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 1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어렵다

by 우리의동행

"우리 엄마가 그때 천만 원만 빌려줬어도, 내가 그렇게는 안됬을 거다."





아기가 태어난 지 300일이 지나 이제 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연락.


시아버님이 집으로 오신다고 하셨다. 시댁 당숙 5촌 숙부님과 함께.


시아버님은 남편이 어릴 적 도박으로 큰 빚을 지고 잠수 타셨다고 한다. 심지어 혼자 남겨진 남편이 미성년시절 아르바이트해 번 돈을 가불로 몰래 챙겨 그걸 도박에 쓰셨다고 한다.


사실 십수 년 전..

첫째 아기를 임신 중일 때

어떻게 얻은 시아버지 연락처를 찾아

인사를 드린 적이 있다.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서, 그래도 우리 시아버지이신 어른이시니까.


일해야 된다고 하셔서 오랜 전화는 못했지만

끊고 나서 갑자기 200만 원을 입금해 주셨고,

다음날 저녁 술에 취한 시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알아듣기 힘든 수화기 너머의 횡설수설한 목소리..


"우리 엄마가 그때 천만 원만 빌려줬어도, 내가 그렇게는 안됬을 거다."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

.


당신으로 인해 타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신 건지

알고는 계신 거냐고. 도박으로 빚에 빚을 쌓고 있는 자식에게 일천만 원을 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일까.

시아버지에게.. 조금의 반가움을 느꼈던 나는 희망을 접었다.


도박하고 술 먹고 들어오는 시아버님의 폭력으로 시어머니는 새로운 삶을 찾아가셨고 이제는 다른 분과 여생을 보내고 계신다. 두 분의 이혼 후 우리 남편은 장손이라는 이유로 시아버지가 부재한 시댁의 호적에, 그리고 시누이는 시어머니의 호적에 남게 되었다.


십수 년 전 남편을 통해 근근이 듣게 된 이야기..


남편은 늘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불쌍하다고 말했다.

시누이의 콧대를 세워주고

시누이의 밀린 폰값을 내주고

시누이가 돈 빌리고 잠수 타서 돈 갚으라는 연락을

감당해야 했다.

시누이는 bar에서 일하는데 포주에게 빚을 져 남편이 그 빚을 갚아주고, 뒷감당은 남편이 바지런히 해야 했다. 시어머니는 왜 딸을 말리지 않은 것일까.


시누이의 남편이 바람을 피워 별거 기간 중

시누이는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이혼 전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새로운 남자를 만났다.


명절마다 우리 가족은 시아버지가 부재한 시할머니댁과 이혼한 시어머니댁 두 곳을 다녀갔는데,

우리 가족이 찾아뵌 자리에 시어머니가

시누이의 새로운 남자친구를 초대했다.


사실.. 나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들이었다. 그 남자는 시누이보다 어린데 남자가 여자를 너무 좋아해준다며. 시어머니의 행동도 이해할 수가 없었고, 금전적으로 기대한 것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지만 서운케하는 시어머니의 말..


시누이 집을 구해야 하니까

아들이름앞으로 보험금 넣은 것

찾아야겠다는 요구도.


시어머니가 계약한 보험도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남편이 계속 넣고 있었다.


그때 나는 첫째를 임신 중이었고..

우리 나중에 힘들 때 누가 도와주냐 물으니

눈치 보듯 조심스럽게 남편이

배부른 나를 등 뒤에서 안으며 말했다.


"자기 네서 도와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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