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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요정 김혜준 Jul 19. 2021

[저장음식] 우메보시 梅干し 01. 절이기

황매실의 놀라운 향에 취하다(21.06.26)

처음 가진 키친에서 무엇을 만들까 고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요리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고 스무 살 무렵 취미로 한식 조리 기능사 과정을 학원에서 수료하고 필기만 붙은 상태로 멈춰진 정도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연세 많으신 부모님 밑에서 음식을 하기 시작해서 칼질은 고르지는 못하지만 성격대로 빠르게 완성해버린다.


한마디로 결론짓자면,

배우면 배우는 정도는 해내지만 꼼꼼하고 단아한 스타일링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생활 자취요리 가능자.


바쁘게 일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김치와 저장음식이었다. 하지만 우메보시를 직접 담가볼 생각까지는 못했다. 늘 식재료를 주문하는 마켓 레이지 헤븐에서 남고매실(황매실)을 판매한다는 공지를 보고 덜컥 주문해 버렸다.


나는 이렇게 즉흥적이다. 요리에 능한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머릿속에 메뉴 선정- 과정 체크(레시피)-장보기-조리-플레이팅의 과정을 두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엉망진창의 순서 속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여하튼, 매실청을 담그려다 황매실은 우메보시에 적합한 품종이라는 설명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역시 네이버를 요리 선생님으로 모시고 우메보시 만드는 레시피를 뒤적이게 되었다.


* 기록하는 우메보시의 사진과 내용은 작년도가 아닌 올해의 사진으로 작성합니다.


도착한 남고 매실을 우선 세척한다

보기만 해도 참 예쁜데, 방 안을 채우는 향이 얼마나 화사한지.




푸른빛이 도는 큰 알맹이의 남고 매실은 그 향부터가 너무나 아름답다. 2-3일 볕을 쬐어 노란 빛이 나도록 후숙 한다.



후숙이 잘 되어 노란빛이 돌고 단단한 과육이 부드러워지기 전에 소주 한 컵을 부은 볼에 살살 굴려 소독을 해준다.


매실 무게의 10%의 소금을 2중으로 싼 김장 봉투 안에 매실과 함께 켜켜이 쌓아준다. 이틀간 병입 하기 전에 앞뒤로 뒤집어 줄 예정이라 바닥에 넓게 깔아주는 것이 좋다.


처음 나오는 매실초에 고르게 적셔질 수 있도록.


2-3일 후에 매일 두서너번씩 뒤집어 주었던 매실을 (길고 팔팔 끓여 내 소독한) 입구가 좁은 유리병에 넣어준다. 난 혹시 몰라 소주로도 한 번 씻어냈다.


맨 왼쪽은 모양이 망가지거나 흠집이 있는 매실로 과실주를 담근 병이다. 중간은 마켓 레이지 헤븐의 남고 매실 3kg, 오른쪽은 오미베리 메이스에서 구입한 남고 매실 3kg로 담근 버전. 2021.06.26



보통은 12-20%의 소금 양과 한 컵 분량의 소주를 이용해 1차 절임을 진행하는데 나는 작년에 첫 우메보시는 15%의 염도로 절였다(2020년 기준, 완성 후 맛을 보고 2021년 올해에는 10%로 맞춤).


우메보시를 담그는 것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꿀을 함께 넣어 염도와 당도 밸런스를 맞추기도 하고 나처럼 저염으로 담근 후 냉장 보관을 잘하는 경우도 있다.


박종숙 선생님께서도 10%로 담근 우메보시 7년째 잘 보관 중이라고 조언해주셨기에 올해는 10%로 맞춰 담그기로 했다.


이제 친구의 텃밭에서 자란 적시소 잎으로 물을 들일 차례.

여기까지의 작업이라면 이미 70%는 끝난 셈이다. 물을 들이고 추석 전에 3-4일간 바람에 말려주면 완성인데 그 과정 또한 경이롭게 아름답다.


여름을 맞이하는 나만의 절차 같은 작업이 되어 버렸다.

다음 편에 적시소 잎으로 곱게 물들이는 과정을 소개할 예정.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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