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릭

by 우리의동행

아기를 쟤우고 첫째 아이 수학문제집 채점하고 마저 다 읽은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집 "연수". 이게 뭔데 이렇게 재미있나 생각해 봤다.


수상작들.. 예를 들면 신춘문예당선집을 읽다 보면 글에 기 빨리는 느낌이 든달까.. 글을 곱씹으면서 마음이 허해지는데 중후한 비장미 넘치는 운명적 서사나 갈등이 펼쳐지는 장치로 눈앞에 마치 보이는 듯 묘사한 색감의 대비. 클라이맥스를 그리는 경우는 머리가 아프고 속이 거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장류진 작가님 글 속에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것 같은.. 삶을 전전긍긍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온다.. 욕심내면서도 부족한 자신을 쪽팔려하는 평범한 인간.. 비겁하지만 죄의식을 가지고 부끄러워하는 성찰형 인간..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늘 어딘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위치에 전전긍긍하지만 나름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노력해 온 누군가.

본인의 행동에 반성 없이 합리화를 일삼는 염치없는 소시오패스나 정신적으로 이상 있는 사이코패스 이야기는 없다.


너무 힘들고 긴장되고 우울해도 홧김에 저지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죽고 싶었고 너무 긴장되었고 우울했으나..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보고 자신의 아픔을 가만히 만져보다 다시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사람.. 시청률 1도 기대할 수 없는.. 도파민의 노예가 돼서 심장 쫄깃한 자극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아주 재미가 없는. 하지만 그 글들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그 속에는 나도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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