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나타나는 사람들
수십명의 경쟁자를 뒤로 한 채, 나는 인턴 중 한명이 되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회사인데, 그곳에서 나와 동기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됐다.
그때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생각보다 심각했다.
인사 통합으로 인해서 회사에서 요청하는 포지션에 남거나 혹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회사를 떠났고, 그러한 선택권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별 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정규직 자리를 놓고 시작했었던 혹독한 서바이벌에서도 오직 절반 가량만이 끝까지 살아남아 정규직의 목걸이를 걸 수 있었다.
뭐 지금에서야 이곳을 떠나서 오히려 다들 잘먹고 잘 지내고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꽤 오랜시간 동안 함께 했었던 친구들과 목표를 같이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나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무뎌지기 시작했다.
회사를 나가고 들어오는 일이 분기마다 기계처럼 반복됐다.
최근에도 가까운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가면서 많은 아쉬움이 들었지만,
그들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당신들의 선택은 타당한 이유와 충분한 목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치킨쿠폰을 퇴사 선물로 전달해주고는 했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이유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신의 의지로 나가는 이들은 그래도 가볍게 웃으면서 이곳을 떠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가업을 잇기 위해 나가기도 하고, 자신의 사업을 하기위해서 떠나기도 했으며, 이곳이 아닌 다른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너무 힘들어서 자신의 인생에 Space Bar를 넣고자 회사를 잠깐 동안 떠나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회사에서 사람들이 떠나갈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어쩌면 회사라는 안전한 항구에 닻을 내리고 빙빙 돌기만 하고 있는 내가 문제 아니야?'
'겁이나서 새로운 것조차 시도해 볼 수 없을 정도로 내가 겁쟁이가 되어버린 건가?'
아마 모든 회사원들이 주변 사람들이 떠나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냉정하게 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는 회사에게 우리의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해주고, 회사는 우리에게 그만큼 재화를 주는 단 하나의 계약을 맺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는 언제든지 노동법에 의거 '을'인 우리의 손에 의해 파괴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약으로 시작된 관계속에서,
치열한 삶의 고리를 함께 지탱해 나가던 동료들이 하나 둘씩 대열을 이탈해 사라지고 또 다시 채워지는 일은 한 부대에서 영원히 전역하지 못하는 장교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누군가는 이를 불행한 삶이라고 말하며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자신을 한탄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 그런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갉아 먹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당신이 회사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속감일 수도 있고,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월급일 수도 있다. 어쩌면 돈보다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며 느끼는 성취감일지도.
떠나가는 이들도 내가 느끼는 가치를 비슷하게 경험했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그곳에서 이루지 못했기에 그곳을 떠났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도 언제든지 닻을 올리고 출항할 수 있다.
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다른 그 어떤 존재도 아닌 나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직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언제든지 구명보트를 타고 그 항구를 떠날 준비는 되어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지금은 파도가 덜 불어오는 항구에 정박하여 언제든지 새로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파도가 높아 바다로 향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바다로 나가야만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열심히 배에 기름칠을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