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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플레이스-원더풀라이프

생과 죽음의 점이지대의 이야기들.

by 신세종

수많은 문화권에서 삶과 죽음의 점이 지대가 존재한다.

단순히 죽으면 지옥 천국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중간지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절대선, 절대악으로 나눌 수 없는 인간의 삶을 절대 선이 존재하는 천국,

절대악이 존재하는 지옥으로 보내기에는 기준도 모호하고, 그렇기에 고대부터 사람들은

죽고 나면 영혼이 머무는 점이지대를 생각한다.


굿플레이스라는 미드를 보고 그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주인공은 죽고 나서 굿플레이스라는 평안한 공간에 머물게 되는데

자신이 지난날의 선행을 해서 마일리지처럼 쌓여서

좋은 장소에 와서 평안히 산다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그 굿플레이스라는 공간은 불완전하다. 선행을 행했다고 믿던 사람들이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고 또 공간 자체가 불완전하고 착하다고 해서 왔던 사람들도

아직은 불완전한 심리상태로 공간이 뒤틀리고 왜곡되어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고대 이집트의 사자의 서 같은 경우 파라오가 죽으면 그 피라미드 안에 수십 권짜리 사자의 서를 집어넣어준다

죽은 자가 저승으로 가는 길이 평안하도록 안내서 같은 것이다. 중간에 주문도 외우고 지도를 보고 따라가고, 만나야 될 신과 인물들을 설명해는책이다. 반면에 가난한 이집트인들은 사자의 서가 1장짜리인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상대적으로 저승길은 너무나 험하고 고된 일일 것이다. 중간에 생략된 길에서는 방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티베트의 바르도퇴돌이라고

불교문화권이 지배하던 티베트의 윤회와 전생 환생에 관한 길을 지도로 만든 것이다.

죽고 나면 이런 과정을 거쳐 환생한다는 일종의 점이 지대에 관한 그림이다


그리스 신화에도

스틱스 강이 나온다. 명왕 하데스에게 가기 전에 뱃사공 카론이 망자의 혼을 이끌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킬레스가 발뒤꿈치만 제외한 온몸이 강철이되었던 것은 발뒤꿈치만 스틱스강에 담그지 못해 약점이 되었다는것으로도 유명하다


북유럽 신화 게르만 신화에도

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

지옥 니플헤임

인간계 미드가르드

세계수 이그드라실

그 사이사이에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 그것 또한 일종의 점이지대다.


우리나라에도 하늘에 못 가고 구천을 떠도는 혼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또한 통과의례처럼 어떤 의식이나 한을 풀어내야 한다며

굿이나 살풀이 문화가 과거에는 발달해왔다



그러니까 굿플레이스라는 미드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떨어진 컨셉은 아니고

오랜 기간 인류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의 결과로 태어난 작품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바라볼 때 거부감 없이 이 미드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굿플레이스는 그곳에서 악행을 저질렀던 사람이 갱생하여 굿플레이스에

어울리게 변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일종의 패자부활전, 와일드카드 쟁탈전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개념이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에도 있었으니.

신곡 연옥.jpg

그것은 바로 단테의 신곡2권의 제목이기도 한

'연옥'이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

이렇게 세편으로 나뉘고

지옥과 천국의 점이지대가 바로 연옥이다.

그러니까 지옥도 아니고 천국도 아닌 연옥이라는 공간에서 영혼은 수양을 통해고 자기 죄를 씻음으로

천국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옥은 7가지 층으로 되어있다.

영화 세븐의 포스터 상단에 보면

일곱 가지 단어

lust(색욕), sloth(나태), greed(탐욕), gluttony(식욕), pride(오만), wrath(분노), envy(질투)

이 단어가 사실 단테의 신곡 연옥 편의 연옥의 7 층계이다

각층계를 지날 때 해당 과오를 회개하고 올라가서 천국에 도달한다는 개념이다.


연옥은 암흑중세기에서 계몽주의 르네상스로가는 가장 핵심개념이었다.

연옥(pugatory)은 기독교에는 없고 가톨릭에만 있는 독특한 개념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중세 교황청에서는 북유럽 베네치아라던가 피렌체 밀라노의 지중해 독점 무역으로 커져가는 부의 축적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교황청의 세금 수입원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에는 노동 없이 다른 사람의 돈으로 이자 수입을 얻는 것을 죄악시했고, 그것은 이미 유럽 전반에 거쳐 아니 아시아권 문화에서도 이미 좋지 않게 보았다.

하지만 이들은 교황청 발전 기금으로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어서

이들을 어떻게 구재해줄까 고민하다가 발명한 것이 연옥이다.

연옥이라는 중간 점이 지대를 만들고 고리대금업 은행 업자도 회개하고 다시 한번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것이다. 이전까지 자본에 대한 부정적이미지를 없애고

인류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며 북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자본주의의 싹이 터져 나온 곳이 바로 피렌체이고

피렌체 출신인 단테가 쓴 신곡 연옥 편은 당대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교육학 책이라 볼 수 있다.

또 그렇게 상업활동이 자유로워진 상인 계층은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게 되고

이성주의 합리주의 문예사조라던가 사회 전반의 발명과 기풍을 창조해낸 것이다.

암흑의 중세기를 끝장내고 계몽주의 르네상스를 이끌게 되었다.


그런 연옥의 개념 또한 이 굿플레이스에 녹아내려갔다.

여기 온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완벽한 절대선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절대선으로 가기 위한 끝없는 자기 수양이 요구되며

거기서 깨닫게 되는 자기 연민과 회환 그리고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선 혹은 인격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도달하면 완성되는것이 아니라 끝없는 자기수양을 통해서 기품처럼 뿜어져 나오는것이다.

그렇기에 나쁜 사람도 수양을 통해 점진적으로 선으로 향해갈 수 있고

착한사람도 자신의 선에 오만하게 취해있다면 다시 타락할 수도 있다

끝없는 자기성찰 그것은 현생뿐아니라 죽고나서의 점이지대

연옥에서도 진행된다 도달할 수 없지만 그점으로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 선이고

인격수양이다


굿플레이스에 나오는 절대선이라 생각되었던 사람과 시스템들도

사실 그 안에 작은 악이 있고

그것을 점진적으로 선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안에 있다.


또 굿플레이스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너무나 귀엽다.

다들 어디로 튈지 모르고 또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특히나 여자 주인공은 전형적인 트릭스터인데

절대 악은 아니고 가끔은 선을 행하고, 그렇다고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터이다.

그리고 외모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엄청 귀엽다.


트릭스터는 나중에 따로 모아서 글을 한번 써보겠다.


또한 가지 영화가 떠올랐는데 그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라이프(1998)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따로 글을 쓰겠다

(사실 내 최애 감독 중 하나라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일단 원더풀라이프도 삶이 끝나고 천국에 가기 전 그리스 신화의 스틱스 강처럼

일종의 점이지대에 영혼이 들이 모여서

자신의 가장 소중했던 기억을 하나 선택하고 그걸 영화로 만들어주어서

영혼에게 선물하고 그리고 천국으로 보내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영화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최애 감독으로 내가 꼽는 이유도

이분 영화를 보면 마음 한편에 온기가 온전하게 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자신의 생에 가장 좋아하는 기억 단 한 가지를 고른다는 것은

나머지 기억은 모두 버린다는 의미고

싫었던 기억을 버릴 수 도 있지만

좋았지만 차선이 되는 기억은 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또한 아직까지 선뜻 쉽게 고르지는 못하겠다.


그리고 이 영화가 정말 감동적인 것은 마지막에는

영화 독자들을 저승과 이승의 정류장에 앉혀놓고


당신의 소중한 기억이 무엇인가요?!

우리가 영화로 만들어 드릴게요.


라며 관객을 영화가 끝나고 나서

자신의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인 것이다.


지치고 바쁜 일상에서

정말 힘들 때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버텨나가는 것인데.

그런 행복을 솔직히 인지하고 상기시키며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왜냐하면 눈앞에 일들이 너무 고되고 정신없기에


그런 현실에서 한 번이라도 정말 몇 년에 거쳐 한번 생각할까 말까 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니까

정말 영화 끝나고 나서 또 다른 영화가 시작되는 느낌이라는 것이고

그렇게 행복했던 것들에 감사하고 지금 내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에너지를 받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생각할 때 이상하게도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현재에 감사하게 되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나 최근에 봤던 굿플레이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원더풀라이프를 보며 나도

내게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을지를 고르게 되어 본다.

사실 그렇게 고르는 과정 또한 행복하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고 고르는 과정은 나 혼자만 유희할 수 있는 누군가의 의지가 담기지 않은

아주 유니크한 경험이고 그렇게 고르는 과정 자체가 행복한 순간이다.


원더풀라이프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한번

떠올리면


빈 의자를 보여주고

내레이션이 깔린다

여러분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나요?!

당신의 기억을 영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관객에게 묻는 것이다.



그럼 저도 따라 해 볼꼐요(꺄악~~)

제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은 어떤 순간이 여러분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나요?!

저도 여러분의 행복한 순간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행복해지고

그런 작가가 되고싶어용~~


또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지만

정말 운명같이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소설로 만들어 주고 싶어요

너의 이야기 내가 평생 간직할게

그렇게 영화처럼 소설처럼

내 마음에 평생 간직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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