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져도, 오늘
살다 보면 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전부인 날들이 있다.
기적 같은 반전도, 눈물 나는 위로도 필요 없었다. 그저 이 하루가 조용히 지나가기를, 시간이 나를 건드리지 않고 흘러가기를 바랐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조금만 더 힘내면 괜찮아질 거라고. 다 지나가게 되어 있다고. 그 말들이 거짓이라서가 아니다. 하지만 정말 힘든 날에는, 그 말조차 무거워진다. 괜찮아질 미래를 그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을 때, 희망은 부담이 되고, 위로는 숙제가 된다.
아픈 몸으로 아침을 맞으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계획이다.
어제 밤 세워둔 다짐, 내일에 대한 기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들. 그것들은 몸 상태 하나에 쉽게 허물어진다. 그리고 남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다.
그래서 나는 멀리 보기를 멈췄다.
다짐도, 목표도, 희망도 잠시 내려두었다. 대신 아주 작고 솔직한 질문 하나만 남겨두었다.
'오늘은 무엇까지 가능할까?'
아침에 눈을 뜨는 것. 물 한 잔을 마시는 것. 창문을 열어 바람을 피부로 느끼는 것.
그중 하나만 해도, 오늘은 충분히 산 날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살다 보면,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보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지는 시간이 찾아온다.
나는 그 시간을 꽤 오래 지나왔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배운 것은 단순했다. 오늘을 넘기면, 그다음 오늘이 온다. 그뿐이었다.
그 하루들이 쌓이면, 사람들은 그것을 '극복'이라 부르고, 때로는 '기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작은 선택들의 합이었다. 오늘만 살겠다는, 그 하루하루의 결정이었다.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몸의 작은 변화에도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이 긴장이 완전히 사라질 날이 올지,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그 불안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안을 안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 글은 괜찮아지기 위해 쓴 이야기가 아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기록도 아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낸 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를 버텨낸 당신에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도 살아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난 오늘만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