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첫 정년퇴직자의 인터뷰
얼마 전 네오플에서 게임업계 첫 정년퇴임식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던전앤파이터' 서버를 만들어 온 백영진 개발자인데요. 아래 인터뷰를 읽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일부 옮겨 봅니다.
출처: https://m.inven.co.kr/webzine/wznews.php?idx=266901
입사하니 서버개발자가 나를 포함 4명이나 되더군요. 기존 개발자 2명과 저보다 일주일 먼저 입사한 1명의 개발자. 저는 '할 만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첫 출근 후 점심시간이 되어 서버개발자 4명이 밖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기존 개발자 2명이 회사에 대한 불만을 심하게 털어놓더군요. 그리고 알게 되었는데 퇴사예정이라는 거예요. 그래도 1명이 더 있으니 괜찮겠지, 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뒤 나머지 한 명도 퇴사하겠다고 하더군요. 저 혼자가 맡게 되었더랬죠. 던파 서버를….저는 나이가 많아서 갈 곳도 이제 더 이상 없었고요.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결심하고 들어온 회사가 네오플이었고요. 그래서 끝까지 해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말이지만, '배수의 진'과 '분골쇄신'만큼 직장에서 롱런하기에 도움이 되는 말은 없습니다. 일의 총량이 정해진 조직에서 누구라도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눈에 띄게 마련이니까요. 백 개발자는 나이 탓이라고 했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한 상황에서 저런 선택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의 타고난 근성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동료분들에게 제가 어떤 당부를 할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았고 설사 제가 가르칠 처지에 있어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가 스스로 실천해 나가는 것을 동료분들이 알아주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죠. 동료분들에 관한 이야기 보다 신입 개발 지원자가 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고 또 조금 전하겠습니다.
업계 첫 정년퇴직자로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위와 같이 겸손한 자세를 가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이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경력마저 많다면 그야말로 마스터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도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그를 오늘에 이르게 한 원동력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 가지만 더 꼽자면, 타인의 인정에 기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스타일 때문에 오히려 업무능력만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인정욕구가 지나친 경우 오히려 조직 내에서 적을 만들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으니까요.
한번 좋아하는 일을 해 보시기를 강력히 권해 드립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어 보세요. 게임개발이 아니어도 좋아요. 정말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 길로 가 보세요.
사실 저는 위와 같은 취지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직업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택해야 한다고 믿거든요. 더욱이 상당수가 선택법이 아니라 소거법을 통해 진로를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발언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follow your dream'처럼 공허하거나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저런 조언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무나 멋져 보이죠. 발언자가 타고난 천재성이나 엄청난 운과 같은 숙명적인 요인이 아니라, 겸손이나 꾸준함과 같이 실현가능해 보이는 자질을 통해 업계 최초라는 타이들을 거머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대다수의 회사원 분들께서 공감하시겠지만,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한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성실함과 인내를 요하는 일입니다. 직군에 따라서는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저 또한 현재 한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백 개발자의 인터뷰를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고요.
맛집 리뷰와 명사의 인터뷰를 읽을 때마다 늘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대체 왜 이런 가게/사람은 제 주변에는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역시 제가 원인일까요...