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정해진 길대로 가는 인생, 실패 없는 인생,
그렇게 정석대로 살면 편할 거라 생각하는 인생
그런 것이 거짓이라는 것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알게 됩니다.
세상에 그런 이야기는 없다고,
우리의 인생은 예측보다 대응이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내가 이러한 선택을 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라고 예측하는 건
내일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오를 꺼야라고 예측하는 것처럼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그저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가치일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진짜 좋아라 하는 두 번째 영화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영화 제목처럼 추락의 이미지를 정말 잘 보여 줍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말이 떨어지고,
주인공은 스턴트맨으로서 떨어지면서 반신불수가 되고
또 인생에서 추락하여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고,
여자 꼬마 주인공은 오렌지 줍다가 떨어져서 팔을 다치고,
또 영화 시작에 나뭇가지가 떨어지고
그렇게 영화가 시작합니다.
추락을 통해 주어진 주인공들의 삶이 순탄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이제 막 발달하기 시작하는 무성영화 시기입니다
시네마스코프로 영사기를 돌리던 시기에 주인공은 스턴트맨이었습니다.
그러나 추락사고를 당하며 부상을 당하게 되고.
병원에서 꼬마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이 꼬마 아이가 진짜 너무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제일 매력이 넘칩니다.
아역 연기를 보면 가끔은 억지로 어린애가 어린애 답지 않게 연기하는
뭐 학원 연기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있는데
여기 나오는 여자 꼬마 아이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이 꼬마 아이는 그런 것 없이 구겨진 것 없이 딱 그 나이 때 걸음걸이 행동 말투, 손짓, 눈빛을 하니까
정말 귀엽습니다. 솔직히 이 꼬마가 이 영화 지분의 70%즘은 차지한 거 같아 보입니다.
영화 자체는 액자식 구성을 보여줍니다.
영화 안에 사건 병원에서 두 명의 등장인물이 만났고(A)
병원에서 그 둘은 다시 오디어스 환상의 문이라는 이야기(B)를 하나 더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완전한 현실이 아닌 픽션이기는 하나 어느 정도 작가의 경험을 투영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시나 소설을 쓸 때 온전한 저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쓰지는 않습니다.
제가 경험한 영역을 써야 할 때도 있지만
어느 경우는 완전히 제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을 써야 할 때도 있죠.
어느 경우는 남자인데 여성화자의 심리를 그려야 할 때도 있고
또 어느 경우는 애인도 없는데 이별의 심리를 그려야 할 때도 있고, 사랑의 심리를 써야 할 때도 있고
그런 것들은 지난 과거의 경험 혹은 책이나 영화를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을 토대로 써야 할 때도 있죠.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온 둘
하지만 이 둘이 만드는 환상의 문이라는 이야기.
판타지 세계를 그리는 이야기이기에 둘이 경험하지 못했던 이야기이지만
이 둘의 마음은 이 환상의 문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서로 교감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아빠와 딸이 함께 소설을 창작하는 이야기 같아 보입니다.(꺄앗 ~너무 부럽다..)
나도 아직 여자 친구도 없고 결혼도 안 했지만.
막 이렇게 딸이랑 같이 이야기하고 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ㅡ^)
이런 병실에서 커튼을 치고 꼬마와 스턴트맨은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이야기를 완성시켜갑니다
스토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스턴트맨인 주인공은 현실에서 너무 추락하여서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고 반신불수도 되고 그래서
그 상황을 잊기 위해서 향정신성 의학품(마약) 모르핀을 구해달라고 합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고 잠이 들게 하기 위해
그리고 종국에는 영원한 잠에 들기 위해서
그래서 병원에서 가장 순수하고 순진한 여자 꼬마 아이에게
환상의 이야기 오디어스의 문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중간에 이야기를 끊고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스턴트맨은 자기가 약을 먹어야 다음 기억이 난다며 아이에게 병원 약국에서 모르핀을 몰래 가져와달라고
요구합니다.
아니 근데 여기서도
꼬마 아이가 귀여움 터지는 게..
morphinE를 morpin3으로 읽어서
꼬마 아이는 의사와 간호사들 몰래
모르핀병을 구해오지만 모르핀병 안에 알약 수십 알을 화장실에 버리고
꼴랑 3개만 가져옵니다..ㅋㅋㅋ
아이는 그 이야기가 너무 듣고 싶고 또 그이야기에 본인의 생각을 투영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급기야 자기 자신을 이야기 속의 한 인물로 등장시킵니다.
이건 친구들끼리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하고 자신도 그 이야기에 몰입하면 그 이야기의 상황을 바꾸고 싶어 합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을 좋아하다 보면 나도 소설에 참여해서 써보고 싶은 이야기의 갈망.
꼬마 아이는 스턴트맨이 해주는 이야기에 본인이 적극 참여하기 시작하고
스턴트맨도 그러한 독자인 꼬마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기 시작하며
꼬마 아이와 스턴트맨은 서로의 마음을 교감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꼬마 아이가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가면서
실제로 액자구성 안에 있는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이야기가 바뀌게 됩니다
모든 것에 절망적이던 스턴트맨은 이야기 자체를 어둡게 만들지만
항상 밝은 꼬마 아이는 이야기를 밝고 희망차게 바꾸려고 합니다
수면유도제로 모르핀을 사용하던 스턴트맨은 늘 꼬마 아이에게 잠들기 위해서 약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꼬마 아이는 스턴트맨이 너무 많은 약을 먹어서 영원한 잠에 들었을까 봐.
일어나 달라고 우는 모습에.. 아 ㅠㅠ 마음 시리면서도 너무 귀여웠습니다.
그러나 사실 죽었던 것은 스턴트맨이 아니라 옆 침대에 있던 사람이었고 안도하는 꼬마 아이..
꼬마 아이는 스턴트맨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턴트맨에게 심적 안정을 주기 위한 약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또 모르핀을 몰래 훔치려다가 천장에서 떨어져서 다치게 됩니다..
자신을 위해서 이야기를 위해서 아이가 다친 것을 보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스턴트맨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죽이는 스턴트맨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고 자신도 이제 자살하려 하는 스턴트맨.
현실에서 더 이상 하반신을 쓸 수없고 자신의 여자 친구와 약혼도 없었던 일이 되었고
희망을 잃어버린 스턴트맨은 모든 등장인물을 죽이며 이야기를 끝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절망스러워서
약이 아니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워서
이제 약으로 생을 마감하려 하는데.
그래서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모든 등장인물이 죽는 베드 엔딩을 선택하는 스턴트맨
하지만
그걸 막아서는 꼬마 아이.
"그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요"라는 말 안에
"우리가 함께 만든 이야기잖아요. 왜 혼자서 이야기 끝내려고 해요?! 나는 이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났으면 좋겠어요. 아저씨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저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담겨있다.
이 장면은 꼬마와 스턴트맨 그리고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면서
절망 속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하는 스턴트맨, 안간힘으로 살리려는 꼬마 아이
그리고 둘의 생각이 반영된 세계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통해
현실에서의 삶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동화 속으로 도피하려는 스턴트맨은 결국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결국에는 스턴트맨은 죽음을 포기하고 삶을 선택하게 됩니다.
특히나 액자 구성안의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이야기를 할 때 나오는 곳은
모두 현지 로케이션으로 찍었는데
정말 세계 곳곳에 아름다운 곳 신기한 곳이 나옵니다
프렉탈 모양의 인공 호수, 나비모양의 섬 등등 실제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런 액자 안의 이야기의 로케이션은 정말 화려합니다 24개국에서 찍은 거라는데.
감독이 지독하긴 하구나 라는 생각도 하면서도 어떤 열정이 느껴집니다.
요즘은 CG도 있는데 굳이 이런 실제 로케이션까지 섭외해서 찍은 거 보면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사실 제가 제일 부러웠던 것은
둘이서 함께 소설을 만들어가는 과정
서로의 생각을 반영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그런 것들이 부러웠습니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 이야기하며 의견을 공유하는 일종의 작가 인터뷰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또 작가들끼리의 의견 공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았을 때
이제는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을 때
돌이킬 수 없을 거 같을 때
이렇게 옆에서 응원해주는 친구 혹은 부모님 같은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영화입니다.
다들 한번 꼭 보세요.
코로나 시기에 해외여행도 못 가는데(저는 해외여행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일단 영상이랑 로케이션을 보면
해외여행 온 느낌을 주게 됩니다.ㅎㅎ
오늘도 긴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