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겨울이 온대도, 내 안의 봄은 무너지지 않기

다시, 흔들리는 하루의 문턱에서

by 송하루

내게 허락된 단 하루의 일탈

6번째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난 하루 ....그 하루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신발장 앞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주치의의 선고는 마치 내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채워놓은 듯했습니다.

"여섯 번째입니다."

그 숫자가 주는 위압감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천장만 바라보고 있으면, 공포라는 놈은 내 몸집보다 더 큰 그림자를 만들어 나를 집어삼키려 든다는 것을요.

그래서 나는 투박해진 운동화 속에 발을 밀어 넣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선 길, 차가운 새벽 공기가 뺨을 스칩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처음엔 무겁던 발바닥이 지면과 닿으며 기분 좋은 저항감을 만들어냅니다.

심장 박동이 서서히 빨라지고, 폐부 깊숙이 날카로운 공기가 들어찼다 나갑니다.


"아, 나는 살아있구나."


병원 진료실의 살균제 냄새 대신, 길가에 이름 모를 풀꽃들이 내뱉는 흙내음이 코끝을 건드립니다.

암이라는 놈이 내 몸의 설계를 바꿀 수는 있어도, 내가 내딛는 이 길 위의 리듬까지 뺏어갈 수는 없습니다.

다섯 번의 수술 자국이 당겨와 조금은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그것마저 '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적인 신호로 치환해 봅니다.

사람들은 말할지도 모릅니다.

아픈 사람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좀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제게 이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운명에 대한 가장 고요하고도 치열한 응전입니다.

수술대 위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잠들어야 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며, 내 몸의 주도권이 여전히 나에게 있음을 선포하는 의식입니다.

땀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이 땀은 독소이자, 동시에 눈물이며, 내 안의 생명력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환희입니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숨'과 '발바닥의 감촉'만 남는 지점이 옵니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환자가 아닙니다.

그저 길 위를 달리는 한 사람, 바람을 가르는 자유로운 영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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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수술이라는 산이 저 앞에 버티고 서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 산을 바라보며 미리 주저앉지 않기로 했습니다.

산의 높이를 재는 대신, 지금 내 발밑의 아스팔트를 온전히 느끼며 한 걸음을 더 보탤 뿐입니다.

오늘 흘린 이 땀방울이 내일의 수술대 위에서 나를 지탱해 줄 단단한 근육이 되어줄 것을 믿습니다.

당신이 오늘 달린 거리는 단순한 미터(m)가 아니라, 절망으로부터 도망쳐 희망으로 향한 생의 보폭입니다.


"여섯 번째 수술을 앞두고 운동화 끈을 묶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달린 뒤의 그 개운한 숨소리를 조금 더 들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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