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않는 절망, 그러나 낯설지 않은 용기
어제 병원 복도의 공기는 유난히 차갑고 건조했습니다.
선생님의 입술이 달싹이며 뱉어낸 '재발'이라는 단어는, 마치 잘 익은 과일 속에서 발견한 벌레처럼 내 평온한 일상을 순식간에 헤집어 놓았습니다.
여섯 번째입니다.
다섯 번의 거대한 파도를 넘으며 이제는 잔잔한 수평선만 남았을 거라 믿었던 오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병원을 나서는 길, 툭 떨어지는 눈물보다 먼저 찾아온 건 지독한 탈력감이었습니다.
"또인가요?"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그저 마른침만 삼켰습니다.
난 살 수는 있는걸까?
집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찻잔을 꺼냈습니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가슴 한복판이 텅 빈 것처럼 서늘해집니다.
다섯 번의 수술 자국이 지도처럼 새겨진 내 몸을 가만히 쓸어내려 봅니다.
이 흉터들은 내가 패배한 흔적이 아니라, 매번 무너진 성벽을 다시 쌓아 올린 치열한 **'재건의 기록'**이었습니다.
여섯 번째 수술을 앞두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원망의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거칠어진 나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습니다.
재발 소식을 들은 직후, 내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입안은 사막처럼 마르고, 심장은 마치 쫓기는 짐승처럼 불규칙하게 요동쳤습니다.
이것은 공포가 아니라,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살려달라는 신호'**입니다.
"주인님, 지금 우리가 많이 놀랐어요.
조금만 천천히 숨을 쉬어줄래요?"라고 속삭이는 세포들의 아우성 말입니다.
나는 의식적으로 입을 닫고 코로 깊은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비강을 타고 뇌 깊숙한 곳까지 닿자, 비로소 뿌옇던 시야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3시, 다시 찾아온 각성의 시간입니다.
병원에서의 선고 이후 혈당은 널뛰고 수면의 질은 바닥을 칩니다.
하지만 나는 압니다. 이 어둠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위대한 일은 '나를 돌보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요.
여섯 번째 수술대는 분명 두렵습니다.
그 차가운 금속의 감촉, 마취 기운이 퍼질 때의 그 아득한 허공.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망가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무너진 결을 정교하게 수선하러 가는 것입니다.
의지의 힘으로 버티겠다는 비장함은 내려놓으려 합니다.
대신, 내 몸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리듬을 맞추려 합니다.
오늘 제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예상치 못한 불행 앞에 서 계신가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라 숨이 막히지는 않으신가요?
여섯 번의 칼날 앞에 선 저도 여전히 무섭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 몸 안의 수조 개의 세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당신의 몸 또한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재발은 끝이 아니라, 조금 더 세밀하게 나를 들여다보라는 생의 엄중한 초대장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살아남으셨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제가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가슴에 새기는 이 문장을 당신에게도 드리고 싶습니다
. 비록 내일의 태양이 조금 흐리게 보일지라도, 우리는 오늘 우리의 숨을 지켜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승리한 것입니다.
여섯 번째 수술실 문이 열릴 때, 나는 내 몸의 흉터들을 훈장처럼 달고 당당히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당신에게 말할 것입니다. "봐요, 우리 또 살아남았잖아요."
함께 나누고 싶은 위로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무너진 건 마음이 아니라 '수면'과 '숨'이었습니다.
수술을 앞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제가 어떻게 다시 잠의 리듬을 되찾고 심박수를 안정시켰는지, 그 눈물겨운 회복의 루틴을 당신과 나누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