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은 없다

알고보면 하나도 안 이상해요

by 도씨


엄마와 나는 단 둘이 꽤 오래 살았다.

아마 엄마 속이 터지고 문드러지는 시간들이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나는 생활습관도 엉망이었고, 정신도 흐트러져 있었고, 정리정돈도 할 줄 몰랐으니까.

이제 와서 돌아보면, 항상 사고는 내가 치고 수습과 정리는 엄마가 다 하는 세월들이었다.


둘이서 처음 단칸방이 아닌 그나마 집같은 아파트에서 살게 된지 채 3년도 되지 않아, 엄마는 그렇게 좋아하던 우리집을 떠나 하늘나라로 갔다.


속상할 것도 수습할 것도 없는 하늘로 가서 홀가분 할까? 아님 혼자 가서 슬플까?

내가 행복하길 바랄까? 아님 마중나와 만날 날을 엄마도 기다리고 있을까?

가끔은 답을 알 수 없는 그런 질문들만 떠올랐다.


엄마를 잃고나서 한 동안은 그 아파트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었다.

엄마의 흔적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람 하나가 사라진 둘만의 집은 죽음같은 고요만 존재했다.

활동적이었던 엄마가 콩콩콩 집안일을 하면 움직이는 발소리조차 없는 적막한 집에서

나는 죽음을 닮은 밤이 올때마다 고독해서 좋아하던 밤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엄마가 귀신으로 나타난다거나, 도둑이 나타나 날 살해하는 것보다 이제 완연히 혼자가 된 삶을 실감하는게 더 무서웠다.


그래서 엄마와 내가 살던 집은 처분되었다.

홀로 된 나는 혼자 놔두면 어떻게 될지 모른단 판단(?)들에 의해 동생네 집으로 편입되었다.


동생은 나와는 다르게 어른스럽고 평범하게 살아와 자신의 삶을 일궈낸 멋진 사람이다.

나한텐 든든한 제부인 남편과 귀여운 조카인 아들도 하나 있다.


그런데 다 큰 머리 검은 짐승을 거두는데 셋 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어 보였다.

뭐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착한 그들에게는 유기묘 하나를 거두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다만 사이즈가 아주 아주 큰.. 하하.

실제로 그들은 유기묘 출신 고양이를 하나 기르고 있기도 했다.


졸지에 혼자 남았던 나는 가족이 고양이 두마리까지 하여 다섯이나 생겼다.

죽음을 닮은 고독에 몸부림치다가 처음 그 집에 편입 되었을 땐 좋았다.


하지만 혼자 맘대로 살던 사람이 단체생활을 하는데에는 고난의 적응이 뒤따르는 법.

안하던 집안일도 해야했고, 음식도 해야하고, 그 음식을 조카와 제부에게 먹여야하는 수준높은 고레벨의 책임들이 밀려왔다.


동생에게 많이 혼났다.

제부에게도 혼났다.

조카에게 혼났다.

아니 혼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 구성원은 여전히 서로에게 (정확히는 서투른 나의 성장에) 적응해가고 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 가족구성원을 말하면 이상해보이는 눈치였다.

하긴 동생이 언니와 형부 집에 편입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만,

다 큰 언니를 결혼하고 자식도 있는 상태에서 입양(?)해가는 구조는 신기한 일일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엄마 돌아가시면서 혼자가 되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라고 주눅이 들어서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놨다.


그러고나면 약간 이상함이 조금 덜어지는 것 같긴 했지만,

여전히 그 나이에 결혼하지 않고 입양된 내 입장이 이도저도 아닌 깍뚜기같아 보여서인지,

독립을 해 혼자 살아야지 빨리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결혼과는 이미 거리가 먼 사람인 것을..

사실 결혼은 내 일이라고 생각해본적도 없는 일 중 하나였다.

그리고 독립할 수 있는 있던 돈도 이런 저런 일을 벌이다가 모조리 경험치 쌓는데 써버린 후였다.


그렇게 이렇게 이상한 가족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매일 나때문에 삐그덕대고 있지만.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또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지 않나?

반항적으로 반문해보게 된다.


요즘에는 여러 모습들의 가정이 많으니까.


최근에 읽은 한 책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였는데 친구인 여자 둘이 집을 사서 애인사이가 아닌데도 같이 살아가는 모습.

또 다른 책은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여자 둘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사는 레즈비언 커플도 있었다.

그게 아니면 '혼자서도 잘 사는데 어떡합니까'라는 책에선 혼자 사는 여성의 삶을 당당하게 그리기도 했다.

그 외적인 가족의 형태도 분명 있을것이다. 편모가정,편부가정, 딩크가족.그 외 내가 상상하는 범위 밖의.


그 가족들도 들여다보면 결국 어느 평범하다는 가족들처럼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일 것이다.

우리 가족처럼.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평범하다는 것의 기준을 조금만 비틀면.


문제는 내가 이 구조에 잘 적응해나가지 못하고, 어른이 되가느라 힘들고 있다 뿐이다.

자주 엄마가 보고싶다. 공주같이 살던 나의 단체생활은 힘들긴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 가족은 이미 그 구성원이 다른 이들로 채워져 맞지 않는 톱니여도 맞춰가며 살아야하는 것을.

언젠가 완전히 독립하는 멋진 나를 꿈꾸며

오늘은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 설거지를 한다.


살아가는 건 겉모습만 약간 다를 뿐 결국 다 평범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평범하고 서툴게 살아가고있다.







어느새 이번 브런치북의 마지막 글입니다.

프롤로그는 없었지만 ..

다음 글은 에필로그로 하여 연재를 마치겠습니다.

에필로그도 기대해주세요.


여기까지 함께 쭉 읽어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