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1.
챕터1.
진공관 속에 갇힌 듯 귓속에서 웅얼웅얼 거리는 소리가 머릿 속을 웽웽 휘저었다.
창문 사이로는 이미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창가에 놓인 선인장의 긴 그림자가 내 눈을 찌를 정도로 날이 밝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눈꼽이 가득한 눈을 비비니 눈이 따가웠지만 정신을 차리기에는 오히려 좋았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구냐고 아내에게 투정하듯이 물었지만,
일찌감치 일어나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하게 청소를 하고 있던 아내는 늦잠을 잔 나를 타박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까지 자고 있는거야.. 지금 몇 시 인지는 알아?"
"오늘 일요일이잖아.. 잠 좀 더 자자.."
침대에 누워 양팔을 휘적휘적 거리며 어리광을 부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청소기가 토해내는 굉음이었다.
귀를 막다가 참지 못한 나는 몸을 일으키고는 핸드폰을 뒤적 거렸다.
10시였다.
핸드폰에는 누군가 번호를 잘못 알고 연락 했는지 전화가 수십 통, 메세지가 30개 가까이 꽂혀있었다.
누군가 잘못 알고 있으니 알려줘야 겠다하며 수신함을 열었지만, 모든 연락은 일어나면 바로 전화하라는 친구들의 전화와 메세지였다.
‘아침부터 무슨 일 있나? 아니면 어제 술 먹고 돌아가면서 사고치고는 경찰서라도 들어간 건가..’
메세지를 하나씩 곁눈질로 읽으며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문을 열고 차가운 생수를 페트병째로 쏟아내어 메말라 버린 몸에 주유를 하려던 그때,
성운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입속이 얼얼해질 때까지 물을 한가득 머금고 꿀꺽 삼키며, 성운이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 마자 성운이는 황급하게 나의 위치를 물었다.
"너 지금 어디야? 너 괜찮아? 무슨 일 생긴거 아니지?"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난 집에서 자다가 이제 일어났어, 근데 전화는 왜 이렇게 많이 했냐? 무슨 일 생겼어?"
성운이는 내 대답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너는 살아 있구나, 다행이다"
"나는 살아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죽기라도 했어? 너 사건 현장에 전화해야 하는 거 나한테 잘못 전화한 거 아니야?" 황급히 성운이의 잘못을 다그치는 나에게 들려오는 것은 성운이의 울먹임이었다.
"...어제 모임 이후에 희정이가 죽었다고 연락 받았어, 아마 너도 곧 경찰서에서 연락 할거야.
나도 아침에 연락 받자마자 다른 애들은 괜찮은 지 확인하고 있었어..."
성운이의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난 밤, 우리는 함께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웃으며 헤어진 기억 밖에 없었으니까.
"희정이가 죽었다고? 말도 안돼 장난 치지말고 빨리 옆에 희정이 바꿔줘."
"정신 차려 김현진!!! 내가 아침부터 너랑 장난이나 하자고 이렇게 전화하는 것 같아?"
슬픔으로 울먹이던 성운이의 목소리는 어느새 나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모두를 피의자로 지목하고 있어서 당장은 나도 잘 알 수가 없어,
일단 너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을 거야 한번 확인하고 알려줘."
성운이의 말이 끝나자 휴대폰에서는 통화가 끝났다는 알림음만이 뚝뚝거리며 울렸다.
희정이가 죽었다.
백지장보다 하얀 얼굴과 얇고 긴 눈꼬리 그리고 작지만 단단한 검붉은 눈동자 때문에
구미호라고 놀림 받던 희정이는 어제 술이 얼근하게 취해 얼굴이 석양보다 붉게 물들었다.
내가 기억하던 희정이의 마지막 모습은 그렇게 즐거워하며 자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희정이가 왜 갑자기 죽었지? 어제 아무 문제 없었는데.. 자살? 타살?..뭐가 도대체..'
이내 온몸이 하얗게 질려가는 나를 본 아내는 무슨 일 있냐고 물었고,
나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어제 만난 동창 중 한 명이 죽었다고 대답했다.
“뭐라고? 어제 다 같이 술 마시고 택시 타고 잘 헤어졌다고 했잖아?
아내가 언성을 높이며 나를 몰아 세우는 순간, 현관문이 쾅쾅하고 울렸다.
"김현진씨 계십니까? 서에서 나온 이민형 형사입니다. 계시면 어제 일로 잠깐 이야기 좀 할까 하는데요."
굵고 낮은 목소리가 능구렁이처럼 문틈 사이를 지나 내 귀를 물었다.
지금 상황이 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났지만,
아내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니 이것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할 수 있는 건 문을 여는 것 밖에 없었다.
나는 문을 살며시 밀어내며 말했다.
"네 들어와서 이야기 하시죠...."
--주1~2회 연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