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우

by 우리의동행

나에겐 비혼주의를 선언한 여섯 살 차이 남동생이 있다.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려면 현장 강의를 수강해야는데 타 지역에 있어서 어렵다고 말하니.. 월급이 적게 나오는 육아휴직일랑 처음부터 안 할 생각인 남편. 그리고 내가 친정이나 시댁에 아기를,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처지인 것을 빤히 알면서 남동생 왈.


"왜? 누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애 돌봐줄 사람 없어도.."


겪어보지 않았으므로 이해할 수 없었겠지.. 여섯 살 차이에 결혼도. 육아도 하지 않은 것이 의사사통이 안 되는 이유일뿐. 나를 서운하게 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지금 이런 얘기를 왜 얘랑 하고 있지 싶은 거다.

특목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그리고 비혼주의 선언.

언젠가 라디오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다. 비혼을, 딩크를 선택한 젊은 세대들은 사실, 더 똑똑하고 기성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픔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 집은 더욱 그런 사연이 있다..


가난한 남자한테 시집가 남편을 교수로 만들려다 실패한 엄마.. 강사가 아니라 너희 아빤 겸임"교수"라는 걸 늘 강조하던 엄마.. 당신이 그런 남자를 만나 우리 엄마가 된 것을 늘 미안하게 여기게 한 엄마.


알코올중독자(추정이다)인 아빠가 매일 고주망태가 되어 현관문 손잡이를 덜컹이는 불안한 밤. 닫힌 방문 밖으로 매일 우는 엄마.. 매일 욕하고 던지고 소리 지르는 아빠..


각자의 방에서 숨죽여 쥐 죽은 듯 있던 나를, 남동생을

그의 권위로써 거실로 불러 앉혀 술주정을 늘어놓고 잠못자게 하는 밤.. 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하던 날 아침. 학교 방송실에 수상자인 남동생이 결석해서, 결국 남동생의 친구가 대신 상을 받아준 적이 있다.


아빠가 쑥대밭을 만들어놓은 거실바닥의 유리파편들을 엄마가 치우지 않고 방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집은 또다시 쑥대밭이 되었다. 고등학생 교복을 입던 내가 엄마에게 그러지 마시라며 엄마 편을 들 때.. 아빠가 정수기 물통 같은 18L 담금주통을 내게 던져 입술이 터지고 알코올 샤워를 했다.


밖에 나가서는 공자왈, 맹자왈 충효가 어쩌니 바깥존경을 받는 이의 이면은 나의 어린 시절 지울 수 없는 상처. 그래서 나는 사람을, 사람의 겉모습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신고해야 하나.. 폴더폰으로 그 밤을 녹음하기도 했던 나는 신고할 수 없었다.


누군가 내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봐주기를 바랐다.

나는 그 술에 절은 냄새나는 교복을 입고 새벽 쪽잠을 잤다가 학교에 갔다. 아침 조회 시간, 킁킁대며 이게 무슨 냄새냐 코를 쥐는 담임선생님.. 반 아이들 아무도 무슨 일이냐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같이 밥을 먹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너는..

똑같아질까 봐 무서운 거지.. 실은 그렇게 될까 봐 두려운 거지..


하얀 강아지 같던 남동생이 그 가시밭길을 헤쳐오면서

언젠가 한 번은 터뜨렸다.


술 취한 아빠의 전화를 안 받았는데

남동생의 폰으로 수십 통이 넘는 전화..

지하철로 한 시간 거리를 술기운으로 달려와

문열으라 남동생의 자취방 현관문을 부술 듯 구둣발로 차고, 그것도 모자라 집주인을 불러 문을 강제로 열려했던 일. 하얀 북극곰 같던 나의 아우가 묵힌 설움을 처음으로 터뜨렸다.


아빠는 말했다.

"과거에 갇혀 사는 못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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