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내년에도 북한산. 그럼, 설악산은 언제 가나?

by 김동순


설악산 1,708m, 지리산 1,915m, 한라산 1,950m



“북한산 등산 코스인 우이동 ~ 백운대 ~ 향로봉 ~ 탕춘대 능선 ~ 상명대 길을 작년에 6시간 걸려 주파했는데, 올해는 체력훈련을 강화하고 일부 장비를 바꾸면 5시간 30분 정도로 가능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그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모든 분의 많은 지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잠깐, 그렇게 되면, 제가 조사한 바로는 북한산 봉우리가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염초봉, 원효봉, 노적봉, 영봉, 보현봉, 의상봉, 나월봉, 용출봉, 증취봉, 능봉, 비봉, 승가봉, 향로봉, 족두리봉, 형제봉, 상장봉 총 21개인데, 내년까지 몇 개를 정복하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 네, 그것까지는 파악이 안 되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앞서 말씀드린 등산 코스를 좀 더 빨리 주파하는 것이 중점 과제라고 판단됩니다. 그것이 확실히 정복되어야 나머지도 가능해지지 않겠습니까?”


“ … … (뭔 소리야?)”


매년 사업계획의 발표를 듣자면, 엉뚱하게도 위와 같은 장면이 연상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6시간 걸리는 코스를 30분 단축하는 게, 21개의 봉우리를 전부 조사한 것도 신기하지만 그걸 전부 정복하는 게, 오직 북한산에만 목숨을 거는 게 과연 좋은 계획일까요? 산이 어디 북한산만 있을까요? 아무리 올라가도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는 836m입니다. 비유하자면, 연간 매출 836억 원이 목표이자 최고치입니다. 설악산 대청봉은 1,708m입니다. 비유하자면 1,708억 원의 매출입니다. 약 2배가 됩니다. 즉, 오르려는 산을 바꿔야 합니다. 수십 번 올라도 북한산은 836m입니다. 오르려는 산을 바꿔야, 매출의 목표가 바뀌고 사업 전략이 바뀌고 회사가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영자는 물론이고 마케팅, 영업, R&D의 리더는 사업 전략과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과연 지금의 제품 구성이 이대로 가야 하는가? 기본 베이스를 과감하게 변경해야 하는 건 아닌가? 이 제품 구성으로 앞으로 몇 년간 매출과 이익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야 미래의 능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사업 전략의 패러다임Paradigm 전환과 제품 구성의 진화進化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정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미접점未接點 고객과 미진입未進入 시장에 대한 재분석입니다.


신경 쓸 겨를이 없었거나 정보가 부족하고, 진입하기에 불리한 상황이어서 잠시 미루었던 시장과 고객을 다시 면밀히 파악하여, 공격 가능한 틈새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창업의 자세로 접근합니다.


둘째는, 제품의 제조라면 핵심 기술이나 핵심 부품의 발전 상황을 확인하고, 기술이 주도하는 시장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선점 효과를 위한 선제공격입니다.


전자 제품의 경우, 새로운 칩Chip이 어떤 기능과 형태와 가격을 보이느냐에 따라 영업과 개발과 생산의 대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생산하거나 서비스하는 아이템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과 부품의 향후 변화에 대해서는, 리더나 직원 중 누군가 그러한 추이를 어설프지 않게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전자 제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시장을 선점하는 것과 주도권 없이 나중에 끼어드는 것은, 회사가 이익을 내는 데 큰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정보는 ‘어디서 누구에게(Know Who and Where) 파악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파악하느냐(Know When)?’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노하우(Know How)입니다. 한 번 성공을 위해 여러 번 실패를 계속해야 합니다. 많은 실패를 여러 번 빨리빨리 할 수 있는 능력이 진짜 기술입니다.


셋째는, 고객과 트렌드입니다.


단순한 유행으로 단기간에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니라 큰 흐름입니다. 즉 디자인, 기능, 컬러, 편의성 등등 고객의 많은 요구 사항 중에서 핵심 니즈를 걸러내는 것입니다. 매우 어렵지만, 고객의 잠재 욕구Unmet Needs를 발견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고객 자신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에 숨어있는 욕구이기에, 고객에 관한 반복적 관찰과 교감이 필요하며 상당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러나, 사업 성공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포인트를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있다고 해서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마케팅 실력이 탁월하다면, 위의 세 가지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세 가지를 어떻게 관리할까요?


우선 경영자나 리더가 각각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사람 네트워크, 즉 인맥이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 그렇지 않다면 이 네트워크를 시급히 만들어야 합니다.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받을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네트워크의 다른 파트너에게 어떤 정보를 내어줄 수 있는지도 준비하여야 합니다. 네트워크에서 정보는 거래되는 것이고, 내가 주는 정보의 가치만큼, 파트너들로부터 돌아오는 정보의 가치도 그만큼입니다.


그리고, 각 네트워크로부터 입수된 정보의 분석을 본인만 알고 있고, 말로만 의논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리포트 해야 합니다. 시장, 고객, 기술 등으로 미리 구분해 놓고, 매월 그 상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기록을 유지해야 합니다. 경영자와 리더들은 이 리포트를 공유함으로써 토론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축적하고, 계획할 수 있게 됩니다. 힘센 기업의 역습이나 보복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제품에 대한 우려도 점검합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필요합니다. 반대 역할 팀Devil's Advocate을 만들어 가상 공격을 설계해 봅니다.


그리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되면 실행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합니다.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전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만, 사업 기간 중이라도 이 마스터플랜이 확정되면 즉시 사업계획에 편입하고, 각 부서에서 직원들에게 분담하여 새로운 일의 시작과 과정을 관리하도록 합니다.


실무자들은 어떻게 하면 북한산을 더 안전하고 빠르게 오를 수 있을까를 고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경영자나 리더가 836m짜리 북한산 백운대만 보고 있으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더 높은 설악산 대청봉도 있습니다. 직원들의 일터를 북한산에서 설악산으로 어떻게 옮길 것인지 미리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경영자가 잘 리드해야 합니다.



C-Level 미션Mission: 목표 지점의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