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붉은 웃음>
시대를 막론하고, 왜 청년들은 방황하는가?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 오는 필연성인가? 아니면 사회가 청년들을 방황으로 내몰았는가? 이에 대한 질문을 연극 <붉은 웃음>을 통해 살펴본다.
지난 12월 1일까지 더줌아트센터에서 관객들과 만난 연극 <붉은 웃음>은 레오니드 안드레예프의 소설 <붉은 웃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본 연극은 소설의 이야기를 2024년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청년의 이야기와 연결 지어, 시대를 관통한 고립된 청년의 이야기를 연결성 있게 다룬다.
1904년 러일 전쟁에서 목숨은 부지해 돌아왔지만 두 다리와 영혼을 잃어버린 형은 쉬지 않고 글을 쓰다 죽음을 맞는다. 2024년의 한 유품 관리사도 고독사한 청년을 찾아가며 두 이야기가 연계된다. 두 개의 타임라인 속 인물들이지만, 사회의 그늘 속에서 고독함과 외로움을 어쩌면 강제 받은 두 청년의 이야기가 한 극에서 진행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를 통해 ‘전쟁으로 인해 부서진 피폐한 영혼’ 혹은 ‘청년 고독사’라는 단편적인 사회적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독과 방황으로 내몰아진 청년’이라는 보다 넓은 시각의 주제성으로 확장된 것이 인상 깊다.
본 연극의 주제성을 기반으로 했을 때, 청년들의 방황과 외로움은 사회가 초래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기득권층의 전쟁에 청년들이 희생되고, 과도한 경쟁 사회 속 진정한 삶의 가치는 외면한 채로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사회는 생애 주기에서 겪는 자연스러운 청년들의 방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탈출구를 없애 버린다.
도전적인 연출로 관객들을 만나 온 연출가 ‘김정’이 본 연극의 연출을 맡았다. 무대의 장치가 눈에 띄었다. 바닥에 깔린 모래와 무대 한켠에 쌓아진 쓰레기 봉투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현장감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공포까지 느끼게 한다. 특히 높게 쌓여 올라간 봉투들은 절묘한 중압감으로 인물이 느끼는 감정, 그리고 시대의 혼란을 함께 느끼게 하는 장치로서 작용한다.
극은 윤성원 배우가 혼자서 이끌어 가는 1인극이다. 따라서, 극의 등장인물을 모두 같은 배우가 연기하며, 러닝타임 내내 무대에 홀로 등장하지만 배우가 주는 존재감은 강렬하다. 관객들은 그의 연기를 통해 수월하게 두 개의 타임라인을 교차해서 이해할 수 있으며, 사회에 의해 강요받은 선택 뒤에 남겨진 청년들의 아픔을 강렬하게 느낀다.
어떤 시대든, 사회적 문제는 늘 존재했다. 그리고 관객들은 연극을 통해 ‘전쟁’과 ‘청년 고독사’라는 두 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막이 내린 후, 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씁쓸함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고민까지 관객들이 함께 한 연극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출처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3097 김은빈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