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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순 Jul 24. 2023

경영컨설팅을 100% 실패하는 회사

‘짐작하건대 이런 회사가 아닐까?’란 당신의 추측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컨설턴트가 미리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겠지만, 실패를 나중에 마주치는 때도 있다. 물론, 실력이 없는 컨설턴트를 만나서 실패한 회사까지 넣는 것은 아니지만, 검증이 잘못된 책임은 있다.


회사는 오랜 고민 끝에 경영컨설팅을 선택한다. 경영컨설팅을 받아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몸 관리를 잘하면 병원에 안 가도, 1:1 PT를 받지 않아도 남들보다 더 건강하고 매력적일 수 있다. 아무튼, 무슨 이유가 있어 안정과 성장이 안 되는 회사가 컨설팅을 찾아 나선다. 경쟁자를 떼어놓는 초격차 기업이 되기 위해 컨설팅으로 도전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컨설팅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다. 컨설턴트는 고객사와 함께 최선을 다해 그 확률을 낮출 뿐이다.


첫째경영자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회사는 100% 실패한다.


무소불위無所不爲란 ‘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경영자도 겁을 내는 것이 있다. 4대 사정 권력 기관인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그리고, 3대 경제 권력 기관인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중에서 특히 ‘검찰과 국세청’이다. 만약 위법한 사실이 있다면, 본인 신변과 회사의 자산이 한순간에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기관의 조사에는 꼼짝 못 한다. 무소불위는 사라지고, 과하지욕(袴下之辱,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도 망설이지 않는다. 욕망과 두려움의 충돌이다.


회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그의 정체도, 알고 보면 사실 누구보다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기에 조금만 거슬리면 큰 소리로 화를 낸다. 그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바로 ‘논리論理’다. 본인의 확증편향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결정을 강요하고, 이 결정을 뒤집는 것도 늘 있는 일이다. 그때마다 충직한 직원들의 논리를 거부하고 쥐 잡듯 질책한다. 부하직원을 경영의 조력자가 아닌 위협하는 자이며, 본인과 경쟁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지만, 정작 본인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가장 많이 한다.


‘나는 지배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의 반대쪽에 있는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알면서 그러든 몰라서 그러든, 권세와 명예에 집착하면 결국 불행할 뿐이다. 과거의 국가와 기업의 역사가 증명한다. 온몸으로 변화를 알아채고 철저히 대비해도 모자랄 지경에 망상妄想의 성城을 지키고 있다면 직원들의 가슴앓이는 어쩌란 말인가.


경영컨설팅은 논리를 가지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숨 가쁜 일이다. 그래서 무소불위의 경영자와 논리적 경영컨설팅은 결코 합合이 될 수 없다. 본인의 이익만 좇는 경영자에게 진심으로 헌신할 직원도, 길을 터줄 컨설턴트는 어디에도 없다.


설마! 컨설턴트로서 이런 사람을 진정한 경영자로 바꿔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는가? 그게 컨설턴트의 진정한 책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아니면 누구의 선동에 넘어가서? 절대 그러면 안 된다. 무모하다. 당신은 그 경영자와 크게 다투거나 일방적으로 모욕을 당한 채, 빈털터리로 쫓겨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석 달 동안 잔뜩 화를 내봐야 소용없다.


둘째공감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강요하는 회사는 100% 실패한다.


머리가 가려운데 종아리를 벅벅 긁는다? 이건 단번에 이해할 수 없고, 따져볼 것도 없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직원들을 사정없이 더 몰아치기 위해서? 쫓아내고 싶은 임원이나 팀장이 있는데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 본인도 뭔가 엄청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부디 이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컨설팅을 시작하기 전이면, 하지 말거나 다른 프로젝트를 건의하는 것이 맞다. 물론 그 프로젝트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지만. 프로젝트를 하는 중이면, 컨설턴트에게 귀책이 되지 않는 적당한 이유를 대고 중단하는 것이 맞다.


변화와 혁신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리더십은 직원들의 공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에너지가 모이고, 과감하게 집중할 수 있다. 공감할 수 없는 프로젝트로 단기적인 성과를 얻더라도, 곧 실패로 드러나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기대를 잔뜩 모은 전문경영인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본인은 물론 회사가 낭패에 이르게 된 사례는 상당히 많다. 그 주된 원인은 과욕이었다. 그는 직원들이 공감할 시간을 주지 않았고, 반대편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과욕을 통제할 수 없었다.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이런 권력자가 만들어낸 냄새가 아주 고약한 쓰레기일 뿐이다. 그런 프로젝트를 수행한 컨설턴트는 그냥 홀로 헤매는 투명인간일 뿐이다. 일자리가 위태로워 장단을 맞추는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설마! 컨설턴트로서 ‘공감’을 만들어내겠다고? 정말 영리하게, 잘 타협해서 아주 작은 공감이 작은 그룹에서 만들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까지고 그걸 가지고 본인이 내세울 일도 아니다. 결국엔 공감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컨설턴트 당신은 인사권人事權이 없기 때문이다. 공감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셋째투자 여력이 없는 회사는 100% 실패한다.


먹고사는 것이 정말 힘들면 뭘 따질 겨를이 없다. 회사 경영도 그 기본은 현금 곳간과 항산(恒産, 일정한 재산과 생업)이다. 물자가 풍부해야 일이 바로 선다. 회사의 재정財政이 몹시 궁핍한데 경영컨설팅을 의뢰한다? 당연히 본질을 벗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경영컨설팅도 한계는 분명하다. 예를 들어, 제조회사에서 제품의 불량이 많아 클레임 비용을 막대하게 부담하고 있다고 하자. 물론 업무의 처리 과정이나 각자의 책임과 권한, 투자의 우선순위 등 컨설팅으로 경영 개선이 가능한 영역이 있고, 그 효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불량의 이유가 기술이나 설비의 문제라면 분명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것은 경영컨설턴트가 해결할 것이 아니라, 기술자가 해결할 문제 즉, 회사 스스로 먼저 해결할 문제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회사는 분명 일하는 직원도 적을 수밖에 없다. 아마 겨우겨우 반복되는 일만 처리할 정도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컨설턴트가 꾸역꾸역 프로젝트를 한다면, 혼자서 온갖 일을 다 해야 한다. 견디기 힘든 것은 둘째치고, 이러면 의미가 없다. 컨설팅한 것들이 회사에 적용이나 유지 즉, 내재화內在化가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컨설팅의 결론은 대부분 변화를 위한 투자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었던 과거로 돌아가면 안 되고, 이제부터 효율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투자다. 그런데, 이런 투자가 불가능하다면, 컨설턴트의 결과물은 그날부터 제로Zero가 된다.


설마! 컨설턴트가 고객의 금고를 당장 채워줄 수 있다고? 어디서 정책자금 같은 것을 끌어올 수 있겠지만, 그것도 번 돈이 아니고 결국 빚이다. 모세의 기적奇跡? 제갈공명의 남동풍南東風? 지금 그런 건 없다.



◯▲□


제안 요청서(Request For Proposal)를 꼼꼼히 살펴보거나 충분한 시간 동안 첫 상담을 해보면, 컨설팅을 할 수 없거나 하면 안 되는 요청사항이 있다. 이럴 때는 시작하면 안 된다. 프로젝트의 욕심 때문에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으로 컨설턴트가 모래 지옥에 빠질 수 있다. 어떤 회사의 어떤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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