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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순 May 12. 2022

11-7. 직장에서 나와 가정에서 나를 동일시해서


40~50대: “직장에서의 나와 가정에서의 나를 동일시해서 가족과 아이들을 힘들게 하곤 합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와 남편에게 풀고 있는 내 모습이 싫습니다.”



안 되는 것을 더 하려고 자꾸 애쓰면 더 힘들어집니다. 오히려, 가정에서도 직장의 내 모습이, 직장에서도 가정의 내 모습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동일시’를 벗어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상사 또는 부하 직원이고, 가정에서는 엄마, 아내, 며느리인 ‘다중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옛날의 농경사회가 아니지 않습니까? 해 뜨면 온 가족이 논밭으로 나가 함께 일하고, 밥 먹고, 잠자던 시대가 아닙니다. 이제는 자녀나 부모 모두 너무 다른 각자의 일에 무척 바쁘고, 그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맞닥뜨린 경쟁에서 밀린다는 강박감도 적지 않습니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감정과 행동이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합니다.


일과 가정을 잘 병행하려 해도 무게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 마련입니다. 감정의 스위칭Switching이 원활하지 않으면 동일시로 인한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사람은 기계처럼 동시 작업Multi-Tasking이 되지 않습니다. 스위칭을 반복할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중역할의 스트레스에 포위되어 있지 않습니까? 어쩌다 잠시 탈출하더라도 스트레스는 곧바로 추격해옵니다. 당신이 겪는 다중역할의 갈등과 스트레스는 자녀가 적을수록, 자녀의 나이가 많을수록 완화됩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약藥인 셈입니다. 노력하면 좋아지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 상황과 조건이 바뀌어야 어느 정도 해소됩니다.


그러니, 스트레스 풀겠다고 자꾸 뭘 더 하지 말고, 안 해도 되는 것부터 과감히 끊어내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당신이 마음 내키지 않는 것, 몸이 힘든 것부터 끊어냅시다. 역할을 아무리 잘해도 당신이 힘들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고, 진정 잘하는 것이겠습니까? 내가 잘돼야 다른 사람도 보살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것 아니면 당장 당신 마음대로 하십시오.


다중역할? 스위칭? 생각해봅시다. 당신 안에는 능력이 아주 좋은 당신이 여럿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이런 당신을, 저럴 때는 저런 당신을, 그때마다 필요하고 적합한 당신을 불러내십시오.


젊을 때는 상황에 따른 감정과 역할의 스위칭이 잘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하던 사람도 40~50대인 당신처럼 나이를 먹고, 관계가 복잡해지고, 걱정이 많아지면 스위칭이 당연히 느려집니다. 스위칭이 느려지니, 자주 화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스위칭이 느려지면, 당신의 반응 속도도 좀 늦추십시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생각과 행동이 느려지는 것입니다. 조금만 천천히 해 보십시오. 그리고 가정에서도 서서히 당신의 결정권을 분담하고, 내려놓는 훈련을 하면 좋습니다.


“직장에서의 나와 가정에서의 나를 동일시해서 가족과 아이들을 힘들게 하곤 합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와 남편에게 풀고 있는 내 모습이 싫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가족에게도 이대로 말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만약 그럴 수 없었다면, 오늘이라도 가족들에게 차분히 말해보세요.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제대로 모릅니다. ‘알아서 먼저 짐작’이란 것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해결이 안 된다 해도 말은 하고 살아야지요. (회사에서 회의도 하고, 상담도 하지 않습니까?)


아마도 우리 가족 중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당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 힘들어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남편도 회사에서, 당신의 아이도 학교와 학원에서 비슷한 일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가족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고, 감추고 살자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만약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도, 가족이 온전히 당신을 이해하지 못해도, 당신은 당신을 위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이것 한 가지를 합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가정의 일에 대해 역할 분담을 해 보십시오. 하루, 한 달에 벌어지는 소소하지만 필요한 가사 활동이 있습니다. 그것들에 관해 무엇을, 누가, 언제 하자고 의논하여 결정합시다. 아이들이 나이가 어리다면 거기에 맞춰서, 아이와 남편에게도 분담하시기 바랍니다. 내 몸이 힘들면 내 얼굴이 짜증을 냅니다. (회사에서도 업무 분담을 하지 않나요?)


석 달에 한 번 정도는 하루나 며칠간 가족여행도 하십시오. 그 사이에 당신이나 남편도 잠시 혼자 하는 여행을 해도 좋습니다. 가족여행으로 오랜만에 같이 먹고, 같이 눕고, 같이 놀다가 잠깐 시간을 내어 남편과 아이의 말을 들어주세요. 쑥스러워서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면 당신이 먼저 하십시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힘든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엄마인 당신이 웃어주세요. (회사에서도 Wrap-Up이나 Workshop을 하지 않습니까?) 


회사에 다니면서 오만 생각이 듭니다. ‘이 돈 벌려고 괴롭히는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승진 누락을 몇 번이고 참아야 하고, 이상한 소문에 시달려야 하나?’ 등등. 하지만, ‘이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 꼬박꼬박 월급 나오고, 소소한 혜택도 좀 있고, 커리어도 쌓는 워킹맘’ 등등을 생각하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정말 쉽지 않지만!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직장에서 풀거나, 거기서 털고 퇴근합시다. 그래! 별 것 아니야! 얼른 집에 가자! 식구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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