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기도 : 수술대 위가 아닌, 찻잔 앞에 머무는 시간
창가에 내려앉은 오후의 햇살이 유난히 투명해서 화가 났습니다.
베란다 화초들은 주인 속도 모르고 새순을 틔우는데, 내 몸 안에는 다시 원치 않는 손님이 둥지를 틀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섯 번째.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 숫자는 오히려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심장을 찌릅니다.
찻잔을 쥔 손등 위로 툭,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집니다.
온기 가득했던 차가 금세 비릿한 슬픔으로 변하는 찰나입니다.
다섯 번의 수술.
그동안 나는 참 용감하게도 버텼습니다.
차가운 소독약 냄새와 기계적인 기계음 속에서 이혼의 아픔을 견뎠고, 홀로 갱년기의 열병을 앓으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겠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그 희망이 배신을 당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예전처럼 그저 울고만 있지 않습니다.
다섯 개의 커다란 흉터는 훈장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지독하게 삶을 사랑했는지를 증명하는 지도였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수술대 위에 오를 때마다 나는 세상과 단절된 섬이 되곤 했습니다.
전신마취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기 직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던 것은 거창한 성공이나 명예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일 아침,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갓 구운 빵 냄새를 맡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을까 하는 사소한 감각들이었습니다.
삶의 본질은 결국 '견디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나는 살을 가르는 고통 속에서 역설적으로 배웠습니다.
여섯 번째 수술을 앞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전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가장 연약하게 놓아주는 일입니다.
망가진 것이 아닙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더 깊은 회복을 위해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뿐입니다.
억지로 의지를 불태우기보다, 나를 돌보는 작은 시스템들을 하나씩 점검해 봅니다.
일정한 시간에 깊은 호흡을 하고, 혈당을 낮추는 정갈한 음식을 마주하며, 잠 못 드는 밤엔 그저 깨어 있는 나 자신을 가만히 안아줍니다.
"괜찮아, 그동안 충분히 잘해왔어"라고 말해주는 따스한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려옵니다.
4월 23일.
그날까지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대단한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매일 아침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한 번 더 잡고,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인생의 폭풍우는 내가 멈추게 할 수 없지만, 폭풍 속에서도 춤추는 법은 배울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숨을 쉬고, 글을 쓰고, 살아남으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세상을 이긴 사람입니다.
당신의 여섯 번째 여정은 끝이 아니라, 더 단단해진 영혼으로 돌아오는 귀환의 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 4월의 연둣빛 잎사귀 아래서 다시 만나기로 해요.
그때도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