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잃고 나서야,내가 보였다

2화 | 천장은 언제나 같았고, 나는 매번 달랐다

by 송하루

다섯 번의 수술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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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천장은 언제나 같았다.

하얗고, 차갑고, 아무런 무늬도 없는 천장. 마취에서 깨어날 때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항상 그 천장이었다. 다섯 번, 나는 그 천장을 올려다봤다. 분명 같은 천장인데, 볼 때마다 조금씩 달라 보였다. 천장이 달라진 게 아니었다. 내가 달라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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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술대에 오를 때, 나는 울었다.

처음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울지 않았다. 진료실 창밖으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오늘 점심을 먹고, 누군가와 말다툼을 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 것이다. 그 평범함이 낯설고 부러웠다. 울음은 그보다 늦게 왔다. 혼자 운전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다섯 시간을 울었다. 앞유리가 흐려졌고, 운전대 위의 손이 계속 떨렸다.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때, 펜을 쥔 손이 조금도 떨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미 다 소진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취가 들어오기 직전, 나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깨어나면 다 끝나 있겠지. 깨어나면 이제 살 수 있겠지. 그게 얼마나 순진한 믿음이었는지는, 1년 뒤 재발 소식을 들었을 때 알았다.

두 번째 수술대에 오를 때, 나는 익숙해지려 했다.

재발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은 공포가 아니었다. 억울함이었다. 왜 또 나야. 이번엔 정말 끝났다고 믿었는데. 그 억울함을 어디에도 풀 수 없어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삭였다.

두 번째 수술은 더 컸다. 자궁을 모두 들어냈고, 난소까지 함께 제거했다. 의사는 마치 정리하듯 설명했지만, 나는 그 말의 의미를 한참 뒤에야 온몸으로 이해했다. 여성의 시간 하나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잘려나갔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강제 폐경이 되었다.

회복실에서 깨어났을 때, 이상하게 덤덤했다. 그때의 나는 괜찮다는 말을 너무 많이 연습한 나머지, 진짜로 괜찮은 것과 괜찮은 척하는 것의 경계가 이미 흐릿해져 있었다.

세 번째 수술대에 오를 때, 나는 그냥 해야 할 일이 됐다.

재발 주기가 짧아지고 있었다. 10개월, 그다음엔 6개월. 의사도 걱정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재발 주기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요." 그 말은 경고였지만, 나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무너질 감정의 여유조차 사라진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수술실의 모든 것이 이미 절차가 되어 있었다. 형광등이 눈을 찌르는 방식, 수술대의 차가운 온도가 등을 타고 퍼지는 속도, 마취과 의사가 말하는 타이밍. 두려움이 아니라 그냥 익숙한 순서였다.

네 번째 수술대에 오를 때, 나는 처음으로 죽음을 계산했다.

의사는 처음으로 "이번에 수술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노트를 꺼내 유언을 쓰기 시작했다. "난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사라지고 싶습니다. 저의 장례식을 치르지 말아주세요." 글자를 적어 내려갈수록 손이 점점 느려졌다. "엄마 먼저 가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유언을 쓰다 멈췄다. 이 글이 너무 진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직 끝내지 못한 말이 너무 많았다. 나는 노트 맨 아래에 전혀 다른 문장을 하나 적었다.

'아직은 아니다.'

그 글자를 쓰는 순간, 유언은 죽음을 위한 글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내가 이 세상에 아직 붙잡고 싶은 것들이 있다는 가장 솔직한 고백처럼 느껴졌다. 그 노트는 지금도 책장 한쪽에 완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다섯 번째 수술대에 오를 때, 나는 그냥 너무 지쳐 있었다.

수술 일주일 전 남편이 짐을 쌌다. 빈집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새벽에 혼자 다섯 시간을 운전해 병원에 도착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보호자 서명란을 비운 채 수술대에 누웠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처음엔 낯설었고, 두 번째엔 억울했고, 세 번째엔 절차가 됐고, 네 번째엔 두려웠던 그 천장. 그런데 다섯 번째,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눈 감고 다시 깨어나지 않아도 괜찮겠다.'

죽고 싶다는 게 아니었다. 싸우고 싶지 않았다. 버텨야 할 이유를 찾는 일 자체가 너무 무거웠다. 그냥 이대로 조용히 꺼져도 괜찮겠다는, 체념에 가까운 감각이 마취제보다 먼저 나를 덮었다.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수술 잘 끝났습니다."

온몸에 통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리쳤다.

"너무 아파요. 무통 주사 빨리 놔주세요!"

간호사가 바로 놔드리겠다고 답했다. 나는 그 짧은 대기 시간도 참지 못하고 계속 아프다고, 빨리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방금 전까지 깨어나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눈을 뜨자마자 살겠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마음이 무슨 말을 했든 상관없이, 몸은 이미 답을 내리고 있었다.

아, 나 아직 죽고 싶지 않구나.

그 사실이 그 순간 이상하게 웃기면서도, 이상하게 뭉클했다. 나는 통증을 참으며 혼자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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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과 함께 나를 바꿔놓은 것이 또 있었다. 항암이었다.

링거병 안의 빨간 액체를 처음 보았을 때, 그것이 약이라는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의사는 전신보호복을 입고 들어왔다. 저 사람이 보호복을 입어야 할 만큼 위험한 것이 지금 내 혈관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첫 항암 후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미용실 의자에 앉아 말했다. "다 밀어주세요." 바리캉이 켜지고, 반쯤 밀린 내 모습을 거울에서 마주한 순간, 참아왔던 것들이 쏟아졌다. 그날 잘려나간 것은 머리카락만이 아니었다. 여자로서의 자존감,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 수 있다는 믿음까지.

두 번째 항암 때는 울지 않았다. 미용실에 앉아 말했다. "또 밀어주세요." 미용사도 나도 아무 말이 없었다. 바리캉 소리만 공간을 채웠다. 울지 않은 것이 단단해진 건지, 그냥 너무 지쳐버린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그 두 번의 민머리가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만들었다. 가면을 쓸 수 없는 얼굴. 그 민낯이 오히려 나를 나 자신에게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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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수술을 지나며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견딘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반드시 달라진다. 첫 번째는 막연한 두려움이었고, 두 번째는 억울함이었고, 세 번째는 피로였고, 네 번째는 계산이었고, 다섯 번째는 체념이었다. 그 체념조차 깨어나는 순간 몸이 먼저 뒤집어버렸다. 마음이 포기해도 몸은 살겠다고 버텼다. 그 몸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천장은 언제나 같았다. 나는 매번 달랐다.

그 달라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지금 무언가를 반복해서 견디고 있는 중인가요.

이번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국면이 찾아오는 것들. 그 반복이 당신을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아무도 모르는 방식으로, 당신은 지금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버텨온 모든 날들이,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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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서는 항암 이야기를 더 깊이 꺼내놓으려 한다.

빨간 독약이 혈관을 타고 흐르던 날,

그리고 그 독약보다 더 독했던 것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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