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by 김동순


볼 줄 안다면,

아름다운 모습은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힐링Healing은 이렇게 하세요~”처럼 동기부여, 소통, 공감 등을 잘 준비하여 솔깃하게 권하는 안내서나 동영상이 많습니다. 모두 옳은 말씀이고, 분명히 도움이 되는 방법들입니다. 다만, 우리가 하루 몇 시간 일하는 직장의 현재 장면과 딱 일치하지 않아 약간의 상상력과 응용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바쁘고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고, 소진된 근무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 빠른 특효약은 없겠지만, 어쩌다 한번, 우리의 일터에서 작은 감동이 밀려왔던 순간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감동感動.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SF(Science Fiction)소설을 읽다 어느 한 줄에서 감동할 수 있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의 한 장면에서 감동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만 감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친 것에서 우리는 벅찬 감동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런 감동의 순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을 잠시 멈추어 실제 순간보다 긴 충격Impact, 자극을 주거나, 똑같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나만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가기도 합니다. 감동의 눈물은 마음이라는 어딘지 모르는 곳을 흐르기도 하고, 푸석한 눈가를 적시기도 합니다. 뜨거운 눈물이라고 하던데, 아마도 뛰는 가슴에서 시작되어 그런가 봅니다.


회사에서도 아주 가끔 감동이나 행복을 느낄 순간은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서든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란 말 한마디만 들어도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그 일로 그와 내가 함께 고맙다면 기분은 몇 배 더 좋습니다. 기분이 좋으니 행복한 기분이 차오릅니다. 영업현장이든, 생산현장이든, 공사현장이든 우리 현장에서 찾을 수 있는 감동을 기억해 보겠습니다.


장면#1. 생산 현장은 매일 물건 만들기에 무척 바쁩니다. 부품을 끼워 맞추고, 검사하고, 이리저리 옮기고, 설비를 운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산 활동이 원활히 되도록 매일 잠시 시간을 내거나,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설비를 청소, 점검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작업하는 중년의 여성 근무자가 자기가 운전하는 설비의 청소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청소 솔이며, 세제며, 공구들을 잘 준비해 놓고, “이 녀석아! 이번 주 내내 내 속을 썩이더니, 도대체 어디가 아파서 그랬냐? 어디 한번 보자~”라고 혼잣말 아니, 자기 설비에 큰 소리로 말을 걸면서 하나씩 분해하는 겁니다. 설비 청소가 쉬운 일이 아니고, 시작하면 최소 서너 시간은 꼬박 씨름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마치 어린 자식을 돌보듯 자기 설비에 속마음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 더운 여름에도 땀을 흘리며 정성껏 청소하는 그 여성 근무자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장면#2. 매장의 매니저로 근무하는 여직원의 미소가 정말 좋습니다. 함께 근무하던 판매사원이 그만두게 되어 사람 뽑기를 몇 차례. 하루 근무하고 그만두고, 한 삼사일 근무하고 그만두고, 개인 사정이라고 하지만, 급여가 적어서, 휴식시간이 없어서,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일이 너무 많아서, 가지가지 이유 때문에 집으로 가버린답니다. “그런데 이 A라는 아이는요, 정말 착해요! 예뻐 죽겠어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연신 환하게 웃는 그녀의 눈에 그 A라는 직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팍팍한 직장생활이지만, 후배 직원을 이렇게 좋아할 수도 있구나, 누구라도 붙잡고 후배 직원을 이렇게 칭찬하고 싶은 것이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니저의 칭찬은 열 걸음 떨어져 있는 A에게도 들렸나 봅니다, 서로 쑥스러운 표정으로 깔깔 웃음을 참지 못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장면#3. 가끔 들르는 회사 근처의 백반집이 있습니다. 고만고만한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맛집도 아닙니다. 오늘은 뭘 먹을까 선택할 필요 없이 그저 그날그날 상차림에 따라 점심을 해결하는 평범한 곳입니다. 콩비지 찌개를 먹던 그 날은 유난히 김치가 아삭하게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자꾸 손이 가더니, 밥을 절반쯤 먹었는데 작은 접시의 김치를 싹 비우게 되었습니다. 어쩌지? 하는 그때, 홀 서빙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소복이 담긴 김치 한 접시를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김치 정말 맛있죠? 많이 드세요~”하면서 종종종 저리로 가는 겁니다. 고맙다는 말도 미처 하지 못하고, 잠시 쳐다보았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면서 상을 치우고 차리고, 물이나 물수건을 챙겨주고, 반찬도 더 가져다주고, 계산하는 거 빼고 안 하는 게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땀도 나고, 힘도 들 텐데 중간중간 제게 그랬듯이 손님들을 살피며 이것저것 챙겨줍니다. 식당 주인의 자녀도 아닌데, 정직원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어린 나이에 철들었구나, 앞으로 똑소리 나게 잘살겠구나! 응원했습니다. 맛집도 아니고, 급여를 많이 주는 집도 아니지만, 열심히 일하는 어린 친구의 모습이 보고 싶을 때 매번 그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장면#4. 현장에서 설비를 담당하는 근무자가 이번까지 책을 3권이나 썼습니다. 그는 온종일 많은 기계를 점검하고, 분해하고 고치는 일을 하는 현장근무자입니다. 입사한 지 15년쯤 되었는데 한 5년 동안은 시키는 일만 하고 빈둥빈둥 놀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선배인가 후배에게 “5년이나 근무하고도 모르냐?”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너무 기분이 나빠 그때부터 무시당하기 싫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했고, 모르면 물어봤고, 책도 찾아보고, 학원도 다녔답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아주 기초부터 현장의 설비에 대해 하나씩 글로 옮기기 시작했고, 도면도 그리고, 사진도 찍어 넣고 2년 만에 책을 한 권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노력해서 두 권의 책을 또 만들게 되었답니다. 왜 그렇게 공부했는지, 왜 책을 썼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재미있더라고요, 재미. 그리고 나중에, 나중에요, 잘난 척이라도 하려고요” 웃으며 말하고 저리 가버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의 부인이 이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됐답니다. 퇴근하면 매일 게임만 하던 사람이 공부하니까, 아이들이 아빠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나요.


장면#5. 그는 휴게실과 화장실을 담당하는 나이 많은 아저씨입니다. 그가 저기서 걸어오면 나와 그가 경쟁하는 것이 있습니다. 누가 먼저 인사하느냐입니다. 항상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늘 큰 소리로 인사를 나눕니다. 그는 늘 양손에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다닙니다. 한쪽은 흰 비닐인데 두루마리 화장지와 손 세척제가 무겁게 들려 있고, 한쪽은 이제 막 수거한 각종 휴지 등이 몽땅 들어있는 검정 비닐봉지입니다. 오늘도 저쪽에서 뒤뚱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나타났고, 후다닥 빠른 손놀림으로 화장실을 정비하고 문을 나섭니다. 역시 예상대로 크고 묵직한 비닐봉지 두 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다음 차례를 향하고 있습니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를 볼 때마다 늘 흉내 내는 것이 있습니다. 항상 웃고, 인사하고, ‘빨리’하는 것입니다. 그래, 이거야!



당신의 눈과 마음으로 우리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찍어

한 장 한 장 그 순간들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는

그 모습들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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