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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요정 김혜준 Dec 19. 2021

[겨울 요리] 마롱 글라쎄 Marrons Glacés

프랑스 아르데슈 지방의 전통 디저트




이 작은 한알의 밤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빠르면 7-8일, 길면 10일 정도가 걸린다. 특히 나는 밤을 냉장 숙성을 2-3주 정도 시켰으니 꼬박 한 달여를 이 마롱 글라쎄를 만드는데 소진한 셈이다.




마롱 글라쎄는 보늬 밤의 인기에 맞물려 약간씩 함께 동반 검색이 되는 듯한데 가능하면 만들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제과 전공을 한 나 같은 사람이 정말 내가 먹고 싶어서 만드는 것 아닌 이상. 무의미한 노동이니 해외 직구 또는 국내에서 생산, 판매되는 실력자의 마롱 5를 주문해 드시도록.



작년에는 마켓 레이지 헤븐에서 구입한 무훈증 추파 밤을 사용했고 올해도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해 손질까지 마치고 속껍질을 벗기는 단계에 돌입했는데… 너무나 바쁜 일정에 깜박하고 약한 불에 올려놓고 미팅 나갔다가 태워먹었다는 슬픈 소식.


그래서 다시 주문한 예목원 알밤 농장.

트위터에서 소개받고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냥 계속 혼자 까서 입에 들어가는 그런 맛.




대보와 다른 품종 하나씩 두 종류를 주문했다.

총 3kg이었는데, 또 바빠서 망친 바람에 결국 1kg만으로

마롱글라세를 만들고 말았다.


보내주신 안내문대로 구멍이 뚫린 비닐백에 밤을 넣고

김냉이나 냉장고에서 2주에서 한 달간 냉장 보관해주면

확실히 밤의 맛이 진해지더라.



밤 겉껍질을 까는 것이 제일 첫 단계

뜨거운 물을 붓고 놔두는 과정을 3번 정도 해서 불린다.



생율이 어찌나 맛있던지 계속 입으로 들어갔다.



입 짧은 햇님을 보며 금세 깐다.

겉껍질은 사실 일도 아니다.

속껍질(보늬) 작업이 가장 핵심이랄까.




이렇게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보늬) 상태의 밤을 보면

상당히 큰 유혹이 다가온다. 굳이 베이킹 소다 넣고 살짝 끓야가며 속껍질을 이쑤시개로 벗겨야 하는가. 그냥 이 채로 시럽 넣고 간장과 럼 넣고 졸여 보늬 밤을 만들자!


대충 이런 마음의 충돌.


하지만 칼을 뽑았으니 만들기로 한다.

작년에 만든 마롱글라세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터라 더더욱.




베이킹 소다를 한 스푼 정도 넣고 부르르 끓인다.




그러면 이런 상태.

속껍질 벗기기에 들어간다.


가능하면 이쑤시개로 표면의 결을 살려 벗겨내지만

손의 감각이 없어지면 칼로 표면을 날리는 방법을 쓰게 된다.



그리고 내 손은 밤 물이 들어 단풍이 지고




미리 이마트에서 구입한 면포를 재단해서 한알씩

싸서 묶어준다. 사실 이 과정은 안 해도 되는데 시럽에 절이는 과정에서 깨질까 봐 하는 방법이다.


나는 럼 대신에 좋아하는 얼그레이 티백과 바닐라빈을 입히는 터라 혹여라도 7일간 뒤적이며 티백이 터질 것을 예상(?)하여 꼭 하는 편이다.





요렇게 청순한 느낌으로 완성.



바닐라빈은 인터넷으로-

한줄기만 쓰고 나머지는 잘 랩핑 해서 냉동실에 두고

사용한다.


티는 믈레즈나 크림 얼그레이.

약간의 두터운 크리미함이 매력적이라 작년부터 늘 저 제품을 사용한다. ssg에서 구매했던 듯.




1:1로 물과 설탕을 넣고 끓인다.




1일 차의 모습. 차를 더해서 색이 더 진해질 예정이다.

맑고 투명한 면을 좋아한다면 티백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매일 1회씩 냄비 안에서 뒤적이며 부르르 끓여준다.

보통은 시럽만 따라내어 끓인 후 부어주는데

나는 다 같이 끓이고 그대로 다 같이 식혀 삼투압을 시킨다.




7일간 설탕이 잘 절여진 상태

망에 올려놓고 하루 정도 말린다.





1kg 하니 26알 정도 나왔다.

알이 작은 편이라 작업이 어려웠다는 점도 있었다.




여기에 제일 마지막 단계 글라사주를 하는데

남은 밤 시럽에 슈가파우더를 1:0.5로 섞어 퐁당 옷을 입히면 된다. 연하게 입히려면 시럽을 다시 끓여 투명함을 강조할 수 있다.





귀찮으니 포크를 이용한다.

그래서 오븐에 200도에 4-5분 굽는다.



완성




이런 식으로 완성이 된 마롱 글라쎄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전하는 귀한 선물이 된다.



만든 나도 아까워서 소중하게 챙겨 먹는 겨울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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