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아픔을 지나, 나에게 허락한 무질서라는 처방전

5번의 사선을 넘고서야 비로소 '막 살기로' 했다

by 송하루

창틈으로 스며든 새벽빛이 방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다.

어제 마시다 만 찻잔 속에는 찻잎의 찌꺼기가 가라앉아 있었고, 나는 그것을 치우는 대신 가만히 바라보는 쪽을 택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눈을 뜨자마자 이부자리를 빳빳하게 펴고, 정해진 시간에 영양제를 삼키며 '갓생'이라는 허울 좋은 감옥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제는 그럴 힘조차 남겨두지 않기로 했다.


다섯 번이었다.

차가운 수술대의 감촉이 등을 타고 뇌리까지 박히던 그 순간들이.

전신마취의 안개가 나를 덮칠 때마다 나는 신에게 빌었다.

다시 눈을 뜨게만 해주신다면, 누구보다 바르고 성실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 삶을 가꾸겠노라고.

그렇게 살아남은 대가로 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했다.

몸에 좋다는 식단을 강박적으로 챙기고, 수면의 질을 수치화하며, 흐트러진 감정은 패배의 증거라 여겼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나를 가장 옥죄었던 것은 병마가 아니라, 완벽하게 회복해야 한다는 나의 결벽이었다.

다섯 번째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밤, 나는 새벽 3시의 정적 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입안은 사막처럼 말라 있었고, 코가 아닌 입으로 가쁘게 내뱉는 숨은 비참할 정도로 거칠었다.

혈당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그래프의 곡선에 내 기분을 저당 잡혔던 날들.

그 모든 것은 '살고 싶다'는 절박한 몸부림이었지만, 동시에 내 몸을 돌보는 게 아니라 감시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내 몸은 기계가 아니었다.

5번의 난도질을 견뎌낸 낡은 악기였다.

조율되지 않은 현을 억지로 잡아당기면 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내 몸이 보내는 비명 같은 통증을 통해서야 배웠다.

잠을 자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 나는 예전처럼 자책하지 않는다.

"왜 잠들지 못하니"라고 다그치는 대신, "오죽하면 이 새벽에 깨어있겠니"라며 그저 등을 쓸어내린다.

입호흡으로 거칠어진 목을 위해 가습기를 틀고, 요동치는 혈당을 잠재우려 억지로 채소를 씹어 삼키는 행위들이 더 이상 '관리'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차라리 무너진 성벽 아래서 겨우 찾아낸 작은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애무였다.

나는 더 이상 규칙적인 삶을 살기 위해 나를 소모하지 않는다.

대신, 내 몸이 내는 소리에 맞춰 기꺼이 무질서해지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정의한 '막 살기'의 본질이다.

'막 산다'는 것은 방종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이 정해놓은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과감히 이탈하는 용기다.

깨끗하게 정리된 거실보다, 내가 읽다 만 책들이 어지럽게 널린 소파 위에서 더 깊은 안식을 느낀다면 나는 기꺼이 그 어지러움을 택할 것이다.

나는 망가진 게 아니었다.

그저 긴 겨울을 지나온 나무가 봄을 맞이하기 위해 껍질을 벗겨내듯, 회복을 위한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나는 의지로 나를 일으켜 세우려 하지 않는다.

대신 나를 돌보는 작은 시스템들을 하나씩 부드럽게 배치한다.

자기 전 따뜻한 물 한 잔, 가슴 깊이 들이마시는 한 번의 심호흡, 그리고 "오늘은 좀 게을러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관대함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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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살아남으셨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을 해낸 것이다.

거울 속 당신의 얼굴이 조금 초췌해 보여도, 남들처럼 앞서나가지 못해 조바심이 나도 괜찮다.

당신의 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을 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불협화음을 조율하고 있다.

너무 애쓰지 마시라.

때로는 좀 막 살아도 된다.

세상이 말하는 정답의 길에서 벗어나 당신만의 비틀거리는 리듬으로 걸어갈 때, 비로소 당신의 진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테니까.

내일 아침, 당신이 눈을 떴을 때 창가의 햇살이 조금은 삐딱하게 비치길 바란다.

그 불균형함 속에서 당신만의 평온을 찾을 수 있기를, 나는 이른 새벽의 기도로 대신한다.


오늘 당신의 몸이 보내는 가장 작은 신호는 무엇이었나요?

그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당신의 곁에서 함께 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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