다 습관적으로 속으로 외치는 말이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