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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Sep 04. 2021

어른이 될 수 없는 사람들

어른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아주 어릴 때는 어른들이 다른 세상 사람 같았다. 운전을 하고 돈을 벌고 비싼 밥을 먹는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나는 감히 섞을 수도 없는 대화를 한다. 때로는 당연한 듯 용돈을 주기도 한다. 너무나 먼 존재 같아서 딱히 같이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어른인 사람들 같았다.


2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의 세계에 들어왔다. 운전을 하고 돈을 벌고 가끔은 비싼 밥을 먹는다. 술기운을 빌려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어른들과 대화를 한다. 어른들과 뒤섞여 살다 보니 진짜 어른은 많지 않다는 걸 눈치챈다. 경험이 많을 뿐 내면은 확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유치하다. 


어른들과 있다 보면, 학창 시절 내가 참 배려심이 많은 친구들과 함께 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사실 배려심이라기보다는 경험 부족에 기인한 일종의 겸손함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혈기왕성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딱히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세상을 오히려 크게 본다. 인정하고 사과하고 성장한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은 참 어렵다. 잘못하지 않은 일로 죄송하다고 하는 어른은 많지만 이는 진짜 잘못했을 사람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철저히 본인의 인생을 산다. 인생을 살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고 배운 점도 많았을 것이다. 본인을 지키기 위해 날카로워지고 거짓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자연스레 상대방이 아닌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게 된다. 남을 헤아리고 포용하고 가끔은 본인을 희생하면서 묵묵히 살아가는 '나의 아저씨'는 판타지다. 어쩌면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볼 수 없는 어른의 모습을 <나의 아저씨>를 통해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현실 속 아저씨들에게 치일 대로 치인 사람들이 생각하던 진짜 어른과 닮아있는 사람을 보았을 때 묘한 따뜻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나의 아저씨> tvN, 나의 아저씨는 우리 모두의 아저씨가 됐다.


사색이 부족하고 나 하나 잘 사는 것이 중요한 이 시대에, 겸허히 어른이 되려는 자가 있을까? 적어도 나는 어른이 되고 싶은 걸까? 어른은 아무나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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