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따뜻한 수프처럼
어떤 요리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영화 <프렌치 수프>는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요리 가운데 ‘수프’를 제목으로 고른 것만 같다. 사랑은 어쩌면 수프처럼 따뜻한 온도에서 오랫동안 끓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수프의 특징만큼이나, 본 영화의 구성은 지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느리다.
하지만 그 느린 화면의 속도에도 영화를 계속해서 보게 하는 힘은 연출에서 나온다.
한적한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요리를 하는 두 주인공인 ‘외제니’와 ‘도댕’의 손끝에 닿는 모든 식기와 요리법, 주방 모든 것이 아름다운 이 영화는 마치 오래된 요리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
영화 전반부에 외제니와 도댕의 관계가 설명된다.
둘은 사실혼 관계이지만, 법적으로는 결혼하지 않은 연인이다. 외제니는 유명한 미식가인 도댕을 위해 오랫동안 일해 온 요리사이다. 그것이 어쩌면 결혼보다도 강하게 둘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장치일지도 모르겠다.
잔잔하게 서로를 보살피고, 존중하는 태도는 대사, 배우들의 연기 모든 곳에 묻어난다. 때문에 도댕을 위해 함께 오랫동안 일해 온 외제니가 결혼을 원하지 않아도 도댕은 보채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도댕의 마음을 급하게 하는 건 바로 외제니의 건강 상태이다.
가끔 어떤 병들이 그렇듯, 의사 친구는 외제니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녀의 건강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도댕을 위해 요리하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한다. 그 과정이 마치 수프를 끓이는 것 같이 느리지만, 깊고, 따뜻하다.
별안간 외제니가 쓰러진다. 도댕은 그녀를 위해 온갖 요리와 함께 보살핀다. 그의 요리를 먹는 외제니의 노란 드레스가 따뜻한 도댕의 마음과 요리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방은 화사함과 안락함으로 가득 해 둘의 사랑은 그 어떤 요리 레시피보다도 완벽했다.
그렇게 둘은 가을이 넘어가기 전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다.
외제니는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타들어 가는 듯한 여름이 좋다고. 정말이어서 말한 것인지, 그녀의 끝을 직함해서 말한 것인지. 그녀는 가을과 함께 어느 날 도댕의 곁을 영원히 떠난다.
수프의 온기는 그릇을 옮겨도 식탁에 오랫동안 남는다. 외제니가 도댕에게 준 사랑이, 그리고 외제니를 향한 도댕의 사랑도 그랬던 모양이다. 그녀의 온기는 수프의 그릇처럼 도댕의 마음에 남는다.
본 영화가 지루하다 느껴질 정도로 느리다고 했는데, 그것이 아마 두 사람의 사랑이 수프처럼 온기가 오래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정성 들여 만든 수프, 그걸 사랑이라는 형태로 관객들에게 대접하는 영화였다.
출처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3153 김은빈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