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복원 할 수 있을까?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피렌체에서 미술품 복원을 공부하는 ‘쥰’은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그는 수많은 미술품을 복원해 다시 생명을 불어넣지만 첫사랑인 ‘아오이’와의 추억은 마음에 묻어둔 상태일 뿐이기 때문이다.
쥰과 아오이는 일본의 대학에서 처음 만나 연인 관계가 되었다. 둘의 관계는 유대가 깊고 강렬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사랑엔 때론 순식간에 균열이 일어난다. 쥰과 다른 여성에 대한 오해, 심리적 상처 등을 이유로 아오이 돌연 그를 떠난다. 아오이는 이를 계기로 영화 제목 중 ‘냉정’ 의 상태를 갖췄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젠 기억 속에서만 생생한 서로를 다시 마주한 곳은 피렌체였다.
친구의 결혼식에 참여하러 피렌체에 방문한 아오이는 자전거를 고치던 쥰을 한 눈에 알아보고 고개를 든 쥰 역시 그녀를 한눈에 알아본다. 요란하지 않은 재회였지만 그것은 10년간 멈추었던 관계가 다시 움직임을 암시했다. 그것은 두 인물 관계 ‘복원’의 작은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부활, 재생’ 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 ‘르네상스’가 태동한 도시인 피렌체가 재회의 배경이 된 건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술사조적으로 중세 시대의 신 중심 사고법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사고를 되찾은 르네상스 시대는 피렌체에서 꽃피었다. 때문에 피렌체라는 도시 자체가 둘 사랑의 되찾음을 은유적으로 암시하며 어쩌면 미술뿐만이 아니라 사랑의 복원도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연인이었던 둘은 과거에 약속했다. 30살 생일이 되면 두오모 성당의 꼭대기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누구도 약속을 잊지 않았다.
이 약속은 사랑의 복원을 위한 강한 구심점이 되어 10년이라는 시간은 관계의 암흑기였던 것이 아니라 기억과 추억의 성숙기 그리고 숙성을 위해 필요한 세월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세월이 마침내 충분히 숙성됐는지, 두오모 성당에서 서로를 다시 찾은 두 인물이 만나는 장면은 복원된 미술품의 베일을 벗기는 것과 같았다.
그 순간은 쥰이 피렌체에서 많은 미술품들을 복원하면서도 충만감을 느낄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의 영혼을 복원할 수 있었던 건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의 삶을 위해 되찾아야 했던 것은 일과 예술이 아닌 기억 속 사랑이었고, 그것은 마침내 그의 ‘영혼의 복원’으로 이어졌다.
영혼의 복원은 쥰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쥰을 떠난 후, 안정적 연인을 만나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사는 아오이에게 더 이상 열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냉정을 무기 삼아 동요하지 않는 삶을 사는 그녀에겐 사실 과거 열정에 대한 불꽃이 남아있던 것이고, 그 불꽃을 되살린 순간, 그녀의 영혼 역시 복원되었다.
나아가 피렌체를 가장 아름답게 묘사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알맞은 날씨의 가을 속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과 기억의 숙성과 첫사랑의 재회라는 주제성은 완벽한 페어링을 보여준다. 부드럽고 잔잔한 음악과 화면, 대비되는 강렬한 기억의 연출만으로도 영화를 보기 위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우리의 영혼은 삶 속에서 계속해서 부서진다.
진정한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사랑만이 영혼의 종착지인지, 어떤 기억들은 내가 집착하고 있기에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닌지, 앞으로 나아가야하는지 과거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하는지. 이 모든 질문들은 물음표로 남는다.
그것들에 대한 아주 작은 실마리를 필요로 할 때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추천한다.
출처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