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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북촌으로만 향했던 이유.

홍상수 감독님 영화 뜯어보기

by 신세종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사람들은 호 볼호가 심하게 갈린다. 주변에서 친구들의 사견을 들어도 그러하다.

그뿐만 아니라 홍상수 감독은 한때 헤드라인 뉴스에서부터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도 있다.

그럼에도 베를린영화제나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분에 대상을 수상하시고

이분의 영화는 평단의 극찬을 받는다.


모든 외재적 관점을 배제하면

이분의 영화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경험과 지식의 경계를 뛰어넘는 예술적 가치가 담겨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우선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하는 이야기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외설적이다.

술 담배 남자 여자 이거 아니면 이 사람은 영화 못 만드는 거야?!

아니 지나치게 영화 수위가 높아서 영상이든 대사든 간에 거부감 들어서 못 보겠다.

19금도 아니고 거의 25금 수준이다..

(솔직히 나도 처음 볼 때는 너무 거부감 들었었다.)


우선 홍상수 감독이 그러한 쪽에 악취미를 갖는 것은 아닌 거 같다 되려

음... 그런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왜 술 담배 남자 여자

이걸 자꾸 등장시키는 걸까?!라고 되묻는다면

술 담배 남자 여자 이야기는

인간이 가장 많은 허위의식과 통념, 이중성, 허세, 편견을 보여주고

그러한 것들이 인간을 너무나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고 되돌아보게 만들어 버린다.


너희들이 좋아하는 술 담배 여자 남자 있잖아..

그거 사실 너를 가장 이중적으로 만들고 가장 허위의식이 가득 차게 만들고 가장 허세를 부리면서 없으면서 있는 척

하고 편견을 갖고 사람들을 몰아세워서 상처 주고

너희들 있잖아 엄청 부끄럽지 않아?!

이렇게 감독이 되려 묻는 것만 같다.


또한

그러한 상황 속에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보여서

가끔은 찌질 해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진짜 지긋지긋해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안돼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진짜 때려주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눈물 닦아주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진짜 욕을 해주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낭만 가득해 보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북촌방향이 그러하다.

여기부터는 약간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아직 안 봤으나 보고 싶으신 분들은 스킵하시기를 바랍니다.


북촌방향의 주인공 유준상 씨.

지방의 영화과 교수였던 유준상 씨가 서울로 올라와서 친한 형이랑 술자리 하면서 서울 북촌으로 가게 되고,

거기에 있는'소설'이라는 술집에 3번 가는 게 이야기 끝이다.(??)


뭐야 이게.?! 이럴 수도 있는데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

"반복"

이야기를 보면 술집에 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비슷하게 느껴지고

심지어 행동 패턴이 거의 유사하다. 그럼에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서.

사람들이 느끼기에 이게 뭐야?! 이게 무슨 재미가 있지?! 뭐 이럴 수도 있다.


'소설'이라는 술집에 3번 가는 과정에서

유준상 씨는 술집에서 피아노를 치고,

선배였던 형은 술집 주인의 허락 없이 술을 먼저 먹고

나중에 술집주인과 유준상 씨는 다른 모든 일행이 가고 나서 따로 술집에서 만나고,

그걸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하게 3번 하는 것이다


그게 끝이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천태만상이 이어지는데.


도대체 이게 뭘까 싶기도 하다.


사실 이건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다.

우리들은 매일 같은 반복되는 일을 하고

후회를 하고 또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라며 다짐하지만 이내 또 반복해서 실수하고


극 중 유준상 씨는 술집 여주인 김보경 씨를 만나러 가면

만나러 갈 때는

"야 나 너 아니면 안 될 거 같아 네가 운명이었어.. 너 아니면 안 된다고"이렇게 포효를 하고

술집 여주인인 김보경 씨는

"술 취하지 않고는 못 오나 봐?! 다시는 안 온다고 했잖아 우리 이러면 안 돼 오지 마 제발.."

그러나 그렇게 애원하는 남자를 보고 이내 마음을 열어주고

유준상 씨는 그 여자와 하룻밤 자고 나면

"나 다시는 너 만나러 오지 않을게 이게 너를 위해서 더 좋은 거야."

이렇게 바뀌게 된다.

그러면서 술집 여주인인 김보경 씨는

"담배 2개비만 줘요 오빠.. 이거 다 피면 오빠 생각 다시는 안 해볼게"


술과 담배 남녀관계로 상념화 되는 끊기 어려운 습관

특히나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많은 습관

그럼에도 너무 달콤한 유혹 같은 것이다.

심지어 극 중에 김보경 씨는 1인 2 역이다

하나는 "예전", "경진"

예전은 예전 그 여자를 말하는 거 같다...

네가 만났던 예전 그 여자. 그 남자. 그걸 캐릭터 이름으로 써버린 것이다

그런데 김보경 씨는 3번의 만남을 동일한 내용으로 처리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만나는 그 여자 그 남자는

예전 그 여자 그 남자인 것이고

동일인물은 아니지만 이미지화된 그 여자 그 남자는

같은 상념이다.

뒤틀어서 생각해보면 네가 하는 그 행동 그거 이미 예전에 했던 거고

또 현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거야라고 감독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 하지 말아야지 진짜 하지 말아야지.

다시는 다시는 이 짓거리 안 한다 진짜 다시는 안 해.

아니야 진짜 했어야 했었는데

그때는 그 사람의 인연을 받아줘야 했어.

내 운명이었어. 이제 와서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이 내 평생의 반려자였어. 아 ㅠㅠ

그 사람이랑 있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평생이 하루 같고 하루가 평생 같았어

그런 건 경험해본 적 없다고ㅠㅠ


그런 속박된 굴레 안에 있는 것이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성경의 주제인

하나님에 대해 인간이 저지른 죄-> 용서 회개->또 실수로 죄 지음-> 또 용서 회개

이것의 무한 반복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속성


혹은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

신에게 죄를 저질러 무한히 돌을 굴려야 했던 인간의 모습.


반복된 후회

이런 것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또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매력 중 하나

"즉흥"


홍상수 감독은 영화 대본 자체를 그날 만들어서 배우들에게 주는 걸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그날 생각나서 그날 수필처럼 물가는 대로 손가는 대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무슨 오븐에 빵 굽듯이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다.)

솔직히 이야기 듣고 놀랬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뭐.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의 영역일 것이다.


일화 중에 "하하하"라는 영화를 찍는 중에 유준상 씨가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그 장면을 NG컷으로 안 넘기고, 영화에 삽입시키고

그다음 장면을 바로 침 맞는 씬으로 넘겨버렸다는 거다

그런데 그 침 맞는 씬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능적 장면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나라에서"라는 또 다른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

유준상 씨가 영화 세트장에 갖고 온 캠핑용 전등, 기타 그냥 스텝들이랑 놀려고 가져왔는데

그게 등대랑 연결되면서 말도 안 되는 시너지를 만들어서 영화 주제를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준상 씨가 즉흥으로 만든 기타 연주곡 light house(등대)라는 노래가

칸 영화제에 울려 퍼질 때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는데.

이건 우연에서 이어지는 예술적 경지라고 봐야겠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간접 직접 경험을 통해 사물과 사건을 연결시키는데

이미 도사님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아니 진짜 산에서 내려온 도사님이 영화 만드는 그런 느낌이 있다.


북촌방향을 만들 때도 그러했다는 비하인드가 있다

극 중 김의성 씨는 홍상수 감독의 첫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주인공이었는데

그 영화 찍고 베트남 가서 사업했다가 잘 안돼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시나리오에 그대로 적어버려서.

극 중 김의성 씨가 등장할 때 유준상 씨의 선배가

"너 첫 영화 주인공 있잖아 그 친구 베트남 가서 사업이 잘 안됐데."

이런 대사를 그냥 넣어버린 것이다.

또 김의성 씨가 영화감독 겸 교수인 유준상 씨에게

"야 너 돈 때문에 나 말고 다른 배우 썼지 아주 그것도 결과는 처참했지. 꼴좋다."

이건 감독 본인에게 희화한 게 아닌가 싶다


또 극 중에 기주봉 배우분이. 원래 대사가

"눈이 오려나 날씨가 춥네"이거였는데

갑자기 눈이 내려서

"눈이 오네. 눈이 와.. 추워졌어."

이렇게 바꿔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이 정도면 거의 돗자리 깔고 점 봐도 용한 무당 소리 들을 정도의 경지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매력.

"귀여움"

귀여움이라는 감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정이다.

음.. 내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도 잘 웃고 귀엽고 목소리 예쁘고 뭐 이런 거다.

특히 머리에 핀하나 꽂으면 정말 귀엽고 예뻐 보인다.(;;;;)

귀여움은 또 정반대의 이질적 감정이나 이미지를 붙였을 때 주로 발생한다.

정말 완벽할 것 같은 사람이 실수한다던지

반대로 실수할 거 같은 사람이 이 악물고 열심히 한다던지

예쁜 사람이 갑자기 예쁨을 포기한다던지

돈 많은 사람이 돈을 포기하고 다른 가치를 선택한다던지

이런 이질적인 감정이 녹아들어 갈 때

우리는 귀엽다고 생각한다.


뭐 물론 얼굴이 귀엽고 행동이 귀엽고 그럴 수도 있지만.


북촌방향에는 아니 홍상수 감독 영화 전반에는 그런 캐릭터의 이질적인 부분을 잘 녹여낸다.

그래서

내용은 야하고 외설적이고 좀..(나도 야한거 별로 안 좋아한다.. 정말로...)

그래도 참고 보다 보면 캐릭터가 얼마나 입체적인지.

또 얼마나 지질하면서도 사랑스러운지.

떄려주고 싶다가도 정말 위로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캐릭터에 독자들이 동화되어가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특히나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의 주인공들 김상경 씨, 유준상 씨, 이선균 씨, 예지원 씨, 문소리 씨, 정유미 씨

진짜 모든 캐릭터가

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

실제로 홍상수 감독이 가장 최상급 극찬을 귀여움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기 때문에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봤던 영화 중.. 북촌방향에 대해서 짧게나마 사견을 적어보았다.

다들 하시는 일마다 행복하시고.

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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