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그리고 약 몇알

열심히 사는 법 까먹기

by 도씨

며칠째 아니 정확히는 몇 주째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다.

요즘 삶에 유일한 원동력인 글쓰기를 쉬엄쉬엄 해서 일까?


요즘 흔히들 밈처럼 '정신병'을 '정병'이라고 한다.

정병이 있는 나는 한 번 이렇게 고꾸라지면 도무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침대에 고꾸라져 손가락하나 까딱하는데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


다만, 그 와중에 꼭 해야하는 일은 한다.

어느새 의무가 된 집안일도,조카보기도, 저녁차리기도 이제 조금씩 익숙해져 해내기는 한다.


문제는 그 할당량을 마음을 쥐어짜내어 겨우 해놓고 나면 그대로 다시 말그대로 드러눕는다는 것이다.

그 의무를 다 하려고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겨우 뜯은 아침약 몇알을 삼켜야만 한다.

그래야 할 수 있으니까.


한동안은 외국어 공부에도 열심이였고, 드라마나 영화나 책도 열심히 봤는데,

이번년도는 정말 열심히 살아서 목표를 이루겠다고 했는데..

이젠 마음에도 머릿 속에도 그것들을 둘 곳이 없다.


글을 쓰는일도 지금 사실 일을 하다가 시간이 남아 강제로 앉아 있어야 해서 겨우 쓰고 있다.


엄마 관련 글을 구상하고, 목차를 짜고, 두어 편 쓰기도 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다 꺼내어 공개해도 되는걸까?

아니 어디까지 꺼내도 되는거지?

왜 이거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지?

엄마의 생애를 쓰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는데.. 근데 그게 또 무슨 의미이지?

읽어줄 엄마는 죽고 이미 없는데.


아무튼 여러 생각과 무기력이 나의 글과 나 자체를 잡아먹고 있다.

삼킨 몇 알의 약효는 정말 반짝이다.


일도 할 수 있고, 맡은 바를 다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결국 가족 누구에게든 혼난다.

그것도 솔직히 지겹다.

어디까지 잘해야 잘하는건지 모르겠다.


이런 걸 한계라고 하나?

번아웃이라고 말하기엔 나는 그 정도로 열심히는 아니었다.


더 이상 도망치지 말자 싶지만 내 정신과 몸은 이미 통제력 바깥이여서

머릿 속에 도망치지 말자..말자..열심히 살기로 했잖아..잖아..

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돌아다니며 몸은 여전히 가만히 있는다. 살은 찐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제일 도망치고 싶은 대상은 스스로의 삶이자 나 자신이다.


결국 또 정병탓을 하며 약 몇 알 주워먹고 의무를 '대충'해내고 말 것이다.


대충은 싫은데..

열심히 아니 사실은 살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쓰는 글인데 무겁다.

그 무거움들에 눌려 오늘도 누워버리겠지.


그래, 나를 다 짓이겨

그러고나면 지나갈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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