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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Sep 04. 2021

사수,멘토 없이 일 배우는 방법

초보 마케터의 성장 방법

회사에 가면 사수가 있다. 아직은 미숙한 신입사원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일의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실수와 피드백을 통해 신입사원은 성장한다. 단언컨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사수가 없었다. 첫날부터 아무것도 모르는데 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그런 일들을 어떻게 처리해냈는지 신기하다. 일을 잘하고 싶었으나 일단 해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들어오는 일을 어떻게든 쳐냈기 때문에 실수도 많았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소중한 자산을 낭비하기도 했다. 내가 잘 모를 때 어떻게든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일은 잘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남에게 휘둘리는 내 처지가 스스로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멘토도 없었다. 나도 저렇게 되어야겠다고 보고 배울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막막했다. 마케터의 특성상 다들 개성이 강하다 보니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환경을 탓했다. 환경이 좋지 않아 나는 원하는 만큼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모든 회사가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내 생각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돌이켜보면 꾸준히 성장을 해왔다. 나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사람들을 위해 조금은 뻔하지만 내가 사수나 멘토 없이 일을 배웠던 방법을 소개한다.


1. 독서

너무 뻔하다면 뻔한 방법이다. 하지만 일에 대한 개념을 가장 제대로 잡아준 방법이다. 마케팅 일을 하게 되면서 기본적으로 마케팅에 대한 서적을 닥치는 대로(그러나 좋은 책을 골라가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실무를 경험하니 업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게 상승했다. 지금은 마케팅의 기본개념에 대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직무에 대한 일 말고도 일을 하는 방법, 생각을 구조화하는 방법들에 대한 책을 읽어나갔다. 읽은 내용을 실제로 적용하면서 스스로를 훈련했다. 책에 공통적으로 나와있는 내용을 내 나름대로 실천하니 정말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시야를 넓혀나갔다. 예컨대 애플의 CEO인 Tim Cook의 전기를 읽으면 애플은 어떻게 일하고 성장해왔는지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나 평등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2. 유튜브

나는 유튜브 중독이다. 다른 걸 끊을 수는 있어도 이제 유튜브는 끊을 수 없을 것 같다. 유튜브는 내 시간을 너무나 많이 뺏어간다. 그럼에도 나는 유튜브의 수혜를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이용량이 늘고 시장이 커지면서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유입됐다. 요즘은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로 검색하는 게 더 편하다.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 유튜브 검색을 하면 대부분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운동이나 투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지만 일에 대한 마인드를 잡아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업무를 하면서 만나보지 못했을 높은(?) 직장인들을 유튜브에서는 만날 수 있다. 유명 기업의 C레벨 직장인들이 나와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직접 일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직장에 있는 멘토가 아무리 능력 있다고 한들 이 정도는 아닐 거다. 아마도.


3. 경험 자산

경험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소비재 시장에서 남자의 지갑은 잘 열리지 않는다. 깐깐하다기보다는 무관심하다. 소비재를 팔아야 하는 내가 소비자의 마음을 모르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가 어렵다. 소비자의 심리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경험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에 가서 시간을 보내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제품들을 사서 사용해보기도 했다. 맛있다고 하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어보기도 하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곳에 가서 다른 카테고리는 어떻게 판매하는지 관찰하기도 한다. 놀면서 성장한다는 느낌이 좋았고 노는 시간이 의미를 갖게 돼서 더 좋았다. 마케터의 특권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경험 자산에 투자하다 보면 업계의 판매방식에 대한 공부도 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정말 골치 아픈 문제가 있을 때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문제의 실마리를 얻게 되는 경우도 많다.


4. 사색과 실행

내면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색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조용하게 혼자 시간을 보낼 때, 혹은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않을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생각하는 데 집중한다. 마케터의 일은 뇌가 한다. 내 손과 발은 나중에 실행을 돕는다. 혼자서 특정 문제에 대해 조용하게 고민해보거나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는 그냥 내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망상을 펼쳐보기도 한다. 이렇게 사색을 하다 보면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좀 더 깊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나 또한 상대방이 크게 고민을 해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몇 마디 나눠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색의 유무다.

한편 사색만큼 중요한 것이 실행이다. 실행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의미 없다. 실행함으로써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권투에서 잽을 날리듯이 마케팅도 작은 단위로 빨리빨리 움직여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아니다 싶으면 얼른 거두어들여야 한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일단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실행도 사색이 동반되어야 한다. 단순한 실행으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직무마다 다르겠지만 요즘은 혼자서 충분히 성장해나갈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책과 동영상을 통해 익히고 세상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해보다 보면 성장한다. 잘하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결국 잘하게 된다. 직장인은 메시의 공을 뺏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결국은 나와의 싸움이다.

먼 훗날 운이 좋아 내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되어도(정말 운이 좋다면 빨리 퇴사하게 될 것이다), 위에 말한 방법들은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다. 일을 배우는 데는 끝이 없다. CEO라고 해서 배움이 멈춰서는 안 된다. 세상 어딘가에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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