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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순 Jul 29. 2023

컨설턴트가 만나지 말아야 할 회사

경영컨설팅도 우여곡절을 겪는 ‘사업’이기에, 그 수요자나 공급자는 부적절한 유혹과 수렁에 어쩌다 빠질 수 있다. 범법조항이 있는 줄 모르고 용역을 발주하거나, 범죄행위인 줄 모르고 컨설팅에 나서는 때도 있지만,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서 정당하지 않은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없다.


사람마다 ‘정정당당(正正堂堂)’의 기준이 다르기에 우리에겐 법과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가? 컨설턴트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이 있다. 회사도 요구할 것이 있고, 그러면 안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컨설턴트가 애당초 만나지 말아야 할 회사가 있다. 회사도 컨설턴트라고 크게 대접하는 척하며 그를 농락하면 안 될 것이다.


산업 스파이 노릇을 은근히 요구하는 회사


‘국가◯◯상 수상기업의 ◯◯경영시스템과 업무수행절차서 적용 방안 제시’가 컨설팅 용역 범위 중 필수 요구사항으로 제시되었다. 컨설턴트는 이 프로젝트에 관한 상담과 제안서 제출을 해야 하는가? 다른 과업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기간은 3개월이고 용역비는 약 3,000만 원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불편하다.


콕! 집어서 ‘국가◯◯상을 수상한 기업’이라고 했다. 어디서 보았는지 매우 훌륭했고, 본인 기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상세한 자료를 얻지 못했고, 곤란해진 모양이다. 꾀를 내어 해당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라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나름 묘책을 찾아 컨설팅 제안을 받고자 했다. 한쪽 눈으로 보면 회사와 본인을 위한 참으로 가상한 노력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스파이 노릇을 부탁한 셈이다. 그러나, 그 수상기업의 컨설턴트라도 그 자료를 보관하거나 유출할 수 없다. ‘비밀유지서약’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제안요청서에도 결과물에 관한 비밀유지서약을 하게 되어있다)


가깝게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있다. 직무상 알게 된 사항을 외부에 알리거나 업무 외적으로 알린 혐의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 구형된다. 사업에 있어서 ‘지적재산권법’도 있다. 멀리 보면, 국가정보원 소속기관인 ‘산업기밀보호센터’도 버티고 있다. 누구의 무엇을 손쉽게 가져올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컨설턴트는 공개된 데이터, 회사 내부에서 목적에 맞게 채집하고 연구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과업을 수행한다.


빈틈없이 살피지 않고, 어찌어찌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면, 자료의 출처를 명시해서 컨설팅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내부 문건으로 그 내용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파멸을 자초하는 꼴이다. 우리 회사의 관련된 몇 사람만 안다고? 과연 얼마나 감추고 숨길 수 있다고 버티는가? 조직엔 이쪽 편이 있으면 저쪽 편도 있다. 누군가 잘되는 꼴을 절대 볼 수 없다는 사람의 내부고발로 뒤집히는 건 시간문제다. 또는, 이미 누군가 펼쳐놓은 그물에 걸려든 사건일 수도 있다. 이런 세상이다.


제안요청서의 요구사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기간과 비용을 합당하게 제시해야 한다. 컨설턴트도 단어 하나하나를 대충 보면 안 된다. 덥석 계약할 일이 아니다.


컨설팅 비용을 후려치는 회사


“MD(Man⸱Day,日當)당 가격이 보통 그 정도 아닌가요? 다들 그렇게 제안하던데.” 컨설팅 시장가격이 그렇단다. 굳이 따지자면,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는 점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다. 정상가격은 생산 가격과 균형을 이루거나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가격이다. 따라서, 컨설팅 비용은 정상가격에 가깝다.


“2년간 컨설팅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효과가 없어서, 이번에 컨설턴트를 바꿔보려고 하는데, 그분보다 너무 비싼데요?” 사랑하는 아내가 지병이 있어 동네 의원에서 2년간 치료를 받았는데, 나아지지 않고 더 힘들어해서 완치율이 높은 전문병원의 치료나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이럴 때는 몇십 배 비싼 비용을 내지 않는가? 전문병원에 가서 동네 의원의 진료 치료비만 내겠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게 정상가격이다.


학위에는 학사⸱석사⸱박사가 있다.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국가 자격은 총 556개 종목이 있는데, 기술기능분야는 기능사⸱산업기사⸱기사⸱기능장⸱기술사의 5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컨설팅 분야는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변리사, 세무사를 제외하고 중소기업벤처부가 인정하는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자격이 있다. 즉, 기업에서 활약하는 컨설턴트라는 사람들의 공인된 등급, 비용을 뚜렷이 구분하는 평가가 없다.


그래서 회사는 컨설턴트의 경력과 컨설팅 실적을 요구하고, 최소한의 정보지만 그것을 검토한다. 이런 흔치 않은 일도 있었다. 컨설턴트의 최근 수행 실적을 보더니, 경쟁사가 아닌 동일 업종의 한 회사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방문과 인터뷰를 주선하였다. 임원 두 분과 담당 팀장만 그 회사를 방문해서 컨설팅 내용과 실적, 방식 등을 묻고, 직접 현장까지 확인하더니, 예정에 없던 현장 사원 두 명과 불쑥 이십여 분간 대화하더라는 것 아닌가? 살짝 당황했지만, 그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응대한 회사 입장에서는 무례한 사건이었으나, 다행히 이해하고 응원까지 해주었다. 결국, 그 회사를 방문했던 두 임원은 제안받은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컨설턴트가 좋은 회사를 만나서 함께 일하는 것은 참 큰 복이다. 그리고 좋은 컨설턴트를 만나서 꼭 필요한 프로젝트에 성공한다면 회사의 복이다. 컨설턴트가 제출한 제안서를 탁월하다고 인정했으면, 컨설팅 비용을 가지고 밀고 당길 필요가 없다. 컨설턴트는 받은 만큼 보다, 그 이상을 한다.


누가 원하는 것에 10%를 더 얹어 주는 것이 상책(上策)이다. 동기부여와 결과물이 30% 더 좋아지니, 20%가 이익이다. 참 쉬운 셈법이다. 깎을 생각보다, 더 많이 받아낼 생각을 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허위 보고서와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회사


2023년 정책자금융자사업 지원 규모는 대략 5조 원 가까이 된다. 갚아야 할 돈인 ‘융자’가 있고, 갚지 않아도 되는 돈 ‘정책자금’이 있다. 경쟁률이 매우 높다. 큰돈이고 경쟁률이 높아 받아내기가 쉽지 않으니, 수완 좋은 브로커가 개입한다.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의(善意)의 자금에 선의의 브로커가 일을 해주면 좋은 컨설팅이다.


지금도 어디서 거래되고 있는지 불명확하지만, 경영컨설팅 비용을 매우 높게 제안하도록 유도하고, 세금까지 보전해주며 그 차액을 회사의 비자금이나 개인의 사적 이익으로 챙기는 사례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직원들이 그 내막까지는 모른다. 규모가 있는 컨설팅회사도, 생계형 컨설턴트도 이 잘 짜인 사악한 수작에 넘어갈 수 있다.


아마도 구조조정과 같이 거대 명분이 필요한 사건에서 이미 답이 정해진 제삼자 보고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결론에 꼭 들어맞는 데이터만 인용하고, 어떤 데이터라도 결론에 유리하도록 해석하는 작업이다. 거기에 얼굴 마담격 인사를 한 명 끼워 넣기도 한다. 그럴듯한 모양이 갖춰진다.


컨설팅을 한 번도 안 해봤어도, 사회생활 5년 정도면 금방 알아챌 만한 장면이다. 공권력과 양심이 작동하지 않는 카르텔과 나쁜 사람들이 어딘가 있겠지만, 컨설턴트는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거부해야 한다. 공권력과 도덕이 더 촘촘해져야 하지만, 컨설턴트가 그냥 'Say NO!'하면 된다. 아주 쉽다.


허위 보고서와 리베이트를 무덤까지 가져갈 수 없지 않은가? 혼자가 아니고 둘 이상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썩은 냄새는 터진 틈새로 반드시 새어 나오고, 곰팡이는 번진다. 거울을 보라.



◯▲□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회사는 도움이 필요한 회사다. 큰돈이 들고 여러 사람이 고된 작업도 해야 한다. 성공하면 좋은데, 지지부진하거나 실패하면 책임이 따른다. 컨설턴트의 능력에 포함되지만, 그래도 임직원들의 태도와 협력이 어떤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회사의 임직원들은 컨설팅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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