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술마셔요

by 도씨



기다리게하지않아요.

헷갈리게하지도않구요.

그게 더 아파요.

차라리 아주 더럽게 나빠서 틈을 주면 질척거리고라도 싶은데

선을 그어요.

도망가버려요.

잡히지가 않아요.

기대하지않게해요.

그게 너무 슬펐어요


제 바뀐 번호도 저장하지않을거래요.

제가 먼저 던진 카톡창만 둘 사이에 남은거에요.

한 때는 둘이 그렇게 많은 카톡, 문자, 전화를 해놓고

이제 남은게 멀어진 대화만 남은 작은 카톡창뿐이에요.


미련남을까봐, 술취한 자신이 혹시라도 실수해서 전화라도 할까봐, 번호조차 저장하지않을거래요.

너무 단호하길래 그냥 웃으면서 넘겼는데 생각할수록 그게 너무 슬펐어요.

나때문에 많이 울고 많이 힘든건 알아요.

그런데 이젠 제가 슬퍼서 싫다는거에요.

그 말도 너무 아팠어요.

그마저도 감싸 주던 사람이 세월 앞에 이제 함께하면 즐거운 사람만 골라 만나고싶단 거잖아요.


슬픔은 이젠 꼭 제 정체성같은데 그마저도 부정하고 거부당한 느낌이었어요.

슬프고싶어서 슬펐냐고..따져묻고싶었어요.


그러다 저도 갑자기 탁 놓았어요.

펑펑 울다 말았어요.

자신없었거든요.

울릴수는 있는데, 웃게 해줄수도 있는데

제가 앞으로 슬프지 않을 자신이 없었어요.


습관처럼 그애가 마지막으로 돌아갈곳이라고 생각했던거같아요.

돌아가면 언제든지간에, 잡으면 언젠간 그렇게 잡혀줄거같았어요.

제가 너무 제 사랑을 믿었어요.


이제 다 끝난거같아요.


친구로 지내는 사이같은 것도 저는 안되나봐요.

친구란 허울로 붙잡아두기엔 저에겐 너무 오래된 집이에요.

돌아가려고해도 길을 까먹은거에요.


그러니까 나랑 래요?


그냥 술에 기대고 싶어서요.

기대어서 연락하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그냥..이건요..담배를 피울줄 알았으면 피웠을거에요. 술꾼이었으면 이미 아주 많이 마셨을거에요.

그냥 너무 외로워졌어요.


그런거 아세요?

가능성의 문이 단 하나도 남지 않은 느낌.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는 느낌.

여기에 있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밖에 없는데

견뎌져야 하니까 누구랑이라도 술을 마시고싶은거에요.


취해 잠들면 잊혀지지않을까요. 과음같은것도 안해요.

그냥 딱 잠들만큼만 마시고싶어요.


잠이 오지도않고, 잠들었다가도 금방 그냥 깨요.

가슴께가 묵직해요.

머리는 개운하게 맑아져 깼는데 다시 잠은 안와요.

어떻게 해야지.. 하다가 울어요. 눈뜨고 나서 바로요.


결국 이렇게 됐구나. 나는 돌아갈 곳이라고는 없구나.

맘을 들고 돌아다니는데 둘곳이 없어졌어요.

그게 다에요.


그러니까 나랑 술마셔요.


제가 병약하구요. 약먹구요. 아파요.

그리고 매번 슬프구요.

그리고 별볼일없구요, 짜쳐요.

그래서도 있을거에요. 건강과도 어림과도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약을 아주 많이먹어도 봤는데 푹 자기만 하고 죽어지진않았어요.

웃기죠.


그런거에요. 제가 그런 사람이에요.

그래서 납득했죠.

아 그래 도망가 도망가 다신 뒤돌아보지도 마.

행복하길 바라는데 또 영 행복하진마.

싹 다잊고 갈길가. 그런데 또 영 잊지는마.


한계를 봤죠. 제 한계요.

그렇게 짜쳐요, 제가


착한척 보내주는척 행복하라 비는척 모순, 위선이 가득해요.


진짜 마음이요? 그런거 이제 없어요. 없을래요..

아니 사실 그런게 뭔지 모르겠어요.


저도 절 잘 모르니까요.


그냥 안녕? 안녕히 가세요.


손님 보내듯이 끝난거죠 뭐


그만 얘기할게요. 입 아파요.










이전 23화도망가지마 나랑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