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효율이 아니라 감정이다

by 김동순


‘효율이란 성과는 모래성이더라.

사람의 마음은 열두 번씩 이랬다저랬다 하더라.’

둘 다 어렵습니다



아주 오래전 자동차회사에서 경험한 사례입니다. 의장(조립) 라인의 시간당 생산량UPH, Units Per Hour을 향상할 방법을 찾고자 한 달에 세 번씩 생산 현장을 관찰하며 현장 진단과 자료 수집,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의 2주일 만에 현장에 가게 되었는데, 자동차를 조립하는 현장근무자들의 작업 속도가 엄청나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컨베이어 스피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안면이 있던 분들께 까닭을 물었지만, 뭐가 불편한지 아무도 답변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현장을 나와서 사무실로 가는 길에 곳곳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야적장은 물론 공장 내 이면도로, 그것도 부족해서 심지어 공장 밖의 사용 가능한 장소마다 잔뜩 자동차를 주차해 놓았던 것입니다.


일주일 후에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도 현장으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현장근무자들이 모자를 꾹 눌러쓴 채 땀을 흘리며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시간당 40대를 조립하던 라인에서 무려 60대가 조립되고 있었습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시간당 생산량이었습니다. 그만큼을 조립하기 위해 혁신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 일(목표 달성)이 일어나버린 것입니다.


놀란 순간에 아무에게나 물어보았습니다. “우리 차가 팔린대! 며칠 전부터 팔리기 시작해서, 이제 재고가 부족해!” 얼른 대답을 해주면서도 그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만든 차가 팔린다, 팔리는 양을[속도를] 공장에서 따라잡아야 한다.’라는 모두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UPH 목표나, 목표 대비 실적의 차이 분석이나, 개선의 아이디어가 전혀 필요 없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잘 팔리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것입니다. 일할 맛 나게. UPH 생산성을 생산부문에서 올린 게 아니었습니다. 영업과 판매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어느 화장품 회사에서 경험한 사례가 있습니다. 중견기업인데, 약 5년간 지켜보았습니다. 사장께서 프로젝트를 급하게 추진해서 억지로 생산성을 올리려 하지 말고, 우리 직원들이 일에 대한 보람, 애사심, 동료애 그리고 개선이란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현장근무자들을 교육하고 이끌어 주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목표를 정량화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서 실행 프로세스를 설계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사장의 뜻에 따라 관련 팀장들과 함께 차분히 준비하고 진행했습니다.


문제란 무엇인지, 바람직한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이로운지, 일하면서 개선을 하는 것이 어렵지만 하나씩 하나씩 추진하였습니다. 처음엔 거의 무관심이었고, 좀 하다 말겠지란 반응이었는데, 프로젝트의 진행에 따라 점점 그런 생각을 하는 현장근무자들의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힘들었지만, 4년 정도가 지나니 80% 정도 직원이 (사장의 뜻을) 이해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송년회 하던 날, 한 반장이 “우리 직원들 자랑 좀 하겠다!”라고 임원과 팀장들, 직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제 우리는 몇 년 전의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 직원들이 이렇게 생각이 바뀔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변해줘서 고맙고,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술에 취했는지 기분에 취했는지. 그러나,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그 자리의 사람들은 다 알아들었습니다.


그 뒤, 갑자기 계열사의 투자 실패로 인해 그 회사의 경영까지 매우 악화하였습니다. 전문 경영인이었던 사장도 회사를 그만두었고, 곧바로 직원들의 명예퇴직을 신청받는다는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상황은 간단해졌습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입니다. 현장의 모든 활동과 관리는 정지되었습니다. 미리 정해진 인원만큼 회사를 떠났습니다.


모두 함께했던 5년간의 현장 변화 활동과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한 번에 무너졌습니다. 남은 것은 현재의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신이었습니다. 세월이 가면 잊힌다 해도, 다시 쌓기는 너무 힘들 것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생산성을 따져 경영의 방향을 잡긴 했습니다. 그 시절 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면서 생산성과 효율 등을 앞세운 구조조정과 내실경영(?)이 마치 경영의 바이블인 것처럼 산업계를 휩쓸었습니다. 생소한 경영기법들이 경쟁적으로 소개되고, 지푸라기 잡는 식으로, 글로벌이다 뭐다 하면서 열심히 받아들였습니다. 막걸리 한 사발에 어깨동무하고, 그래 한번 해보자! 이런 맛이 사라졌습니다.


효율(效率, Efficiency)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주주, 투자자, 기업을 감시하는 공공기관도 있으니 공정하고 투명한 상태를 밝혀야 하는 기업의 책임과 의무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학적 접근으로 보면, 효율 향상은 노동 강화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각종 자원Resources의 운영 최적화 솔루션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효율을 높이는 것은 좋은데, 어떻게 올리느냐는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자동화를 빼면 남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이 점에서 사람의 감정이 효율의 기저基底이며 동력動力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 중심 제조 현장에서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근무자들의 머리가 복잡합니다. 일 때문이 아니라 개인 사정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는 게 뜻대로 안 되는 자기의 문제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최소한의 배려는 근무 중 짧은 상담이나, 퇴근해서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뿐입니다.


둘째는, 월급[시급]은 정해져 있는데, 팀 관리자의 기대치 안에 들거나 그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이득이 되나, 그건 결국 내가 손해 보는 것이라는 자기 생각 때문입니다. 열심히, 잘하면 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말로는 설득이 안 됩니다.


셋째는, 내 능력[시간]은 이만큼인데, 내게 시키는 일이 너무 과하다, 겨우겨우 할 만큼만 하는 것도 죽을 것 같다, 이제 지치고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사정입니다. 뻔한 말 같겠지만, 진짜 힘들면 일단 연차휴가 내서 3일간 푹 쉬고, 출근해서 팀장에게 솔직히 말하십시오. 일하다 죽겠다고, 그래도 반응과 조치가 없으면, 임원에게도 건의하시고, 그래도 반응과 조치가 없으면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합니다. 아마 그만두게 할 작정인가 봅니다.


넷째는, 상사나 동료나 부하직원이 하는 짓(?)을 지켜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될뿐더러 화가 날 정도이니, 일하는 시간보다 한숨 쉬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부서나 그 회사와 인연이 안 되는 것이니, 고민하지 말고 다른 직장 정해지면 월급이 적더라도 바로 옮기십시오.


다섯째, 한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력직 매니저가 입사하더니 내 위로 오고, 팀장은 나를 빼고 동료나 후배를 찾아 미팅합니다. 이런 대접을 받을 내가 아닌데, 지금껏 우리 부서의 각종 성과가 나오거나 유지된 것도 내 덕분인데 말입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결국 투자를 잘하고 영업과 판매를 잘하면 사람의 감정도 좋고, 효율과 생산성도 높고, 이익이 많이 나는 선순환을 합니다.


그런데, 투자나 영업은 동기부여의 90%를 차지하지만, 항상 잘 될 수 없는 변수입니다. 그래서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 중요합니다. 감정은 잘 안 될 때(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중물이고, 번지는 불꽃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감정을 ‘관리’할 수 있을까요? 실용 사례에 의하면, 서번트 리더십과 셀프 모티베이션(이나 셀프 리더십)이 제시되는 듯합니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란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 구성원들의 성장을 돕고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도록 이끌어가는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이 이론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 ‘동방 순례Journey to the East’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레오’는 순례자들의 허드렛일을 도맡는 사람이었다. 그는 식사 준비는 물론이거니와 순례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폈다. 때론 악기를 연주하며 여행자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오가 갑자기 사라졌다. 순례자들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여행은 중단됐다. 몇 년 후 그들은 심부름꾼인 둘로만 알았던 레오가 교단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리더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레오Leo는 완벽합니다. 그러나, 모든 리더십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적당해야! 합니다.


서번트 리더십에 대한 부담은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 알아서 잘하라는 ‘셀프 모티베이션’으로 중심을 살짝 옮깁니다. 진정 셀프(!) 리더십이 필요한 사람은 본성에 따라 침묵과 반성을 시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요하고 간섭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감정을 ‘관리’하는 조직이 아닌, 그냥 ‘감정 조직’이 되길 권합니다. 물론 감정 조직이 되기 위해 관리가 필요하겠기만, 기본적으로 조직이라면 해야 하는 일에 더해서, 자극 즉 ‘툭 건들어주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감정 조직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접근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무엇보다 회사의 실적이 좋아야 합니다. 감정은 실적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프로 스포츠팀엔 이런 인터뷰가 있습니다. “게임에서 연승을 하면 질 것 같지 않고, 연패하고 있으면 이길 것 같지 않다”. 그다음 단어는 ‘결정적 순간에서의 집중력’입니다.


감정 조직이 되기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로 승리하는 기업Winning Company, 회사의 실적입니다. 물론 정반대의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경영자나 조직원들의 믿을 수 없는 능력 발휘로 위기를 모면하고,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는 상황입니다. 마치 명량해전에서 12(13?)척으로 133척의 왜군을 물리친 기적과도 같이 말입니다. 덧붙이자면 기적은 하늘이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기적보다는 현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매출과 이익의 실적을 높게 유지할 수 있으면, 구성원의 감정이 좋아지고, 감정을 선순환시킵니다.


둘째, 거짓(정보)은 모든 부정적 감정의 빌미가 됩니다. 공식적인 재무제표, 주간 및 월간 회의 자료, 수주 현황, 재고 현황, 심지어 접대비 처리 비용과 내용, 방금 종료된 회의의 요약까지 숫자 정보든 의견 정보든 오류와 왜곡이 있으면 안 될 것입니다.


셋째, 효율과 같은 숫자만 해석하지 말고,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직원들의 감정과 태도를 관찰해서 반응하도록 합니다. QDC품질-납기-원가 결과는 이미 나온 것입니다. 나와버린 상황에서는 ‘피드백’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 피드백을 아! 다르고, 어! 다르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리더의 진단력과 말하기가 중요합니다.


넷째, 내 감정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이 감정 조직의 요체要諦, 핵심입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업무상 아이디어나, 회의 중 다른 의견을 아무 거리낌 없이 온전하게 귀 기울여주는 조직, 누구의 감정 언어까지도 안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이 감정 조직입니다.


풀리지 않고 쌓이는 감정은 두꺼운 장벽을 만들고, 그 장벽 안에서 증오나 억울함이 그렇게 커집니다.



직원들의 눈치를 보자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돕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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