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회사
- 애송이 사회인 시절(물론 지금도)에 쓴 글입니다
나는 나중에 무엇이 될까. 지금의 나는 무엇이지.
애초에 안정적이 생활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직 철이 덜 들었나. 사회가 만든 여러 제도에 대한 의심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있었다.
원하는 포지션으로 취업을 하였다. 심지어 그럴듯한 월급을 받는다. 난 내가 취업을 하면 바로 사고 싶은 것들을 지를 줄 알았다. 턴테이블, 스피커, 빔프로젝터, 플스, 닌텐도, 애플 워치 등등 값이 나가는 물건들은 메모장 ‘살 것들’에 언제나 적혀 있었다. 하지만 선뜻 결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왜일까.
서민 유전자가 너무 강해서 돈 쓸 줄도 모르나 봐. 아직까지도 버스랑 지하철 타는 게 편해. 엄마와 우스갯소리를 했다.
나는 아마 이것들을 사더라도 그렇게 기쁠 것 같지 않다. 과연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까?
이미 가성비충이 되어버렸다. 왠지 얘네를 다 사도 허무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단 말이지. 돈이 더 많으면 살려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뭐지. 영원한 건 무엇일까. 이 공허함을 채우려면 뭘 해야 하는 걸까. 영원한 것을 추구해야 하나?
나는 목표지향적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고생 끝에 성취한다. 하지만 목표를 이룬 후의 성취감은 한순간이고 금세 허무함이 몰려온다. 그런 순간에는 사람들이 왜 가족을 만들고 사랑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보통 영원이란 그런 걸 뜻하지 않나. 사랑. 가족. 등등
인생을 대충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등바등 살고 싶지도 않다. 피곤하니까.
천성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급하고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나는 아등바등 사는 법 밖에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일단 뭐라도 한다. 공부를 하거나. 돈을 벌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예민하게 날이 서있어 두통도 심하다. 성격이 급해 약속 시간에 지각해 본 적도 없고, 뭐든지 미리미리 해야 직성이 풀리며 걸음도 빠르고 말도 빠르다.
심지어 느리고 미숙한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그리고 내가 미숙한 것도 참지 못한다. 그래서 괴롭다.
자신의 완벽하지 않음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그걸 알면서도 완벽을 추구한다.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니 포스터나 엽서로 벽을 꾸미거나, 여행 가서 찍었던 필름 카메라 사진을 인화하는 등의 소소한 일을 할 수 있는 맘의 여유가 생겼다.
돈이 최고지 싶으면서도, 돈만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으면서도, 뜻이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나이브한 생각도 한다.
쩝 인생에 대한 고민은 이쯤에서 집어치우자. 할 일이 많으니까.
내 삶의 방식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태어나길 이렇게 태어났으니 그냥 나대로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