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하루 살기, 돈의 무게

순수한 노동에 대하여

by 도씨


세상에! 카드값이 정도를 넘어섰다!

정직원이지만 파트타임 알바처럼 일하고 있어, 월급이 개미눈물만큼이라 벌어진 일이었다.


그 동안엔 아직도 지켜주는 엄마 덕분에 돈을 좀 써도 버텨냈다.

*엄마가 지켜주는 이야기는 혹시몰라 아래 괄호안에 첨부한다.

(07화 아직도 지켜줘요)


하지만 .. 엄마의 힘도 언제까지나 계속 될 순 없었고, 카드값은 늘어나기만 했다.


어쩔 수가 없다!


힘들다고 악명높은 쿠팡 알바를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불가항력적인 선택이었다.

주말에만 몇 주를 나가면 해결 할 수 있고, 목돈도 벌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센터를 선택해 왜 이렇게 연락이 안 올까 싶을 때,

마치 연애하면서 답장을 기다리는 그 숨이 꼴딱 넘어가는 애타는 기다림 끝에,

토요일 전날인 금요일에 확정 연락이 왔다.

알아보니 보통 전날에 연락이 많이 오는게 정상이라고 했다. 그것도 모르고 애먼 애간장을 녹였다.


여튼 정신을 차려보니 이른 아침에 쿠팡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리고 또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PDA라는 바코드를 읽히는 기계를 들고 바코드를 찍으며, 물류센터를 종횡무진하는 나를 발견했다. 끝없이 상품의 위치와 상품의 바코드를 읽히며 카트에 음료박스를 실어 날랐다.


교육을 한시간 정도 받고, 박스를 나르는 밥먹기 전까지의 시간은 괜찮았다.

근데 웬걸 1.5L짜리가 몇개 들은지도 모르는 커다란 음료박스를 계속 나르는 시간이 찾아오게 되는데..

도망치고 싶었다. 그냥 다 내팽겨치고.


그래도 재촉하거나 빨리 하라고 채찍질 하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처음오셨냐고 이것저것 알려주고, PDA가 잘 되지 않자 자신의 것과 바꿔주는 분도 계셨다.

무시무시한 관리자나 재촉 후기만 잔뜩 읽었던 나는 그 친절이 내심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일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무거워도 슬퍼도 울 여유도 없었다.

일당과 카드빚도 잊고 어느새 이를 악 물고 집채만한(기분상) 박스를 몇 번인지도 모르게 쉴새없이 날랐다.

지게차와 박스와 박스랑 박스가 쌓이고 쉴새없이 같이 움직이는 분들과 함께.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단기로 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열심히 한 덕택인지 중간중간에 쉬기도 쉬었다. 힘들어 죽겠던 고비들마다 귀신같이 쉬게 해주신 덕에 힘든 일은 생각보단 빨리 끝났다.

쓰레기도 버리고, 카트 정리를 하고 정신이 들 때쯤 집에 가라고 했다.

아침 일찍 나왔는데 밤이었다. 꿈뻑하니 10시간 정도가 지나있었던 거다.


다시 털래털래 쿠팡 셔틀 버스에 몸을 실어 집에 터덜터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사지의 근육통에 시달리며 주말을 날렸다.

발등에는 안전화를 신었음에도 멍이 들어 있었다.

엄지발톱에도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었다.

둘째손가락 손톱은 짧았음에도 부러져 피가 비쳤다.

전투를 끝내고 온 전사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틀 연속은 무리란 판단이 들어서, 일요일 확정문자도 왔지만 취소를 누르고 내내 누워있었다.

생각보다 몸과 마음에 데미지가 컸다.

이상하게 마음도 함께 지치는 일이었다. 몸과 마음은 역시 하나로 연결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느낀점은 거기 고정으로 일하는 직원분들이 정말 대단하고 , 다들 날씬했다란 생각.

그리고 정말이지 오로지 내 몸 하나로 돈을 벌 수 있는 정직하고 깨끗하고 순수한 노동이었단 생각.

또 돈이란 정말 뼈빠지게 벌 수록 그 소중함을 배우는 거란 생각.

마지막으론 만천원정도를 벌려면 한시간에 커다란 음료 카트를 5~6개는 채워 옮겨야 된단 계산.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잔뜩 샀던 옷 택배를 화풀이인지 반성인지 모르게 뜯어보지도 않고 반품 시키는 쿠팡 노동의 효과를 보게 되었다. (물론 며칠 지나자 또 다시 샀다..)


그리고 왜 돈은 안들어 오지..라고 또 애간장을 녹일 때쯤 월요일에 넋을 놓고 있을때 소중한 내 노동의 값이 내 계좌에 들어왔다. 쿠팡..밀당의 대가다.



세금 몇백원을 제한 나의 소중한 일급!

나에 대한 뿌듯함과 대견함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하하하. 내가 그 하루를 견디고 견뎌 무려 10만원 가까이를 벌었구나!

이리저리 자랑하고 싶은 맘까지 드는 것 아니겠는가.

다녀온 분들 다들 그러고 사는 것일텐데..허참.


카드값때문에 또 가긴 해야되는데 솔직히 아직은 엄두가 안 난다.

아직 다녀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잠깐 몸이 힘든 악몽을 꿨었나?란 생각도 들었다.


이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또 어느새 쿠팡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돈이란 그렇게 노동의 중독을 부르는 것일까?

한번 맛보면 자꾸 가게 된다는 쿠팡 알바 중독증에 대해 조금 이해가 갔다.

이렇게 돈에 대한 식견이 넓어지기도 하는 거겠지..


아무튼 모처럼 돈의 소중함과, 소유의 힘듬과 ,순수한 노동의 뿌듯함을 느낀 하루였다.

아무리 그래도.. 로또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 돈 벌기 너무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